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강민경)_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6기
각자의 삶은 다른 이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삶과 삶이 이어지는 경계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문화로 허물어진다. 조치원 도시재생사업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프로젝트 팀들의 발표와 PPT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다른 세대의 삶들, 심리적+물리적 거리가 먼 삶들을 연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도시에는 공감할 수 있는 문화의 지점들이 흔하지 않다. 젋은 층, 중년층, 노년층 각기 다른 세대가 흥미로울 지점과 모든 세대를 아울러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이 섞여있을 때 도시는 활발해진다.
(사진_푸실)
팀별로 낸 아이디어를 줌 회의를 통해 들으면서 ‘연결’에 관해 생각했다. 1차 에세이에서 썼듯이 조치원에 관한 단상 중 하나는 ‘다른 지역으로 건너가면서 들르는 정거장 도시’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하나의 이미지가 조치원의 탄생 설화와도 닮아있었기에 강조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이 20대의 다소 젊은 층의 마음에도 와 닿았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어설프게 나이 든 자로서 한 도시가 가진 이미지의 역사와 연결이 마냥 신기했다. 더불어 각 프로젝트마다 청년만이 생각할 수 있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기대하면서도 세대 간의 연결에 관한 부분이 부족하진 않을까 내심 걱정도 했다. 그러나 그건 어설프게 나이든 자이자 경력을 쌓은 자의 고정관념이자 넓지 못한 시각에서 오는 틀린 예견이었다.
(사진_시너지)
도시가 가진 이미지는 ‘세련’이지 않을까? 최신 트렌드에 항상 뒤처지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가까이 있고, 편리한 제도가 현실화되어 있는 ‘세련되게 살 수 있는 곳’이 도시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매해, 매월, 매일, 매시간 발전될 때, 그 발전을 생각하고 있을 때 이루어진다. 조치원이라는 도시가 가진 기존의 이미지를 살리면서 조금 더 사람들의 삶에 관여하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이 ‘세련’된 과정과 결과가 필요하다. 청년들이 낸 아이디어를 그래서 더욱 돋보일 수 있겠다. 그들은 어쨌든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세대로 꼽히는 데다가, 현실보다는 미래에 가까운 아이디어를 꺼내니 말이다. 조치원이 가진 스토리로 홍보 컨텐츠를 만드는 프로젝트, 스마트 IOT 쓰레기통으로 도시의 편리와 주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겠다는 프로젝트, 조치원 곳곳을 사진작품으로 만들어 공유하는 플랫폼 프로젝트, 조치원의 지도를 만들어 상권을 강화하고 알리겠다는 프로젝트 등 청년들이 뭉쳐 낸 아이디어는 ‘세련된 도시재생’의 시작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_원슝)
(사진_북세통)
무엇보다 살펴본 프로젝트들은 모두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문화를 제일 격렬하게 접하는 세대가 생각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이기도 했다. 트렌드를 최대한 쉽게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자 트렌드 자체인 어플과 스마트 아이템의 단순한 활용으로는 사실 도시재생의 최대 발전을 일으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디어가 도출된 그 배경에 ‘세대 연결, 주민 소통, 도시의 문화 형성’이 자리잡았기 때문에 도구로 활용될 어플, 스마트 아이템, 웹페이지 등의 존재가 명확해졌다. 특히나 조치원이 가진 ‘도시 간의 정거장’ 이미지는 이 배경과도 밀접했다.
(사진_Syaibatulhandi @pixabay)
우리는 늘 도시를 떠올리면 ‘서울’을 생각하고, 어찌됐든 서울에서의 삶이 도시에서의 생활이라 여긴다. 그러나 도시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일 뿐, 어느 한 곳이 정답인 키워드가 아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삶이 교류될 수 있는 가치는 가진 곳이라면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도시엔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가치들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이란 사람의 가치, 교류, 소통, 공감, 차이의 이해를 업고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건 청년들이 미래를 그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도, 이미 여러 해를 살면서 삶의 노하우를 가진 세대들의 과거를 회상하는 과정에서 발전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조치원에 많은 세대의 사람들이 모이길 바란다. 조치원 도시재생의 프로젝트가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진행되고 조치원에서의 삶을 지속해나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이 된다면, 조치원이라는 도시는 반드시 눈에 띌 것이다.
삶의 정거장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