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상자: 핸드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by 지현

지금은 아주 얌전하고 조용한, 눈에 띄지 않은 사람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아이들이 그렇듯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는 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아빠의 핸드폰을 없애버린 일이었습니다. 말 그래도 '없애'버렸는데, 바야흐로 학교에 너무 가고 싶었던 시절, 여물지도 않은 손으로 아빠의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그만, 핸드폰을 변기에 빠트려 버렸었습니다. 지금이야 깜짝 놀라면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겠지만, 그때의 저는 물을 내려버렸습니다. 그렇게 아빠의 핸드폰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엄마에게 그 소식을 전하자 깜짝 놀라셔서 그 당시에 우리 집에 와 계시던 다른 이모와 함께 화장실로 뛰어 들어오셔서 뚫어뻥으로 막 변기를 눌러보고 한 기억이 있습니다. 당연히, 그래서 나오지 않았고, 그 뒤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크게 혼났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충동적으로 캠코더도 사던 아빠는 이 번이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그 당시에 최신 폰이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IM-3100 모델을 구입해 왔습니다.

그 당시에 아빠가 케이스에서 꺼내던 흰색의 멋진 핸드폰과 카메라가 뺏다 껴졌다 하던 모습이 너무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거진 심령사진 수준의 사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신기해서 동생이랑 깔깔거리며 사진을 찍고, 엄마도 처음에는 혀를 차다가 신기해하셨던 기억도 납니다. 게다가 이 핸드폰으로는 무려 게임도 할 수 있었는데, 너구리가 장애물을 피하면서 둥글둥글 점프도 하면서 사과를 먹는 내용의 게임이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허락해 주시면 잔뜩 신이 나서 열심히 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로 위의 폴더가 가로로 움직이는 핸드폰, 그리고 터치가 되는 핸드폰까지 나오며 초등학교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어린 시절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제 때에는 그런 경우가 많지 않아서 중학교 때가 되어서 처음으로 핸드폰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네온사인으로 앞 면을 꾸밀 수 있었던 핸드폰이 저의 첫 핸드폰이었습니다.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당시에 유명했던 꽃보다 남자 OST를 열심히 들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 뒤에는 반만 터치되는 슬라이드 폰, 뒤판이 매력적이었던 핸드폰 등을 사용하다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2학년 즈음에는 스마트폰으로 바꾸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폴더폰을 좋아했습니다. 디자인도 다양했고, 손가락으로 톡 건드려서 여는 것이 기분이 좋기도 하고 왠지 멋져 보였거든요. 당시에는 엄지로 여는 사람과 검지로 여는 사람이 있다며 이런저런 논쟁 아닌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엄지로 여는 파였지만, 어린 시절에는 특별하고 소수인 쪽에 속하고 싶어서 검지로 열려고 노력했으나 손도 작고 손가락이 긴 것도 아니어서 결국은 포기했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흰색의 핸드폰이 너무 예뻤던 기억, 그리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던 것이 충격이었던 시절을 지나서 이제 별 것을 다 할 수 있는 세상에 몇 십 년 만에 오다니 너무 신기합니다. 그때 사람들은 어떻게 길을 그리고 잘 찾고, 새로운 가게에 가고, 자신들의 일정을 잘 기억했었던 걸까요? 아련한 그 시대의 추억과 더불어서, 이제 스마트폰에 너무 길들여진 저는 그때의 사람들의 일상이 궁금하기도 해집니다.


다양한 디자인이 매력적이었고,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는 감촉이 만족스러웠던 시절을 지나서 이제는 화면 위로 손가락이 미끄러지듯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인도 사실상 비슷비슷해졌고, 기능은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10년 후에는, 또 20년 후에는 어떤 모양의 핸드폰을 쓰고 있을까요?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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