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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 도시재생은 계속되어야 하는가?

작가(안상현)_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6기

세종시가 진행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은 승승장구한 편이다. ‘2019 도시재생 산업박람회’에서 대상격인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작년에도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수상했다. 또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8년간 진행된 청춘조치원 프로젝트는 현재 어떤 상황일까? 2021년 5월 기준 총 81개 과제 중 42개가 완료되었고, 나머지 39개는 진행 중이다. 완료된 42개 사업은 인프라 구축 관련 사업이 대부분이다. 가령, 복합행정타운 조성, 공공임대주택 건립, 연탄공장 환경 개선, 정수장 문화재생, 도로환경 개선사업, 대학문화거리 조성, 어린이공원 조성, 청소년수련관 건립, 마을공방 조성, 상인지원거점시설 조성 등이다.     


사업이 하나둘 완료가 되고 있지만, 주민들은 달라진 조치원을 체감하지 못한다. 지역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시장 경제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와 주민이 공동으로 운영하던 원탁회의에 담당 공무원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와 주민 사이 소통 채널이 사라진 셈이다. 게다가 시에서 한림제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별도로 만들면서 갈등은 더 깊어졌다. 기존 거버넌스 참가자들이 모두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도시재생사업 자체가 ‘혈세 먹는 하마’라는 우려의 소리가 뉴스로 등장하고, 인프라 위주의 기반시설 구축이 대부분이다 보니 ‘사람과 콘텐츠’라는 알맹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아진다. 도시재생 사업은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물론, 담당 공무원의 고충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기간에 성과를 보여야 하고, 줄어든 예산 내에 집행해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듣고 판단하느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주민 참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 의견 조율로 시간을 허비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동력이 약화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렇다고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준으로 형식적인 주민 참여를 유도해서는 안 된다.      


답을 몰라 이런 상황이 도래한 것은 아니다. 결국, 사람이 답이다. 도시재생 중심에는 사람 즉, 지역주민이 항상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사업은 끝나도 지역주민은 늘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에서는 도시재생 공동시설 사례집 ‘모두가 행복한 그곳’을 발간했는데 여기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50여년 된 초등학교 도서관을 리모델링한 제주 김영수 도서관은 낮에는 학교 도서관, 저녁과 주말에는 마을 도서관으로 쓰인다. 대구 서구 희망공작소는 20여년 전 폐쇄된 수도 가압장을 허물고 만든 공방이다. 부산 서구 마을 빨래방은 고지대이며 주민 대부분이 80세인 이곳에 정말 절실했던 사업이다. 경북 영주시 할매 묵공장, 서울 금천 금하마을, 순천 창작예술촌, 그리고 강원도 통리 게스트하우스도 지역 일자리 창출과 공동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사례들이다.     


사례집에 이름을 올린 사업들은 공통점이 있다. 중심에 지역주민이 있고, 해당 사업은 주민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아무리 힘들어도, 정부와 주민이 반드시 함께 고민하고, 참여해야만 사업성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속적인 주민 참여의 중요성은 이미 해외에서 검증되었다.      


1990년 12월까지 광산시설이 운영되었던 영국의 대표적인 광업도시 더럼은 석탄산업의 쇠퇴로 자연스럽게 위기에 봉착한다. 더럼은 버려진 도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은 2014년 작고한 프랭크 앳킨슨이다. 프랭크 앳킨슨은 공장 노동자였으나 지역 역사와 박물관에 관심이 많아 주말과 휴일에 박물관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프랭크는 박물관 자원봉사자로 출발해서 보조원으로 취업하게 되었고, 결국 25세에 최연소 박물관 디렉터가 된다.      


그는 ‘일상성을 담는 박물관’ 운영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였고, 정부는 프랭크의 주도하에 조직을 신설한다. 본격적으로 지역 산업과 농촌 관련 박물관을 설립하는 비전을 수립한다. 지역 역사성과 생활감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잡다한 생활소품이라도 소중한 자료가 되었다. 그의 노력으로 40여만 평의 마을 전체를 박물관으로 만들게 되었고, 건물, 기계, 물건 및 영국 북부지역 생활 방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데 성공한다.    

  

일본 롯폰기 힐스는 낙후된 지역이 도쿄의 랜드마크가 된 대표적인 도시재생 성공사례다. 3만 평의 작은 부지임에도 도시계획 결정에서 사업 완료까지 17년이나 소요되었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도시개발의 중요한 정책으로 방향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발을 주도한 고(故) 모리 미노루 전 모리빌딩 회장은 이 사업의 중심이었다. 열정적인 리더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또 주목할 점은 원주민들이 100% 재입주한 사실과 개발 후 운영의 역할이다. 롯폰기 힐스를 건설한 뒤에도 생활 잡지 간행과 도시 육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브랜드 관리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국내 사례와 해외 사례를 통해 청춘조치원 프로젝트가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프로젝트를 이끄는 체인지메이커가 필요하다. 전문가가 될 수 있고, 그 사업을 너무나 아끼고 좋아하는 주민도 될 수 있다. 둘째, 공공기관의 역할이다.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체인지메이커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정부 실무담당자가 파트너로서 필요하다. 셋째,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다. 어떤 도시재생 사업도 주민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절름발이 사업이 된다. 사업완료 이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은 그 지역 주민이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자. 그럼에도 조치원 도시재생은 계속되어야 하는가? 그렇다! 지역 주민이 존재하는 동안 끝없이 고민하면서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이름이 도시재생이라 불리던 그렇지 않던 중요하지 않다. 시설이나 건물은 언젠가는 사라진다. 하지만 사람은 영원하다. 도시재생의 중심에 사람을 둔다면 우리의 희망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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