현재 사회는 결혼이라는 제도와 맞지 않습니다.
결혼 20년 차가 넘었고, 큰 아들 녀석이 대학교 4학년입니다.
일찍 결혼해서 사랑하는 와이프랑 지금도 알콩달콩하게 보내고 있으며, 결혼이란 매우 축복 어린 선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큰 아들에게 선뜻 결혼이라는 이야기를 못하겠습니다.
와이프는 무척 보수적인 남자를 만나서 대한 주택공사를 다니다가 그만두었고, 저의 삶의 일부분으로 녹아들어서 삶을 지내고 있습니다. 저보다 연상이고 삶의 세련미와 현명한 삶에 대해서 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곤 합니다.
서울로 출퇴근을 하면서 아침에도 짧게 핸즈프리 상태로 와이프랑 이야기를 하고...
저녁 퇴근시간에는 차를 몰고 88을 타게 되면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 전화로 수다를 떨면서 퇴근을 합니다.
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제가 고민하는 이야기 등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와이프의 존재에 대해서 언제나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런 관계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충분하게 모범적인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에게 결혼이라는 주제는 너무 어렵습니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를 보면, 저렇게 사는 삶에 대해서 걱정스럽기도 하고, 결혼이라는 환상까지는 아니더라도. 혼자가 아닌 삶이지만, 굳이 저렇게 각자의 삶에 충실하다면 결혼이라는 것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 의문점이 드는 것은 저도 무척 노땅, 꼰대가 되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사회가 외벌이로는 삶을 충분하게 유지하려면, 한쪽의 능력이 탁월하면서도 생각보다 많은 것에 대해서 욕심을 버리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욕망 자체를 억제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서울에 살면서 외벌이로 여유로운 시간을 가족과 같이 보낸다는 것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일단, 집값만 하더라도 워낙 고액이기 때문에 그 벌이를 위해서 정말 많은 가족들의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맞벌이를 하면 돈은 챙길 수 있을 것 같지만...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과 그 아이들 옆에 있는 엄마와 아빠의 제역활을 하기 어렵고, 그 양육을 부모님들에게 떠 넘기는 것 같은 무책임과 같은 느낌도 들기도 합니다.
차라리...
남자와 여자가 각자의 삶이 있고,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사회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굳이 결혼이라는 가치관보다는 동거나 룸메이트와 같은 관계가 더 적합하지 않나 하네요.
자신들이 챙기지도 못할 아이에 대한 미안함 보다는요...
너무 남성이라고 모든 것을 책임지는 상황으로 가라는 것도 바보짓인 것 같고...
여성이라고 자신의 삶과 육아의 짐, 집안일의 균형을 모두 바라는 것도 미친 짓인 것 같습니다.
양성평등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의 기본 틀인 결혼이라는 관계가 기본적으로 전제조건이 잘못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느 한쪽이 그 짐을 떠안고, 그 짐을 책임지는 관계가 결혼이라는 '사회적인 계약'의 기본적인 틀 아닐까 하는 생극을 끄적거려봅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결혼이라는 제도와 관계에 대해서 오늘 아침에도 굳이 권하지 않는다고...
너의 인생을 버릴 만큼 각오가 생기기 전에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꿈꾸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제 모습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삐뚤어진 잘못된 생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