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상자: 요술봉

신비한 마법의 힘으로~ : 마법소녀가 되고 싶었던 시절에 관하여

by 지현

어렸을 때 제가 보던 만화는 소녀들이 변신해서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언니가 보여줬던 만화 속에서는 빨간 망토의 소녀가 두 명의 남자아이들과 함께 화살을 쏘기도 했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싸우는 소녀들도 있었죠. 동물들의 특성을 가지고 싸우는 아이들도 있었고, 커서는 어떤 캐릭터를 가진 아이와 변신하냐에 따라서 옷이 바뀌는 만화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만화를 보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고 싶기도 했고 동생이나 동네 친구들이랑 함께 역할을 하나씩 정해서 나름(?) 전투처럼 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어렸을 적에는 아쉽게도 주변에 또래들이 남자아이들밖에 없어서 이런 놀이를 같이 하기는 힘들었는데요, 그때 받았던 요술봉이 생각이 납니다. 유치원을 다녔을 때였는지, 그 보다 더 어린 시절이었는지 여하튼 그즈음에 받은 요술봉. 그 당시 숙모가 제게 선물로 주신 물건이었는데 그날 이 것 받던 제 집의 모습과 밤이었던 것까지 똑똑히 기억이 날 정도로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빛도 나고, 가운데 동그란 원 뒤에는 손잡이가 있었는데 거기 안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저 봉을 빙글빙글 돌릴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어떤 만화에서 나온 변신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저는 그 만화를 본 적이 없었지만, 그 요술봉만큼은 너무 예쁘고 제게 소중해서 꽤나 오랜 시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불이 안 들어오더라도 그 금색의 디테일이 너무 예뻤거든요. 그리고 왠지 저걸 들고 있자면, 저도 용기 있게 악당이랑 싸우는 마법 소녀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요즈음은 안 하지만, 예전에는 '어린이 드라마'라는 게 있었잖아요? 진짜 사람들이 연기하다 보니 정말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 같고, 나도 정말 마법으로 싸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제가 지금 제대로 기억하는 어린이 드라마는 세 개가 있는데요. 하나는 가족들이 마법 목걸이를 이용해서 마법을 쓰던 거, 그리고 화랑들의 후예들이 나오던 드라마. 그리고 한 소녀가 팔찌로 변신도하고 마법도 쓰던 드라마가 있습니다. 마지막 드라마가 인기가 좋았던 것 같은데, 시장에서 그 팔찌를 팔아서 엄마가 저와 동생에게 하나씩 사 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어찌나 좋았던지.


그러다 꽤나 커서 다시 한번 이 팔찌에 대한 꿈을 꾼 적도 있습니다. 제가 마법의 힘을 가지려면 끝이 안 보이 듯이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서 이 팔찌를 찾아서 껴야 하는 그런 꿈이었습니다. 별들은 반짝이지만, 물 안으로 들어가면 칠흑같이 어둡던 곳. 정말로 숨이 차던 그곳에서 이 팔찌를 끼면서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때 간절한 소망은 커서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바람은 꽤나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취향인지, 꿈인지가 그때부터 어렴풋이 있었을 테니 그것을 간직하는 것이 그리 이상하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요. 빙글빙글 빛을 내고 돌아가던 제 요술봉과, 제 책상 서랍 한편에 한동안 고이 모셔져 있던 푸른빛의 알이 박힌 은색 팔찌 역시 오랫동안 간직했었던 저의 행복했던 추억 중에 하나입니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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