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오플랫폼 Jun 02. 2022

추억을 리폼해 드립니다

어머니의 도마

목공을 시작한 지 서너 해 되었을 즈음이다.

주말에 시골집에 갔더니 어머니가 쓰시던 도마를 마당에 내놓으셨다. 일전에 새로 만들어 드린 도마로 바꾸셨나 보다.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께 이 도마 가져갈게요 했더니 의아해하신다. 그리 낡은 도마는 가져가 무얼하려냐는 눈빛이시다.


공방 작업 테이블에 올려놓고  차 한잔 하며 바라보니 괜스레 마음이 짠하다. 우리 어머니 저 도마로 맛있는 거 많이 해주셨지.


 그러다 어머니 연세를 생각해보니 다시 이런 도마 내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칼질도 어려우시고 조그만 움직이셔도 어지럽다 하시는데  이런 도마 또 보기 어렵겠구나 하는 마음에 버리지 말고 내 곁에 두고 싶었다.


어떻게 곁에 둘까 하다가 도마를 의자로 리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의자 다리는 소나무로 하면 잘 어울리겠는데 이왕이면 소나무 곁을 태우고 솔로 문질러서 나무가 만든 세월의 굴곡을 보여주면 어머니의 낡은 도마와 좋은 짝이 되겠다.


도마도 깨끗이 씻어 말린 후 테두리 곰팡이 진 곳은 테이블 쏘로 잘라내고 너무 거친 부분은 샌딩 작업도 해주었으나 어머니의 칼자국이 남아 있도록 신경을 썼다.  그리고 오일을 입히고 말리기를 사나흘 하여 다리와 조립하고 보니 의자로써는 폭이 좀 좁아서 아쉬우나 그래도 목공이 취미라 엄니 도마 안 버리고 리폼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디에 둘까 하다 어머니 손길이 좀 더 쌓이기를 바라는 마음에 시골집에 가져다 두었다.

매주 볼 때마다 더 야위어 가시는 어머니와 얼마나 더 같이 할 수 있을까

어머니 뵙고 돌아 올라 치면 늘 내 등을 만지시며 말씀하신다.


"얼굴 보니 좋다. 니 얼굴 보니 참 좋아" 





공방 앞에 "추억을 리폼해 드립니다"라고 붙여 볼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나무도마 관리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