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조치원 도시재생, 근데 이제 청년을 곁들인

작가 (성노들)_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6기

청년이란 정말 독특한 세대다. 기존의 관습을 엎어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이 없다. Z세대, 밀레니얼세대, X세대 모두 저마다의 청년 시절엔 같은 특징이 있었을 거다. 요즘 청년으로 분류되는 Z세대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친숙했기 때문인지 엄청난 데이터 속에서도 각종 정보를 찾는 데 능숙하고, 그러면서 유행도 빠르게 바뀐다. 어쩌면 ‘유행'이라는 게 없는지도 모른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자기의 취향과 맞는 것을 적극적으로 찾고, 그걸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하면서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자기만의 확고한 스타일과 세계를 구축한다. 


네모 반듯한 아파트, 비슷비슷한 주거공간에서 자라온 청년들에게 ‘공간'이 주는 즐거움은 특히 강하다. 마음에 드는 장소가 있다면 어디든 가고, 특히 다른 사람이 알기 전에 먼저 보물같은 곳을 발견하고 소개하는 데 일종의 성취감을 느낀다. 


청년들이 찾는 곳은 서울이든 지역이든 제한이 없는데, 근처에 대학교가 있어 이미 청년들을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하기 좋은 조치원엔 도대체 왜 청년들이 모여들지 않는 걸까?


“아, 정말 놀 게 없어요. 잘 놀 수 있다면 찾아서라도 가죠. 거리가 문제가 아니예요.”


조치원에서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이든, 조치원에 한번쯤 관심을 가져봤던 청년이든 하나같이 하는 말은 조치원엔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는, 지역의 특색과 이야기가 담긴 공간들이 로컬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이 기회가 너무 아깝다. 청년들이 내세운 도시재생의 해법은 그래서 하나같이 ‘잘 놀고 싶은 마음'이고, 그러면서도 지역에 도움을 주는 선순환이다.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가는 그 다음 문제. 조치원에서 청년들이 찾고 싶은 즐거움이 무엇인지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낸 세종조치, 라온, NEW치원 팀을 소개한다.



세종조치: 조치원 복숭아 축제

조치원의 특산물이 복숭아이고, 매년 복숭아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세종조치는 바로 이 문제에서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청년이 주도하는 복숭아 축제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공유주방을 통해 조치원 특산물 복숭아를 활용한 음료, 스낵, 베이커리류를 개발하고 주민과 청년이 합동으로 다양한 체험부스를 여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복숭아 막걸리 시음회, 복숭아 디퓨저 체험, 복숭아 글씨체 공모전, 이색 포토존 설치 등이다. 조치원이 그저 지나치기만 하는 경유지가 아니라 청년들의 감성을 자극할 ‘복숭아 도시'로 종착지의 이미지를 확립하겠다는 포부가 담긴 아이디어다. 사과나 배, 감귤로 유명한 지역은 있어도 ‘복숭아'로 유명한 지역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조치원이 그 자리를 빨리 선점할수록 유리해보인다.


라온: FoRest

라온은 조치원의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로 청년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놀거리와 쉼터가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기에 기후위기로 인해 친환경에 큰 관심을 갖는 청년들의 특징을 반영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청년들의 쉼터가 되어줄 카페를 만들어 생분해성 컵과 빨대 등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그릇 기부 이벤트, 나만의 텃밭 조성 등 차별화된 환경 이벤트를 진행하는게 특징이다. 조치원 재래시장 내 청과상인들과 협업해 싱싱한 과일을 제공받고, 청과 매장에서 과일을 구입하면 카페에서 할인을 해주거나 손질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도 독특하다. 디지털에 친숙한 세대인만큼 앱을 활용해 포인트 적립, 예약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봉사 또는 이벤트 정보를 제공한다는 아이디어도 있다. 주민과 상인에게는 쉼터 및 일자리 창출, 거리와 상권 활성화라는 이점이 생기고, 방문객들은 놀거리를 제공 받고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 전체의 경제가 활성화 되고 긍정적 이미지가 생겨난다는 것이 라온이 그려본 그림이다. 


NEW치원: 세종전통시장의 디지털화

NEW치원은 세종전통시장 자체를 활성화하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 어떻게 하면 전형적인 시장의 모습에서 벗어나 세종전통시장 만의 특색을 갖출 수 있을까. 장본 후 배송 서비스, 모종 지급 시장, 조치원 테마거리 조성, 스탬프 투어, 토큰발행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청년들이 시장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편의성'이 핵심이다. 다양한 아이디어 중 여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 바로 세종전통시장 사이트 또는 앱을 설계하고 이를 QR코드로 홍보해 청년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사이트 내에는 크게 세종전통시장 약도, 타임세일 정보, 축제 또는 행사 소식을 카테고리화 해서 정보를 제공한다. 소비자가 시장 관련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시장 이용의 편리성이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젊은 소비자들이 유입된다는 계산이다. 판매자는 운영 점포 소식을 빠르게 업데이트하고 타임세일을 통한 남은 재고 정리, 광고 효과 등을 얻을 수 있다. 연령대가 높은 시장 상인들이 직접 정보를 업로드 하도록 하는 것보다, 청년을 고용해 상인들에게 받은 정보를 대신 관리해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조치원역, 버스정류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QR코드를 설치해 홍보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우리가 흔히 어떤 타겟을 고려해 전략을 짤 때 가장 어려운 순간은 ‘타겟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모르는 데서 온다. 조치원 도시재생의 목적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청년의 유입과 상권의 활성화가 그 목적 중 하나라면 청년이 먼저 답을 준 지금 이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실행의 어려움은 관에서 도움을 주고, 지역주민이 마음을 열고 협업의 물꼬를 터준다면 ‘청춘조치원’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멀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스마트한 도시를 꿈꾸는 조치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