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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플랫폼 Jun 27. 2022

보리밥나무

요 며칠 공방 보리밥나무에 손님이 늘었다.

한주 전만 해도 아침 녁과 해질 무렵에 몇 마리씩 찾던 새들이 이제는 낮으로도 부산하게 찾아온다. 보리밥나무 청이 기관지에 좋다는 공방 회원의 말에 아들 생각이 나 소쿠리 들고 보리수를 따다가 몇 개 먹어보고는 손님이 늘은 연유를 깨달았다.


한 닷새 전에 열매가 빨갛게 익었기에 따먹으니 텁텁한 맛과 신맛에 절로 얼굴이 미워진다. 이상하다! 어렸을 적에는 맛있었는데  그때는 먹을 게 없어서 그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 뒤로는 그 텁텁함과 신맛이 주는 기억에 먹어 볼 생각조차 안 했는데 오늘 먹은 보리밥은 어릴 적 내 기억 속의 그 맛이다. 그래서 새들이 많이 찾은 것이구나. 새들은 보리밥나무가 언제 맛있는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저 겉보기에 빨갛다고 익은 게 아니라 강한 볕에 속까지 익어 들어가야 제 맛이 든다는 걸 새들은 어찌 알았을까? 그러고 보니 새들이 먹기 좋은 가지 위쪽은 보리밥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높은 곳은 새들이 먼저 먹고 낮은 쪽은 인간들과 나누어 먹으려는 배려인가 아니면 높은 쪽에서부터 맛있게 익어가는 것인가. 어찌 되었든 키 작은 공방 주인 배려해서 낮은 쪽 열매는 남겨 준 새들에게 감사하다. 따다 보니 새들이 울며 지나가는데 마치 적당히 따라는 소리 같아서 얼른 소쿠리를 거뒀다.




오늘도 공방에 나와 배운 건

보이는 것과 그 실제는 다르다는 것, 진정한 단맛은 뜨거운 여름 볕을 온몸으로 견뎌낸 연후에야 나온다는 것,

그리고 새가 먼저 먹고 내가 먹어야 맛있다는 것이다. 아! 새가 먹을 때는 눈으로 맛있게 먹는 법도 잊지 말아야지.


명색이 공방 대표인데 공방에서 무언가 가르쳐 주는 것보다 내가 배우는 게 더 많으니 좀 한심한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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