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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플랫폼 Jun 22. 2022

장마 속의 공방 풍경

주인이 직장에서 일하는 낮 시간 동안 공방은 뜨겁고도 조용한 여름을 견뎌낸다. 일을 마치고 공방 문을 열면  휘~~~ 하고 바람소리가 나는데 그 느낌이 마치 오랜 숨을 참은 해녀가 물밖에 나와 내는 소리 같다. 공방도 역시 문 활짝 열어 아침 공기를 들이고 가끔은 소란스럽게 기계소리를 내고 나무 먼지로 가득 찬  제 본래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 듯하다.



모레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연중행사처럼 공방의 목공기계를 청소하는데 장마철 앞에는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청소하고 기름칠을 해두지 않으면 장마철 내내 높아진 습도로 녹이 슬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관리 없이 당연한 듯 써오다가 모처럼 묵은 톱밥이며 기름때 제거하면 내 몸은 땀으로 뒤덮여도 마음만은 시원한 한줄기 바람을 맞은 듯 상쾌하기 그지없다.



공방의 초여름은 보리밥나무의 빨간 열매와 함께 익어 간다. 공방 마당 한켠에 비켜서 있는 보리밥나무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따먹는 이도 드물고 어쩌다 한두 개 맛보는 이가 있을 뿐. 그래서 다행이라는 듯 새들의 간식터가 되었다. 뜨거운 열기가 식을 대여섯 시쯤 되면 가지가지 새들이 찾아와 수런수런 하다. 더위에 지친 나에게 그 활기찬 모습이 주는 즐거움이 적지 않다. 문을 열고 보면 혹여 날아가 버릴까 창문 사이로 뻬죽이 내다보는데 몰래 보는 그 맛이 달다. 새들이 즐거이 먹는데 맛은 내가 느끼니 여름 공방 보리밥 열매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면사무소에서 2km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공방은 여름밤이면 온갖 밤벌레들의 성지가 된다. 주위 민가는 이른 저녁 취침에 들고 오로지 보안등과 공방만이 불을 밝히니 불빛 탐내는 밤벌레에게는 축제장이리라. 다만 번거로움을 못 견디는 주인 내 심정만 사나울 뿐. 그래서 장마가 온다니 한편으로는 목공기계 청소며 작년 큰비에 무너진 경계지 메울 일이 걱정이면서도 그 긴 비가 기다려지는 건 비 내리는 동안에는 밤벌레는 없고 어디선가 소리로만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들도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니 미워할 바는 아니지만 속 좁은 나는 그저 그들을 소리로만 만나고 싶은 거다. 이제 비가 내리는 밤이 되고 개구리 소리, 풀벌레 소리가 공방에 흐르면 음악은 틀지 않아도 된다. 이들의 화음보다 더 나은 음악을 아직까지는 접해 보지 못했다. 자연이 들려주는 음악에 취해 사부작사부작 나무를 다듬을 때만큼은 기계를 쓰지 않는다. 조용한 공방에서 나무 깎는 소리와 비 오는 여름밤의 하모니 이것이 공방 3경 중 으뜸인 장마진 날의 공방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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