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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Oct 27. 2024

엄마랑 단 둘이 해외로 떠나보고 싶습니다

우리 둘만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으로요

 다들 나이가 들면 부모님이랑 사는 게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엄마랑은 함께 살고 싶습니다.

 '엄마'란은요. 

 어렸을 때부터 왕왕 엄마와 저 둘만 사는 꿈을 꾸곤 했었습니다. 그러면 미묘하게 눈치 보거나 신경 쓸 것도 없고, 행복하고 평화로울 것 같았어요. 다른 가족 구성원이 들어와서 우리의 이야기가 끊길 일도, 엄마가 다른 가족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또 하는 것을 볼 필요도, 질투를 느낄 필요도 없을 테니까요. 

 아, 참고로 저만의 생각입니다. 요즘 보니 엄마는 혼자서 시간을 가지고, 혼자서 지내는 시간을 가지고 싶으신 것 같아요.


 멀쩡하게 아빠도 건강하게 살아계시고, 동생도 있는데 엄마가 저랑만 살 일은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는 오지 않겠죠? 하지만 몇 주간, 엄마와 함께 해외로 훌쩍 떠나보는 것만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 신경 쓸 필요 없고, 예쁜 거 보고 맛있는 거 많이 먹을 수 있는 곳에서 엄마랑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잘 모아서 또 이렇게 글을 써보고도 싶어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추억도 천천히 곱씹어보고 또, 한참을 음미할 풍미 좋은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아주 먼 훗날,  엄마가 제 곁에 안 계씨더라도 수십 년을 버틸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요.


 꽤 여러 국가를 다니고, 또 나갈 생각을 하는 저를 보면서 제 예전 직장 상사분은 제게 '고집이 세다'. '부모님 걱정을 하나도 안 한다', '엄마 걱정만 시킨다'라고 평가하셨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희 엄마를 제대로 몰라서 그러시는 것 아닐까요? 

 물론, 제가 갈 때마다 공항에서 우시고, 돌아오면 신이 나서 먹을 걸 잔뜩 해주시는 엄마지만, 엄마는 제게 엄마가 지금 제 나잇대라면 이렇게 여기 저리를 돌아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젊은 날 아쉬운 게 있다면 그거라고 말이죠. 그러니, 뭐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사실이지만, 부모님의 꿈을 반쯤은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효녀 아니겠어요? 


 돈을 많이 벌어서, 엄마에게 엄마가 궁금해했던 세상 구경을 시켜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드디어 여권을 만들어서 동남아로 몇 번 여행을 다녀오시긴 했지만 또 다른 대륙은 다를 테니까요. 엄마가 텔레비전을 보면서 '왜 쟤네는 저렇게 예쁜데 사니.', '진짜 봐도 저렇게 예쁘니?' 했던 유럽도, 제가 인생의 한 막을 살았던 호주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발리에서 엄마랑 같이 수영하고, 맛있는 거 먹고, 마사지나 받으면서 신선놀음을 하고 싶기도 하고요. 


 모든 여행이 저와 단 둘일 수는 없겠죠? 때로는 친구들과, 때로는 다른 가족들과, 때로는 모녀끼리 다니면서 즐거운 추억을 잔뜩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물론, 가끔씩은 저와만 둘이서 여행을 떠나서 엄마를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있네요. 

 가끔은 엄마나 다른 가족과 함께 훌쩍 어디론가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좀 더 밀도 있는 시간을 가지고,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들을, 그렇게 떠올릴 때마다 미소 지을 수 있는 순간들이 결국 우리의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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