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변희정) - 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5기
- 변희정 작가 -
들어가며
우리는 어떤 도시를 꿈꾸며 살고 있는가? 살기 좋은 도시란 과연 어떤 곳일까. 우리가 꿈꾸는 도시의 모습을 이야기하려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을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신도시는 사람들에게 거주 및 교육, 경제적 기능 등과 함께 다채로운 문화와 일상의 편리함을 제공한다. 반면 구도심은 거주기능과 업무기능의 동반 이탈로 인한 인구의 급격한 감소, 노령인구의 증가, 낙후된 주거환경과 시설, 도시기능의 약화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난 신도시와 구도심 간의 성장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과거에 도시계획이 대규모 개발계획을 통한 신도시 개발, 혹은 도심 재개발 등에만 집중을 했다면, 이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지역역량 강화를 위해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도시기능을 회복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도시 커뮤니티 유지 및 활성화 과정으로써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형성 등 의사결정 시스템을 중요시한다. 또한 기존 거주자의 지속적인 생활여건 확보를 위한 물리적인 측면, 사회·문화적 기능 회복의 사회적 측면, 도시경제 회복의 경제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방식의 정비 개념이다.
신도시도 결국 언젠가는 낙후되고 쇠퇴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꿈꾸는 도시의 미래는 어쩌면 '도시재생'이라는 것을 통해서 그 해답을 찾아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낙후된 구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새로운 미래를 써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조치원역 일원의 도시재생뉴딜 사업을 통해 우리가 꿈꾸는 도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열고자 한다.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조치원역 일원
조치원은 세종특별자치시 동부에 있는 읍으로, 2010년 12월 27일에 공포된 '세종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12년 7월 충청남도 연기군 조치원읍에서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으로 변경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읍 중 하나로 청주지역과 경계를 이룬 곳에 위치해 있다. 조선시대에는 청주목 서강외일면 수석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는 연기군 북면 조치원리로 편제되고, 1931년에 조치원읍으로 승격되었다. 이를 통해 군청, 교육청, 법원 등이 입지하게 되면서 과거의 연기군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성장하였으며,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만큼 다양한 문화와 과거,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 되었다.
조치원의 변화와 성장은 조치원역에서부터 출발한다. 1905년에 경부선 철도가 개통하면서, 해당 역을 ‘조천원(鳥川院)역’이라 지칭하다가 조선총독부에서 조천원이 조선인의 일본어 발음과 유사하다고 하여 '조치원(鳥致院)'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또한 조치원은 1번 국도가 지나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기도 해, 지정학적으로 자연스레 교통의 요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를 통해 전국 각지의 물류가 몰리게 되었고, 조선 후기부터 형성된 원시적인 시장형태를 기반으로 일대의 상점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대규모 시장을 형성해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1931년에 읍으로 함께 승격된 대전, 광주가 광역시로 성장한 반면, 조치원은 인근 지역의 우선 개발로 인해 대전, 세종시 등에 KTX 역이 개통되면서 중간 경유지로 잔존하며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자연스레 인구가 감소하고, 노후 건축물이 증가하는 등 도시는 점점 낙후되어 어느덧 과거의 영광은 잊혀 갔다. 하지만 쇠퇴의 길로 접어들던 조치원에는 여전히 과거의 기억과 문화가 잔존했다.
이러한 조치원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제고하고, 침체한 원도심을 되살리기 위해 세종시는 ‘2014년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 비전을 선포했다. 조치원발전위원회를 발족시켰고 청춘조치원과를 신설하면서,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는 도시재생으로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 구도심과 신시가지의 조화로운 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한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었다.
과거의 기억에 주민의 목소리를 더하다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는 ‘예술문화 활성화, 생활문화 활성화, 녹색환경 개선, 지역공동체 활성화’라는 목표로 출발했다. 주민공동체에 숨결을 불어넣고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문화·창조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며, 2025년까지 인구 10만 명이 살기 좋은 세종시의 경제 중심축으로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더불어 조치원읍 상리와 전의면 읍내리는 2018년에 정부로부터 국토부와 세종시의 '도시재생뉴딜사업' 대상지로 각각 선정되어 구도심 활성화에 추진력을 더해 조치원 곳곳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 오래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주민참여가 매우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점이다.
조치원발전위원회는 2016년부터 진행된 ‘화요회의’를 통해 조치원 도시재생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필요한 사업들을 제안하며, 민관이 협력해서 지역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조치원 도시재생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19년 도시재생 산업박람회'에서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또한, '도시재생 주민역량강화사업'에 참여하던 관음동 주민으로 구성된 ‘맘새로이팀’은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2020년 도시재생 주민역량강화사업’의 중간평가에서 우수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과거 물류의 요지라는 영광을 누리던 조치원 세종전통시장에는 여전히 450여 명의 상인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2019년에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상인 거점시설을 설치해 전통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레시피 개발 및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고 조치원 소상공인들의 교육과 네트워크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세종 소상공인 협동조합의 기획으로 시장 안쪽에 ‘조치원 테마거리’를 조성해 젊은 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2020년 10월에는 제14기 도시재생 대학이 개강해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기도 하다.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는 도시재생, 인프라 구축, 문화복지, 지역경제, 뉴딜사업이라는 청춘 조치원 5대 전략과 함께 주민의 목소리가 더해져 활력 넘치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조치원역 일원과 중심가로 환경개선, 조치원 지하차도 경관개선 등과 같은 도시 기반시설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들이 추진되어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으로 변모되었다. 평리 문화마을의 벽화 조성, 조치원 정수장 문화정원으로의 탈바꿈, 신흥리 마을의 외딴말 박물관 조성, 창조와 생산이라는 콘셉트의 (구)한림제지공장의 변신 등은 모두 하드웨어적인 변화를 넘어 문화적 도시재생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조치원이 과거의 기억과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활력과 생기가 넘치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 데에는 주민이 직접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해 지역의 변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치원의 미래를 고민하는 청춘들(feat.청년서포터즈)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로 인한 도시의 점진적 변화만큼 중요한 것은 그 변화의 과정과 성과를 널리 알려 과거의 조치원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는 조치원으로 거듭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이유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라 여겨진다. 해당 사업은 조치원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청년들이 모여 조치원역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홍보 및 원도심 지역문제 발굴과 해결을 위해 지역을 조사하고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찾고 연구하는 활동이다.
2018년도부터 1~4기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가 구축되고 운영되었으며, 2020년 하반기에 선발한 5기는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비대면 활동’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조치원 관내 31명을 비롯해 충청권 64명, 그 외 지역 97명 등 전국 각지에서 총 192명의 대학생이 참여했다. 특히 5기 청년서포터즈는 ‘카카오브런치’ 작가와 비대면 만남을 갖고, 청춘의 눈높이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조치원의 도시문제에 관해 토론하며, ‘청춘 조치원’에 또 다른 청춘의 색을 입힌다는 각오로 출발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위의 일환으로 브런치 작가 참여 제안을 받아 지난 11월 17일(화), 오후 4시에 ‘바꿔볼라곰’팀과의 만남이 리모트미팅(Remotemeeting)을 통해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2시간 동안 이어진 만남은 바꿔볼라곰팀의 팀원 5명이 사전에 준비한 질문에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전 질문지에서도 이미 파악했든, 그들은 조치원이라는 지역의 현안과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 꽤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있었다. 문화기획사 문밖세상(서울 성북구, 대표 변희정)이 지역에서 펼친 문화사업 기획의 실제 사례에 관해 질문을 해왔는데, 이를 통해 그들이 조치원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어떤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실행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얼마나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활동이 막바지로 접어들자 그들의 고민에 아이디어가 덧대어져 대략의 얽이가 드러났다. 지역재생과 자원재생을 함께 고민한 그들의 아이디어는 조치원 지역에서 버려지는 재활용품과 폐자재 등에서 출발했다. 그것들이 지역 예술가와 만나 업사이클링에 디자인적 요소를 강화해 쓰임이 있는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고 판매되는 과정을 비즈니스 모델로 구축하는 것을 제안했다. 또한, 업사이클링 공간 운영을 통한 예술가와의 협업 전시 및 판매, 지역주민을 위한 예술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결과에는 아직 설익음이 묻어난다. 하지만 ‘바꿔볼라곰’이라는 이름처럼 그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지역의 현안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이러한 과정은 추후 조치원이 청년이 떠나는 도시로 전락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가며
세종시 도시재생은 2014년에 불어온 봄바람과 같았다. 도시재생 태동기와 그 출발을 같이 한 만큼 많은 이목을 집중시키며 빠른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난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드러난 긍정적인 이면 아래에는 또 다른 모습이 숨어 있기도 했다. 문화재생이라는 모토 아래 새롭게 탈바꿈한 (구)한림제지공장과 문화정원 등은 현재 표지판도 없이 방치되고 있고 내부를 둘러볼 수조차 없다. 청년과 예술가들의 네트워크와 작업이 이루어지던 공간 역시 문을 닫았고, 사람들의 발길은 더는 이어지지 않았으며, 공간 주변의 공터는 점차 주민들의 주차장으로 전락했다.
문화적 도시재생이라는 현안을 둘러싸고 세종시와 '도시재생 거버넌스' 참여 주체 간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거버넌스 자체가 와해될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멈춰선 조치원 도시재생 뉴딜'이라는 기사가 쏟아졌고, 사업 타당성 문제, 노후한 건물의 안정성 문제, 콘텐츠의 부재 등 갖가지 문제가 붉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곳에는 조치원이라는 지역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청춘들이 있었다.
사업의 방향성과 행정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있는 와중이지만, 문화적 재생과 도시재생뉴딜이라는 크나큰 과업 안에서 조치원의 발전과 변화 즉, 그들이 꿈꾸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조치원,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가능성이 공존하는 조치원의 도시재생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지역, 꾸준하고 지치지 않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 조치원의 도시재생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출처 및 참고자료>
1.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역 일원 도시재생활성화계획 최종보고서」, 2016.
2. 조치원역일원도시재생뉴딜사업현장지원센터, 5기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운영계획(안), 2020.
3. 청춘조치원 프로젝트 홈페이지, https://www.sejong.go.kr/
4. 조치원 중심시가지 도시재생뉴딜 사업 홍보영상
5. 네이버 지식백과, 검색어 ‘도시재생’,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826480&cid=42151&categoryId=42151
6.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검색어 ‘조치원읍’,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42166&cid=40942&categoryId=39699
7. 네이버 지식백과, 검색어 ‘조치원읍’,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767672&cid=43740&categoryId=44176
8. 세종특별자치시 공식 블로그 '세종스토리', https://blog.naver.com/sejong_story/221447945150
9. 유튜브, kculturechannel,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조치원을 걷다, https://youtu.be/PmiO0tsMGH8
10. 유튜브, SKbroadband 중부방송 채널, 100회 맞은 '조치원발전위 화요회의'..도시재생 선봉장, https://youtu.be/fDGJpYLJazs
11. 세종포스트, 멈춰선 '조치원 도시재생 뉴딜' 침잠된 이면, http://www.sj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