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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청년들이 조치원에 모여 토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 (안상현)_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6기

조치원역 주변을 거닐다보면 가끔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청년들을 마주한다.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꼼꼼하게 살핀다. 단속하는 공무원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이 지역에 사는 학생들로 보이지도 않는다. 더욱 이상한 것은 상인들에게 설문지를 나누며 그 분들 말씀을 놓치지 않고 듣는 모습이다. 이처럼 낯선 청년들이 조치원에 자주 모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청년들의 정체는 이번에 6번째를 맞이한 제6기 도시재생 청년서포터즈들이다.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들로 구성되었는데, 3월 한달 동안 접수를 받고, 그중 337명이 최종 선발되었다. 스마트시티, 주민공동체, 상권1, 그리고 상권2로 활동분야로 세분되어 5명 1팀으로써 총 66개팀이 결성되었다.      


각 팀들은 3월 22일부터 6월 18일까지 13주 동안 임무를 수행한다. 주요 임무는 도시재생을 홍보하는 것과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치원 현장을 방문하여 상인들과 관계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시선으로 지역 현황을 파악한 후 문제점들을 도출한다. 또한, 줌(ZOOM)을 활용하여 매주 온라인 회의를 통해 도출된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였다.      

필자는 66개팀 중 ‘두잉두잉’, ‘그린수프’, ‘가온누리’, 그리고 ‘2021’ 등 네 팀을 온라인에서 만났다. 직접 발로 뛰며 활동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었다. 오랜만에 기차를 탈 생각에 너무 신이 났는지 용산역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멀미와 사투를 벌이기도 했지만 준비한 간식을 서로 나누면서 현장답사 동선을 정리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세종전통시장을 방문하여 소문으로만 듣던 분식 맛집인 ‘사리원면옥’에서 맛있는 떡뽂이, 순대, 그리고 꼬마김밥을 맛본다. 햇살 가득한 뷰 카페에서 ‘여민전’이라는 지역화폐로 결제한 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들이킨다. 휴식도 잠시, 현장 전문가와의 회의를 위해 내용을 정리하기 위하여 열띤 토론을 펼친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조치원역 인근 도시숲 산책로를 걸어서 생활문화거점시설과 상인지점거점시설을 방문했다. 드디어 도착한 상생협력상가. 미리 준비한 아이디어를 지역 전문가에게 설명드리고, 생생한 피드백을 받는다. 현장 답사한 자료와 피드백 받은 내용을 보완하며, 쉴틈없이 다음날 있을 온라인 회의를 준비하는 청년들.      

가장 바쁜 시험기간 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어 아이디어 회의를 주최하고,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며,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해결책을 고민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순수한 열정과 도전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13주간의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는다. ‘2021’팀은 현장을 둘러보고 대표적인 볼거리 부족과 도로와 인도의 구분이 모호한 점 그리고 거리의 조명이 부족하여 어두운 밤 거리를 발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는 바로 ‘스마트 펜스’를 설치하는 것이다.     


펜스 자체가 볼거리가 되며, 조명을 대신해 어두운 조치원의 밤거리를 환하게 밝혀준다. 도로와 인도를 구분하는 펜스와 LED 디스플레이를 합쳐 안전한 거리를 조성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 펜스를 설치하면, 행사와 정책에 관한 홍보 문구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낮에는 홍보물이 걸리는 펜스로, 저녁엔 다양한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조명으로 변신하는 아이디어다.     


같은 도로와 거리를 둘러보면서 또 다른 아이디어를 구상한 ‘가온누리’팀. 평일 점심과 저녁 시간대 그리고 공휴일 오후 등 다양한 시간대에 현장을 방문하는 정성을 보인다. 이 팀은 불법주정차 문제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관심을 모았다.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열띤 토론이 오고간다.     

ICT 기반 센서를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통해 불법주정차 문제에 접근했다. 차량감지장치 신호를 CCTV와 연결하여, 스피커를 통해 불법주차 차량에게 안내 방송을 한다. 게다가 과속단속카메라와 연계하는 활용방안도 차별화된 아이디어다. 단순히 단속에만 그치지 않고, 인근 주차장을 안내하는 정보와 주차 현황을 숫자로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여 합법적인 주차를 유도한다는 생각도 눈에 띈다.     


세 번째 ‘그린수프’팀은 지역에 도움이 되는 앱 개발에 아이디어를 모았다. 우선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실질적인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함이다. 상인들이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제아무리 도움이 되는 앱을 개발하여도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상인들에게 실제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도출한다.     


이를 위해서 두 가지 방향으로 고민했다. 첫 번째는 편리하고 유익한 앱 개발이다. 오늘의 시세, 마감세일 등 검색에 도움이 되는 내용과 지역정보 및 정책정보를 담은 정보란을 앱으로 제공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두 번째는 모바일 기기 사용에 취약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휴대폰 앱 사용법과 결재시스템인 키오스크 사용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마지막 ‘두잉두잉’팀은 앞선 세 팀과 다른 주제에 관심을 갖는다. 바로 건강이다. 조치원 인구통계에 의하면 65세가 고령자 인구가 많으며, 또한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건강에 쏠리는 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는 산책 어플리케이션 개발이다. 일명 ‘산책조치’ 앱이다.     


대한민국 중장년층이 원하는 취미활동 1위는 등산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산책을 자주 하고 싶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이런 상황을 모두 고려하여 다양한 산책 코스를 제공하는 앱을 개발하는 것이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홀로 남겨지는 노년층을 위한 커뮤니티도 개설하여 마음 맞는 사람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며 산책의 재미를 높일 수 있다. 끝으로 지역 활성화 차원에서 앱과 연동되는 가맹점을 모집하여 건강과 홍보를 동시에 노려보는 아이디어다.     


3월 처음 모였을 땐 막막함에 부딫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을 둘러보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며 서서히 눈이 뜨였다. 미숙하지만 중간과정을 나누고 발표하며 점점 다듬어간다. 조금씩 관련된 정보가 쌓이면서 어느 순간 현장의 문제점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이가 젊은 것이 청춘이 아니라 도전하는 자가 청춘이다.’라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아직은 다양한 사회경험이 부족하다는 장해물을 멋지게 디딤돌로 삼고 도약하는 청춘을 보았다. 이 주인공들은 청춘 조치원을 만들어가는 도시재생 사업을 위한 아이디어와 홍보를 책임지는 청춘 서포터즈이다. 앞으로 이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어느 날 낯선 청년들이 조치원역을 거닐고 있다면 슬쩍 응원의 인사를 나누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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