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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작가(하리하리) - 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5기


도시재생

 - 하리하리 작가 -


  최근 전국적으로 부동산, 특히 집값이 치솟고 있다.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서울만 집값 상승의 대상이다가 점차 경기권으로 넓어졌고, 이제는 전국 주요 지역들의 집값 상승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 도달했다. 집값 격차를 줄일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도시재생사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외지인들이 방문하고 싶은 도시가 되어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렇게 미래 가치가 높은 도시재생사업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도시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도시재생이다. 국내에서는 그 선배 격의 역할을 하는 곳이 서울이다. 그러나 서울 도시재생사업은 시행 6년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리를 덜 잡은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원주민들은 도시재생을 포기하고 공공재 개발로 전환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일단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이 원주민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도시재생을 다른 말로 도시 업사이클링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 사업을 운영해 온 방식을 보면, 지역 원주민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일례로 창신·숭인 도시재생을 위한 마중물 사업에 들어간 200억원 중 125억 가량은 봉제 역사관, 백남준 기념관 등 '건물 신축비'로 쓰였다. 주민 대부분은 이와 같은 기념관들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사에서 확인했다. 주민들이 원하는 건 재개발이다. 일단, 자신들의 주거 질이 향상돼야 하는데, 문화란 미명 하에 이들의 삶은 오히려 억압받고 있다. 이와 같은 하향식 의사결정을 거치고 나서 진행한 도시재생 사업이 생명력을 유지할 리 만무하다. 서울보다 먼저 도시재생사업에 발을 들인 부산 감천문화마을만 해도 그렇다. 관광객들은 많이 찾고, 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관광객들의 볼거리를 제공해 주기 위해 원주민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일단 현재 우리나라에서 도시재생을 바라보는 관점은 옳다고 본다. 도시를 구성하는 공간들을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 하에 도시의 주요 공간들을 업사이클링해 매력적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건 좋다. 하지만, 순서가 잘못됐다. 그전에 주민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해야 한다. 사실 이게 도시재생의 근본적 목적이니까. 일단 대부분 도시재생의 대상이 되는 지역들은 낙후돼 있다. 즉, 인프라 개선이 먼저여야 한다. 그런데, 먼저 도시재생을 실시한 곳들을 보면,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라는 다소 감상적인 굴레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외지인들에게 매력적인 방문지로 자리매김했는지 모르지만, 주민들로부터 그 효과를 인정받지 못하니 잡음이 많이 일 수밖에 없다.     


 공간 업사이클링이 본래 도시재생이 갖고 있는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더라도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다면, 1차 목적은 달성한 셈 아니냐는 항변이 나올 수 있다. 그다음이 중요하다. 그렇게 끌어올린 가치로 인해 발생한 파이를 주민들에게 제일 먼저 나눠줘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의 실질적 주인은 지역민들이기 때문이다. 원주민 삶의 질 향상이 바로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원주민 위주의 수익 분배만큼은 꼭 이뤄져야 한다. 그것도 없다면, 도시재생이란 말을 함부로 붙여서는 안 된다. 이는 그냥 사업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 사업이 삐그덕 대고 있는 데 반해, 외국은 도시재생사업을 성공적으로 영위해 이미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사례가 많다. 몇십 년에서 많게는 몇백 년 전에 다른 용도로 쓰이던 낡은 시설들을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유럽,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일찍부터 이를 고민했고, 그 고민을 담은 변화로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똑같은 도시 업사이클링인데, 왜 결과가 다를까? 둘이 집중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고용 창출 효과 등 수치, 즉 결과에 집중한다. 이는 오래된 한국의 전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자세가 그동안 한국의 빠른 성장을 이끈 건 사실이다. 결과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통은 인내하기를 권고한다. 하지만, 서구권은 우리보다 성장의 역사가 훨씬 길다. 그래서인지 과정에 집중한다. 그들에게도 결과는 중요하다.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기다릴 줄 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도 소중한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도시재생을 얘기할 때, 스토리텔링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들 하는데, 여기서 한국과 서구권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야기가 없이 관 주도로 시행되는 도시 업사이클링은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스토리로 감동을 주려면, 우리가 용인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으로 스토리가 구성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생각해 봐라. 누가 호텔 안에서 죄수복을 입은 종업원들의 서비스를 받을 것을 생각했으며, 가스 저장탱크가 다이빙센터의 역할을 할 거란 걸 생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이게 나오니까 충격적인 거지, 결과물이 나오는 데 활용되었던 기존 건물의 구조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충분히 그런 변신이 가능할 거라는 계산이 선다.     


 그렇다고 쉽사리 이 사업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문화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나라 아닌가? 고유의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다른 나라에서 시작된 콘텐츠를 재해석해 한국적인 옷을 입혀 역수출하는 케이스도 다수 있었다. 또, 얼마나 흥의 민족인가? 한 번 분위기를 타면, 우리 안에 있는 잠재력을 극대화시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 왔다.     


 지방자치단체에게 기대하는 바는 하나다. 철저하게 상향식으로 이를 진행하기를 바란다는 거다. 수치적인 결과부터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내부적으로 책정해 놓아야 하는 기준이나 목표,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먼저가 되면, 똑같은 비극을 반복하게 되는 셈이다. 재기 발랄한 청년들의 가능성을 믿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 청년들이 원주민들과 하나하나 머리를 맞대 자신들의 가능성을 누구의 제어도 받지 않고, 현실로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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