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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 도시재생 프로젝트

작가(이종석) - 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5기


조치원 도시재생 프로젝트

 - 이종석 작가 - 


 조치원을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2년이라는 제 인생의 일부가 간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2007년 찜통처럼 더웠던 어느 여름날 조치원을 처음만 났습니다. 논산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조치원에 도착했고, 저는 도착하자마자 마중 나온 미니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미니버스는 저를 조치원에 있는 어느 군부대로 저를 데려다줬습니다. 그렇습니다. 조치원에서 저는 군생활을 2년간 했었습니다. 당시 제가 기억하는 조치원의 첫인상은 떨림 그 자체였습니다. 그 이후로 2년간 조치원은 저에게 있어 휴가 때마다 느낀 들뜬 마음과 아쉬운 얼굴로 복귀하던 마음이 공존하는 곳이었습니다.


 이런 조치원을 대상으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니 그때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현재 가장 큰 사회적 이슈 인 코로나 때문에 직접 만날 순 없었지만 디자인 현장 한 구석에서 작은 스마트폰을 통해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역시, 학생답게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아이디어로 공유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지금 만들고 있는 프로젝트를 들어보기 전에 도시재생에 관하여 먼저 생각해봤습니다. 

도시를 재생한다? 과연 어떤 의미일까? 정해진 단 하나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의미인지는 부여하는 사람만의 몫이 될 것 같습니다. 도시재생을 생각하면 누군가는 오래되고 낡은 것을 재조명하여 새롭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고, 누구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어울리는 적당한 위치를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 놓아두기 위해 노력을 할 것입니다. 이렇듯 각자 생각하는 도시재생이 따로 있습니다.


  요즘은 왜, 도시를 재생시키려고 하는 것일까요? 

 이 또한 한번 고민해볼 만한 주제였습니다. 지금까지는 기존의 것을 전부 없애버리고, 새로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더니 어느 순간부턴 재생이라는 단어가 좀 더 많이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과연 재생이 더 좋은 것일까요? 물론 케이스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변화가 빠른 경우엔 재생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90년도에서부터 2000년도를 지나 현재까지 우리 사회는 급성장을 했고, 그만큼 빠르게 변화를 겪었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도 저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다 상상하면 과거와 현재가 역동적으로 엉켜있는 듯한 모습이 상상됩니다.


  과거 프로젝트 때문에 만난 한 중국 영화감독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2018년도에 영화 프로젝트를 할 때였습니다. 중국 영화였고, 한국 로케이션 촬영이 있었고 저는 그 영화 한국 촬영분에서 세트 연출을 맡았었습니다. 그때 중국 감독하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한국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아시아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이런 표현은 과거 어벤저스 촬영팀에서도 나온 말이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말이었지만, 한편으론 속상한 말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적 이미지가 얼마나 느껴지지 않았으면 아시아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다고 표현했을까 싶었습니다. 그런 말을 듣고 머릿속으로 서울을 쭈-욱 돌아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종로 인근에서 일부 한국적인 향기가 조금은 느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아파트 산에 둘러 쌓인 정체 불분명한 이미지였습니다. 뭔가 뒤엉켜있는 서울이었습니다. 파괴적으로 성장했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 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도시재생이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유럽과 같은 나라들은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성장과정이 그대로 도시에 녹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장을 잘 만들어 온 것인지, 과거에서부터 지금을 잘 보존해 온 것인지는 정확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벽돌 하나가 만든 도시를 그대로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서울은 과거의 모습이 사라진 경우가 많고, 있다 하더라도 환경과 끊어진 채 존재합니다. 그래서 재생이라는 개념이 필요한 것인지 모릅니다. 


  이런 측면에서 조치원은 어떻게 도시재생을 경험하게 될까? 

 저는 생각을 거꾸로 해보기도 했습니다. 조치원에게 도시재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도시재생이 의미가 있다는 것은 현재 조치원은 죽어있다는 뜻인가? 지금 상태가 죽어있다고 한다면 재생된 조치원은 어떤 모습일까? 저는 이런 물음으로 도시재생 그리고 조치원을 잠시 떠올려 봤습니다.


 조치원은 작은 소도시 규모답게 낮은 스카이라인이 주 특징입니다. 건물이 낮아서 생긴 특징이기도 하지만 하늘이 많이 보인다는 특징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도시재생이 아닌 도시개발 측면에서 도시를 바라보면 좁은 땅에서 최대한의 한계까지 건축물의 키를 높이기 위해 애를 씁니다. 그렇게 하나 둘 최대한의 높이를 만들어내면 결국 그 건축물 사이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점점 하늘을 못 보게 되죠. 서울을 예로 들면 하루 중 하늘을 제대로 보는 사람 은 몇이나 될까요?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오늘 하루 하늘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 빌딩 숲에 가려서 그럴 것입니다. 난 도시재생과 도시개발은 서로 절충되기 힘든 관점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조치원 도시재생사업을 한다면 하늘의 면적은 그대로 둘 것입니다. 그리고 조치원을 가장 많이 만나는 곳. 제가 조치원을 만났던 그 시절 2년간 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 그곳. 바로 조치원역을 재생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요?


 만약 조치원역에 인격이 있었다면 조치원역은 조치원을 오가는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저의 군 시절 어리숙했던 이등병의 모습과 기쁨을 안고 집으로 가던 병장의 모습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제가 다시 조치원역을 방문한다면 다양한 내 기억이 그 한 공간에 머무르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제가 과거의 저를 잠시 볼 수 있는 거죠. 이렇듯 조치원역을 재생해 과거와 현재를 잘 이어준다면 어느 시점에서 끊겨있던 조치원역 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고, 그 역을 통해 조치원이 달라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생각하는 조치원을 위한 도시재생입니다. 


  요즘 도시재생을 위해 콘텐츠에 집중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함께 즐길 수 있는,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해서 판을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진짜 판을 만들기 위해선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놀이동산의 귀신의 집이 무서운 건 귀신 분장을 하고 있는 직원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귀신의 집 환경 자체가 공포스럽게 연출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불어 귀신의 집 이 있는 장소가 또 놀이공원이기 때문에 그 느낌이 배로 다가온다고 생각합니다. 


 조치원이 겪게 될 도시재생은 화려한 아이디어나 순간 변화에만 집중된 콘텐츠가 아닌 진심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측면에서 접근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도시에 대한 이런 관점은 조치원뿐만 아니라 도시재생이 필요한 많은 도 시에 좋은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축제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생각이 발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오랜만에 조치원을 다시금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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