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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 활기를 더할 청년들의 이야기

작가 (라예진)_세대격파, 도시곰돌이, 세종대왕, 조치원해유팀 과의 만남

조치원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본 KTX 매거진 글이 인상적이었다. 지방 사회를 살리기 위해 청년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청년 지원단과 함께 청년들에게도 매력적인 지방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관한 글이었다. 어떻게 하면 청년에게 매력적인 관광지로 어필할 것이며, 더 나아가 그들의 삶의 공간으로 터를 잡고 살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특히 이색적인 지역 양조장 체험활동, 다양한 체험이 있는 한 달 살기 프로젝트, 지역 관광지 SNS 홍보 등 재기발랄한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요즘 젊은이들의 감성에 직접적으로 파고드는 색다른 시도가 마냥 감탄을 자아냈다.      


그래서 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6기와의 만남은 기대가 컸다. 조치원이라는 공간, 그리고 원주민들과 직접 부딪히고 호흡하면서,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수정했을 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조치원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가능성을 엿보고 어떠한 청년다운 아이디어를 보여줄지 궁금했다. 우리는 줌(ZOOM)으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조치원 도시재생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조치원 상권 도시재생을 주제로 활동한 총 4개 팀 (세대격파, 도시곰돌이, 세종대왕, 조치원해유)과 대화를 나눴다. 처음에 그들의 사뭇 진지한 태도에 놀랐다. 단순히 조치원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감상한 나와는 차원이 다른 현실성이 있었다. 실제로 하루하루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피부로 느꼈을 직접적인 고민이 그들 말 속에 뚝뚝 묻어났고, 조치원 도시재생은 더 이상 멋진 이상이 아닌 철저히 현실과의 조우를 동반해야 하는 진지한 주제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조치원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발견했으며, 무엇을 상상하게 되었을까?      

4개 팀이 발표하는 내용은 흥미 그 자체였다. 조치원 전통시장 도시재생을 위한 진단과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세종대왕팀은 전통시장 내 ‘조치원 테마거리’ 활성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우선 ‘눈에 잘 띄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나도 동의하는 바였다. 나 역시 모르고 지나갈 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활성화를 위해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전방위적 홍보를 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상권 번성을 위한 아이디어로는 ‘복숭아 코인’을 이야기했다. 통인시장의 엽전처럼, 테마 거리에서 출발해 길거리 음식 가게들까지 하나의 가맹점으로 묶는 체계성을 제시했다. 조치원의 명물이자 마스코트인 복숭아를 활용한 코인도 귀엽게 다가왔다.               

조치원해유팀의 아이디어도 신선했다. “일본의 특정 지방에서만 맛볼 수 있는 벤또처럼, 조치원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복숭아 도시락 패키징을 구상하고 있어요.”     

설문 조사를 통해 시장을 찾는 주된 이유가 시장의 정취와 먹거리 체험임을 알게 됐고, 세종 전통시장은 즐길 요소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고안한 아이디어였다. 대학 시절 일본 지방 철도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 역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지역 특산 벤또 체험이었다. 지역 특산물들로 구성되었고, 무엇보다도 다채롭고 귀여운 디자인에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러한 일본 지방 여행을 벤치 마케팅한 아이디어가 매우 현실성있게 다가왔다. 나도 일본 지방 여행을 했지만 이렇게 아이디어로 연결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고, 그들의 창의적 적용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시장의 먹거리와 반찬을 활용한 재구성, 그리고 SNS의 홍보까지 고려한 도시락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됐다. 학부 시절에 지방 자치와 관광에 일찍부터 고민을 시작한 나라가 일본이라, 우리나라 지방 연구가들이 일본의 사례를 많이 참조한다는 교수님의 설명이 문득 생각났다. 좀 더 심도 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산을 위해 다양한 해외 사례를 청년들에게 꾸준히 제공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 내에 웰리스 센터를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요?”     


도시곰돌이 팀의 아이디어였다. 조치원 전통시장의 주 이용층이 노년층임을 착안해 현실적으로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건강 증진 센터인 웰리스 센터를 시장 안에 들여놓자는 것이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매력적인 아이디어였다. 시장이 다양한 문화 시설을 겸비할 때 더욱 매력도가 올라가고 시장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세대격파팀은 조치원 상권에 청년과 청소년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학과 고등학교를 연합한 동아리 구성을 제안했다. 흔히 대학 연합동아리는 들어봤어도,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한 데 어울러진 동아리 구성은 생소하지 않은가? 하지만 실질적으로 조치원에 오랫동안 산 고등학생과 조치원의 풍부한 대학생 자원을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꽤 설득력 있었다. 대학생들은 조치원 토박이로부터 좀 더 생생한 조치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고, 고등학생들도 대학생 멘토들과 함께 지역 사회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현장 학습의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팀원들로부터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전반적인 감상들도 들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직접 부딪히면서 느낀 생생한 경험의 파편들이 사실 조치원 청년 프로젝트의 현재이자 미래를 위한 토양이 될 것이다.         

“시장 상인들의 경계하는 태도가 가장 당황스러웠어요. 우리는 의욕적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도시재생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려고 했으나 그들은 왠지 시큰둥했죠. 청년들은 한때 지나가는 뜨내기라는 생각이 있을까요? 적어도 도시 재생에 대한 공감이 부족해 보였어요. 지자체나 청년들이라는 외부 주체가 도시재생에 열을 올려봐야, 상인들과 원주민들의 공감과 동의가 없이는 원동력을 얻을 수 없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죠. 그들의 공감과 자발성을 기반으로 한 아래로부터의 도시재생의 모델이 왜 중요한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학생들의 감상 중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에는 이상을 가지고 의욕만으로 참여했으나, ‘점차 청사진만을 마음껏 그리는 백지도가 아니라, 그곳의 원주민, 그리고 지역 문화와 조금씩 조율해야 하는 섬세한 작업’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점차 원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도시재생으로 아이디어가 구체화 되었다고 고백했다. 이 묵직한 감상에서 그들의 도시재생에 대한 진지함과 생각의 발전이 느껴졌다. 장년층과 청년층의 상생과 조화라는 도시재생의 이상적인 그림이 현실 속에서 조금씩 표현되고 있었다.     

 

대화를 거듭할수록 그들이 점점 조치원에 애정을 느끼게 되고 실질적인 조치원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느껴졌다. 장대하고 거창한 계획이 아닌, 삶의 후미진 현장에서부터 신선하게 바꿔 삶의 기운이 다시 흐르게끔 하는 노력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조용히 청년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미 그들의 아이디어에 정확히 미래를 지목하는 힘이 있었다. 쉽지 않는 여정이겠지만 청년들의 작은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고 응원해준다면 조치원의 더 큰 발전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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