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조치원과 청춘이 함께할 때 생기는 일

작가(장작가)_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6기


필자는 종종 무생물을 의인화하곤 한다. 움푹 팬 나무 기둥을 보고 아프겠다고 말한다거나 기울어진 벤치를 보고 힘들어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 그 예이다. 모두 사람이 아니긴 하나 형태를 지닌 하나의 물체이다. 그렇다면 형태가 없는 ‘공간’을 의인화시켜 표현해본다면 어떨까. 공간의 노후함이란 말 대신 늙음, 재정비란 말 대신 생기가 생겼다는 말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이러한 표현들이 떠오르는 공간을 만났다. 바로 세종시 조치원이다. 공간의 희로애락이 펼쳐질 그곳, 조치원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 그리고 공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지쳐있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기에 작가로서 본분을 잊지 않고 연일 취재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는 보다 특별한 클라이언트가 찾아왔다. 바로 ‘정부’이다. 2월부터 3월까지, 행정안전부에서 시행하는 전국 지자체에서 시행했던 외국인 주민 우수사업 사례집 제작이 그 시작이었다. 덕분에 한 달간 600분이 넘는 통화시간과 전국 지역번호가 고르게 적힌 최근 통화목록을 얻었다.


작게는 읍, 면 단위의 동네부터 크게는 광역시까지. 각 단위의 지자체에서 주민들과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간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듣고 추려 재구성하는 일이 나의 임무였다. 덕분에 생소하던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사람과 사람, 즉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두 개체가 행해지는 무언가만으로도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바로 환경이다. 어떤 환경과 배경 속에서 관계들의 행위가 이루어졌는가를 맥락적으로 해석해낼 때 비로소 알찬 구성의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된다. 


이번 전국 지자체 외국인 주민 우수사업 사례도 그러했다. 비슷한 사업 내용이더라도 ‘어느 지역에서 일어난 일인가’가 스토리의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취재를 하면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공간적 특성’까지 담아내야 했다. 전국의 지도를 그리던 김정호의 마음처럼 발품 팔며 글을 하나하나 써 내려갔다. 그렇게 행정안전부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스토리 작업이 마무리될 때쯤, 또 다른 의뢰를 받았다. 이번에는 ‘세종시’였다. 


내용은 세종시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전국 청년들이 모여 세종시 조치원 지역을 조사하고, 지역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찾고 연구하는 서포터즈 활동이었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시재생, 조치원역을 중심으로’라는 콘셉트의 이야기라니, 익숙한 공간 속 청년의 열정이 담길 때 어떠한 이야기가 만들어질지 호기심이 생겼다. 


쉼터 조치원에 불어넣은 새 숨결

충남 연기군의 조치원은 서울에서 공주~전주를 연결하는 간선도로에 자리하고 있다. 통과하는 사람들에게 휴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장소로 기능해왔으며, 오늘날엔 고속도로의 휴게소와 같은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이라 말할 수 있다. 또한 조치원은 미호천으로 흘러가는 조천변(鳥川邊)에 자리하고 있다. 조천이란 단어는 새들이 모인 데서’ 붙여진 말로 ‘쉼터’라는 단어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라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모두의 중간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조치원. 쉼터란 공간은 넉넉히 품어주는 엄마와 같은 공간을 연상케한다.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곳이라 서비스적 측면이 자연히 발전할 것이다. 반면 새롭고 변화무쌍하며 변화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형용사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을 수 있겠다. 앞서 나열한 단어들은 보다 주체적이며 진취적인 측면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면 공간적 특성도 이에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도시에서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커뮤니티 운동과 중심 시가지 활성화 사업이 연계되어 있고, 일본에서는 마을 만들기 운동 차원의 사업이 연계되어 있으며, 영국에서는 근린 지역 재생 운동(New Deal for Community)과 연계되고 있다.


조치원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으려 한다. 물리적 환경개선(H/W)과 주민들의 역량강화(S/W)를 통해 도시를 ‘종합재생’하는 뉴딜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필자는 도시의 활기를 불어넣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지역 주민간 다채로운 소통이다. 모든 산업의 집중이 수도권으로 쏠림에 따라 지역은 점차 낙후되고 활기를 잃기 마련이다. 생기를 되찾기 위해 지역사회의 여러 노력들이 필요한데, 대표적으로 교육, 예술, 문화적 요소를 활용한 세대간 이동을 일컬을 수 있다. 이미 고려대, 홍익대 등 서울 소재의 대학들의 분교가 조치원에 입지해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지점이라 볼 수 있다. 


주민 간 다채로운 소통을 위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주민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이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개인들을 한데 모으는 일이다. 이로써 공간 안에 관계가 형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관계는 공간 안에 또 다른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만들게 되고 그것이 모여 역사가 되곤 한다. 흩어져 있던 개인보다 공동체가 공간과의 밀착도가 다소 높을 것이라고도 감히 예측해본다. 여러 마음들이 뭉쳐내어 만든 공간은 또 다른 문화를, 예술을 창조해내며 기획하여 만든 것에서 누릴 수 없었던 주민과 공간의 애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세종시 조치원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청년 서포터즈 활동이 기대되는 바이다. 이들이 만들어 낼 조치원의 새로운 모습은 어떠한 모습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