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오플랫폼 May 09. 2022

캄포 나무 / 도마



나이 먹고(?) 시작한 일 중 가장 잘한 게 요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 요리라고 해서 셰프처럼 대단한 걸 말하는 건 아니다. 그저 내 주변 사람들이 그저 즐거워해 줄 정도임에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먹방 TV도 즐겨 보게 되고 요리 유튜브도 몇 개씩 구독하게 된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요 셰프들이 요리할 때 실리콘 도마나 플라스틱 도마를 사용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도마 보기가 참 어렵다. 약속이나 한 듯이 나무도마로 바뀐 것이다. 이제는 나무도마가 확실한 대세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이유가 있다. 미 농무부 주관 도마 연구(1993년 미 위스콘신대학 클리버박사팀 연구)에서 플라스틱 도마보다 나무도마가 위생적으로 훨씬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기존 플라스틱 도마가 위생적 측면에서 안전하리라는 고정관념이 과학적 연구로 뒤집힌 것이다. 나무도마는 스스로 멸균 작용을 하여 식중독균조차 살지 못한다는 것이 연구 핵심이다. 이 연구 결과 발표 후 미국 여러 매체에서 이에 대해 다양하게 다루었고 나무도마로의 이전이 급속히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 플레이팅 도마로 플레이팅 하기 -



사실 플라스틱 도마의 가장 큰 문제는 위생도 중요하지만 쓰면 쓸수록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여 우리 몸속에 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체에 흡수한 미세 플라스틱의 90%는 자연배출되지만 일부는 몸속 세포까지 도달하여 세포를 자극하여 염증을 일으키고 환경물질을 전달하고 균들의 이동 매개체가 되는 점이 플라스틱 도마의 가장 염려스러운 점이다. 비단 플라스틱 도마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미세 플라스틱이 역습으로 염려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으니 굳이 매일 사용하는 도마로 이런 염려를 더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 미세 플라스틱 Unsplash의 dan lewis 사진 -

 

도마를 만드는 일은 참 단순해 보인다.

나무 판재 네모 반듯하게 잘라서 사포만 하면 되지 않느냐고 일반적으로 물어보신다. 그런데 가끔 공방에서 진행하는 도마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해 보면 그리 쉽지만은 않다고 금방 알게 된다.     

자! 이제 도마용 판재 한판 들고 공방으로 올라가자


도마 만드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 목재 선택 및 구입

- 도마 디자인 및 재단

- 평 잡기

- 샌딩 하기

- 오일 작업

- 완성     


목재는 하드우드와  소프트우드로 나뉘는데 도마의 쓰임에 따라 목재를 고르면 된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소나무, 편백나무, 캄포 나무 등이 소프트우드이고  월넛, 티크, 메이플 등이 하드우드이다.

소프트 우드 도마재는 칼을 잘 받아 주므로 손목의 부담이 적고 칼질도 용이하다. 또 칼날의 마모도 적은 편이나 단점으로 칼집이 나기 쉽다는 점이다. 하드우드 도마재는 소프트 우드에 비해 칼집이 적지만 칼날이 쉽게 마모되고 장시간 도마 사용 시 팔에 무리가 온다는 단점이 있다.


- 목재의 종류 -


도마재 구입 방법은 인터넷 나무 관련 카페에서 대패까지 다 마친 도마 재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이렇게 구하면 생각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나 사포 작업과 오일링 작업을 스스로 해야 하는 과정이 관련 지식과 장비가 없으면 불편할 수 있다


오늘 도마재는 캄포 나무이다. 원산지는 동남아, 중국, 우리나라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녹나무라고 한다. 지인이 제주산 녹나무를 조금 보내준 적이 있어 공방에 두고 다음날 공방에 올라갔을 때 그 향이 정말 진한지 공방 전체에 마치 파스를 뿌린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물파스의 성분 중 일부는 캄포 성분이다. 이 캄포 성분이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여 도마재로 좋은 나무로 평가받는데 일조한 것이다. 


- 캄포 나무 -



오늘의 도마재는 캄 포이나 소나무 또한 도마재로서 아주 좋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미 농무부 주관으로 위스콘신-메디슨 대학의 두 과학자 클리버와 에크는 연구를 통해 나무 표면이 병원균에 의한 오염을 없애는 데 가장 우수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아홉 가지의 다른 종류의 나무와 네 종류의 플라스틱, 그리고 고무로 된 도마를 대상으로 조사 연구한 결과 언제나 나무가 우수하다는 것을 밝혔다.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나무는 소나무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각설하고 도마용 판재를 고르고 구입에 성공했다면 도마 디자인을 해야 한다. 사실 가장 실용적인 도마는 네모반듯한 도마이나 플레이팅(plaiting)용으로 쓴 다면 디자인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디자인이 끝나면 이제 도마재 위에 연필로 디자인을 그려 주고 밴드쏘로 오려준다. 밴드쏘가 없으면 직쏘로 오려도 되고 이마저도 없다면 줄톱으로 오릴 수 있으나 꽤나 인내심을 요한다.  



다 오린 뒤 표면을 고르게 해야 하는데(일명 평 잡기) 공방에서는 수압 대패, 자동 대패를 이용하여 평을 잡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손대패로 해야 하는데 사실적으로 무리이니 판재 구입 시 대패가 완료된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가격 차이도 그리 크지 않다. 


이제 샌딩의 시간이다. 샌딩 순서는 참죽나무 / 화병 편을 참조하고 사포는 400방까지만 하자. 더 이상 샌딩 하면 오일링 작업 시 오일이 나무에 잘 스미지 않기 때문이다. 오일은 온라인 마켓에서 도마 전용 오일로 검색하면 만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다. 나무도마는 최소 삼사 개월에 한 번쯤은 오일링 작업을 해줘야 좋다. 오일링 작업하는 방법은 도마 전용 오일을 천이나 스펀지를 이용하여 나무에 전체적으로 고루 펴 발라 준다. 이때 스펀지나 천으로 많이 문질러 주면 오일이 깊게 스며들어 좋다. 오일을 다 바르고 약 20~30분 후 나무가 다 먹고 남은 오일을 닦아내고 바람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려주는데 최소 2회 이상 오일링을 해주어야 한다. 오일링을 마친 도마는 물에 살짝 씻어서 사용하면 된다. 


- 도마 말리기 -


도마 전용 오일 대신 식용유나 들기름을 쓰는 경우도 있으나 이때는 산폐 현상을 주의해야 한다. 오일은 건성유와 비건 성유 즉 마르는 오일과 마르지 않는 오일로 나눌 수 있는데 비건 성유는 산페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산폐 현상이란 기름의 불포화 지방산이 산화에 의하여 불쾌한 맛이나 냄새를 나타내는 경우로, 공기 중의 산소가 그 원인으로 작용한다. 도마 오일 하나 사두면 오래오래 쓸 수 있으니 고민하지 말고 하나 사두면 좋다. 

    

도마는 어떤 도마를 사용하든 채소용, 육류용, 어패류 용으로 구분하여 쓰는 것이 좋다. 위생적으로는 나무도마 두 개를 쓰기를 권한다. 하나는 채소 전용으로 쓰고 하나는 양쪽을 구분하여 육류용, 어패류용으로 쓰면 안전하게 쓸 수 있다. 만약 도마가 하나밖에 없다면 채소, 육류, 어패류 순으로 사용해야 안전하다. 

    

다 쓴 도마는 부드러운 솔로 흐르는 물에 씻어 잘 말려주면 된다. 다만 육류나 어패류 도마는 식초를 넣은 미지근한 물로 잘 씻어 말려 주자. 이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다면 도마 전용 클리너가 또한 오픈 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도마는 스스로 멸균 작용을 한다는 것도 잊지 말자. 다만 오래 사용하여 칼집이 깊게 났다면 이때는 도마를 교체하던지 비싸게 구입한 좋은 도마라면 근처의 목공방에 수선을 부탁하면 새로 구입하는 값 보다 훨씬 저렴하게 새 도마로 변신이 가능하다. 집으로 돌아와 오일링 작업만 해주면 처음 샀을 때와 같은 도마가 된다.


가끔 나무 카페에서 좋은 무늬의 도마 감을 보면 본인도 모르게 구입하고는 한다. 이렇게 구입하여 시간이 날 때 도마를 만들어 두고 지인들에게 선물하고는 하는데 이때 도마 선택하는 법과 관리하는 법을 잘 설명해 드리면 의외로 좋아하신다. 도마에 대해 공부해 본 적이 없는 분이 대부분이라 처음 듣는 내용이 가족건강과 직결된 것이니 더욱 그러리라 생각한다.

                                                       


※캄포 나무

호주에서 우리의 아까시(우리가 흔히 아카시아라고 알고 나무의 바른 이름) 나무 취급을 받는 나무가 캄포 나무이다. 원래 중국, 한국, 일본, 동남아 등이 원산지인 캄포 나무를 19세기 초 호주에서 관상용으로 도입했는데 호주 동부의 따뜻하고 습한 기후에 잘 적응하여 대규모로 퍼지게 된다. 우리나라에 아까시나무가 도입되어 널리 번성했고, 이로 인해 우리 고유의 생태계가 파괴된다고 우려했던 것처럼 캄포 나무도 비슷한 취급을 받게 된 거다. 이런 이유로 호주에서 캄포 나무의 벌목이 장려되고 있으며, 때문에 캄포 나무 목재의 생산량이 많아졌다. 우리가 요즘 주위에서 호주산 캄포 나무 도마가 많아진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소나무 / 스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