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공 생활 첫 번째 난관은 스툴의 다리를 이루는 구조를 아는 것이었다.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다리가 알파벳 첫 대분자 A의 형태로 이루어지도록 네 개를 다리를 연결하는 방법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물론 목공방에 등록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혼자서 이 숙제를 풀고 싶었다. 왜냐고 물으면 아마 그걸 궁리하느라 떠나 있는 현실이 재미있었으리라.
어쨌든 잠자리에 누워서도 나무를 자르고 붙이고 심지어 꿈속에서도 자르고 붙였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어느 날 그 방법이 거짓말처럼 떠오른 것이다. 얼른 이걸 시도해보고 싶어 사무실 일과를 마치자마자 상사의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장으로 달려갔다.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깨닫고 "유레카"를 외쳤다는 아르키메데스의 깨달음처럼 들이닥친 방법이 딱 제대로 맞아 들어갔을 때 정말이지 희열을 느꼈다.
- 스툴 -
이걸 “복합각”이라고 부르는지는 한참 뒤에 알았고 각도절단기만 있으면 아무런 고민도 없이 할 수 있다는 것도 같이 알았지만 뭐 상관없었다. 만일 그때 내가 아무런 고민 없이 저 복합각을 자르는 법을 배웠다면 아마 지금쯤이면 목공 생활을 접었을지도 모른다. 인터넷 검색만 해도 뭐든지 척척 알 수 있는 세상에서 몰똘히 궁리해서 무언가를 스스로 알아 가는 재미를 그때 배웠다. 그런데 이 배움이 끝이 없다. 나무 자체의 성질에서부터 가구의 기본원리, 나아가 본인의 관심 분야의 확대 등으로 배워야 할 것이 끝이 없다. 그래서 더욱 즐겁다. 목공 하시는 어떤 분을 만나도 배울 게 있다. 때로는 필자보다 늦게 시작한 분에게도 배운다. 그래서 목공이 즐겁다.
그럼 스툴을 만들기 전에 스툴에 대해 조금 알자 보자.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인 스툴은 통나무를 베어 툭툭 잘아 놓고 앉던 데에서 출발했으리라 추측해볼 수 있다.
- 통나무 스툴 -
이 단순한 의자가 가장 다양한 형태로 세계 곳곳의 공방에서 또 DIY 목공인들에게서 각양각색의 디자인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쓰임도 다양해서 의자의 역할도 하지만 화분이나 장식물을 올려놓는 받침대의 역할도 스툴의 주요한 임무이다. 또 계속 서서 일하는 분들을 위해 엉덩이만 살짝 걸쳐 앉는 하이 스툴도 있다. 심지어 산책용으로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고안된 산책 스툴도 있을 정도이다.
- 여러 스툴들 -
하지만 스툴은 모양은 단순하지만 만드는 법은 단순하지 않다. 그 단순함으로 순간 하중이 1,000kg 넘는 무게를 지탱해야 하고 무게를 고루 받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하기에 스툴을 만들 줄 알면 모든 가구를 만드는 기초를 아는 것과 같다고 말하곤 한다. 스툴은 그 단순함은 많은 복잡한 계산과 작업을 거쳐 나온 산물이다.
자! 이제 공방으로 오를 시간이다.
나무 스툴 만들기
1. 다리 재단하기
2. 에이프런 apron(가구에서 수직의 지지재를 연결하는 부재) 재단하기
3. 다리 조립하기
4. 상판 만들기
5. 샌딩 하기
6. 상판과 다리 붙이기
7. 바니쉬 마감하기
동네 건재상에서 구입한 소나무 각재 중 다리는 일명 38 각재로 에이프런과 상판은 자투리 나무들로 스툴을 만들어 보자.
먼저 스툴의 높이를 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450mm 정도로 하나 필자는 440mm 높이를 좋아한다. 스툴을 주로 쓰는 층이 여성분들이다 보니 450mm은 좀 높다는 생각이다 총높이가 440이니 상판(엉덩이가 직접 닿는 동그란 또는 사각의 판재) 높이 20mm 빼고 420으로 자른다.
- 재단된 다리와 에이프런 -
이때 위에서 이야기한 복합각을 이용하여 잘라야 사면으로 고르게 경사가 진 안정된 다리를 만들 수 있다. 경사는 만드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주겠지만 7°의 경사각을 주기로 하자. 경사각이 작으면 안정성이 떨어지고 너무 많이 주면 푹 퍼져 보여서(?) 여러 각도로 만들어본 결과 7°가 안전과 디자인을 고루 갖춘 각도라 생각한다. 이제 각도 절단기(각재나 폭이 좁은 판재를 정확한 각도로 자를 수 있도록 고안된 전기톱)를 이용하여 마이터각(좌우각)과 베벨각(상하각)을 각각 7°에 맞춰 420미리씩 4개 잘라 준다.
- 왼쪽 각도절단기 전체 모습, 오른 위 마이터각, 오른 하 바벨각 -
이제 다리와 다리를 이어 줄 부재를 잘라야 하는데 이 부재는 상판을 지지하는 위쪽과 아래쪽 두 개씩 총 8개가 필요하다. 일단 베벨각은 다시 0°로 원상 복귀시키고 마이터각만 7°로 유지한 채 자르면 사다리꼴 형태로 잘린다. 이때 사다리꼴의 아래쪽 길이 기준으로 140mm에 맞춰 4개 잘라주면 위쪽 부재는 완성이다. 이어서 200mm에 맞춰 4개도 자르면 아래쪽 부재도 끝이다. 이렇게 준비하면 상판을 제외한 모든 재료가 다 준비되었다.
이제 다리와 다리를 연결해 준다. 피스를 박기 전에 이중 비트를 이용해서 피스가 들어갈 자리를 미리 뚫어 준 후 피스로 연결해 준다. 미리 구멍을 뚫어주지 않으면 나무가 쪼개지기 쉽다. 피스 박기 전에 부재가 닿는 면은 목공 본드 발라 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같은 방식으로 다른 한조도 만들어 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 개의 세트를 다시 연결해주면 다리 조립은 끝이다. 이제 본드가 굳을 때까지 클램프를 이용하여 꼼꼼히 조여 준다.
- 이중 비트로 나사가 들어갈 곳을 미리 뚫어 놓는다 -
- 조립이 끝난 다리 구조 -
본드가 굳는 동안 상판을 만든다. 사실 상판은 원형의 형태로 온라인 상점에서 판매하는 곳이 많다. 오늘은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마음 편한 소나무를 이용해서 만들어 보자. 건재상에서 ‘한치 두치’라고 불리는 건축용 소나무 각재이다. 두께가 28mm 정도이고 폭이 56mm이니 집성해서 상판 만들기에는 딱이다. 지름이 300mm의 상판을 만들려고 하고 길이 300을 조금 넘게 6개 정도 있으면 된다. 각각의 면에 본드를 발라 역시 꼼꼼히 클램핑 하여 둔다. 본드가 완전히 굳으면 양면을 대패를 이용하여 평을 잡아 준다. 그리고 컴퍼스를 이용하여 지름 300mm의 원을 그려주고 직쏘( 톱날을 수직으로 왕복 운동하며 곡선 모양으로 목재를 자를 때 사용하는 전기톱)나 밴드쏘(띠톱)를 이용하여 오린다. 사포를 이용하여 잘 마무리한다. 더불어 다리도 본드가 잘 굳었으면 사포질로 마무리한다.
상판과 다리의 사포가 다 끝나면 8자 철물(나무의 수축과 팽창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된 철물)을 이용하여 연결해주면 드디어 스툴이 제 모양을 갖췄다. 이제 여기에 오염을 막기 위해 바니쉬나 오일을 발라 주면 스툴 만들기는 완성이다.
스툴은 잠시 쉬어가는 의자이다.
소파처럼 구조상 오랜 시간 쉬거나 잠들 수 있는 의자가 아니라 잠시 쉬기 위한 의자다.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파서 일어나야 한다. 등받이가 없기 때문이다. 잠시 쉬어가되 주저앉지 않고 한 단계를 마치고 다음 단계를 위한 ‘징검다리 쉼’이 담겨 있는 의자라는 생각이다. 이점이 바로 스툴의 최대 매력이다. 사람에게 쉬어간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거기에 젖어들면 나태해지고 오히려 더 피곤해질 수 있다. 스툴은 단순한 형태이고 간단한 구조이지만 쉬어가는 이에게 일어나야 할 때를 알려주는 첨단(?) 기능을 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스툴이 겸손하기까지 하다. 자신이 나설 자리가 아니면 한쪽에 물러나 화분을 받치거나 하는 조연의 역할도 훌륭히 해내며 식탁의자가 모자라는 긴급사태에는 주저하지 않고 사태 해결에 온몸을 던지니 스툴이 가르쳐주는 덕목이 결코 적지 않다.
※소나무
“소나무에서 나고, 소나무 속에서 살고, 소나무에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마을에 아이가 태어나면 솔가지를 꺾어 새끼줄에 꿰어 금줄을 만들었다. 이후 아이는 솔가지와 솔잎을 태워 난방을 하고 밥을 지어먹었다. 다 자란 소나무는 집의 기둥·서까래·대들보·창틀·문틀이 되었고 상자·옷장·뒤주·찬장·책장·도마·다듬이·빨래방망이가 되어 살림을 하도록 도와주었다. 나라에 기근이 들면 속껍질을 벗겨 굶주린 민초들을 살려 주었고 뿌리와 송화가루는 약이 되어 병든 이를 치료하였다. 심지어 송순주(松筍酒)·송엽주(松葉酒)·송실주(松實酒)·송하주(松下酒) 등 술의 원료로 쓰여 이 땅의 많은 애주가들의 풍류에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유명한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나무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 주위에 흔하디 흔한 소나무이지만 오늘 다시 돌아봐야 하고 다시 살펴야 할 우리의 나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