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오플랫폼 Jun 29. 2022

쓸모없는 나무는 없다

직장 근처에 사시는 김씨 아저씨가 추워지면 쓰라며 화목을 주셨다. 김씨 아저씨는 시내 공단의 큰 공장에서 폐 파펫트를 얻어다 분해해서 야외용 탁자며 그네 등을 만드는데 솜씨가 참 좋다. 담배 라일락 한 보루와 소주 다섯 병 사서 감사의 인사 전하고 공방에 부려 놓았다. 추운 겨울날이 되면 이 화목만큼 귀한 게 어디 있으랴. 나무 짐을 부리다 이건 소품 만들면 좋겠다 싶은 건 한쪽으로 빼놓았다. 딱히 무얼 만들어야겠다고 정해진 게 아니라 그때그때 나무의 생김대로 컵 받침도 만들고 레이저로 글이나 그림 등을 새겨 플레이팅용으로 만들어도 좋다. 그저 생김대로 모양대로 잘 쓰면 된다




나무를 재단하고 남은 자투리를 땔감으로 쓰기 위해 한쪽에 모아 두는 곳이 있는데 하루는 지인이 찾아와 자투리를 보고는 써도 되냐고 묻는다. 어디에 쓸 거냐 물으니 자기는 쓸 곳이 많단다. 딱히 되묻지는 않고 건네주었으나 나한테 쓸모가 다했다고 모아둔 나무가 누군가에게는 쓰임이 된다니 나무를 쓰는 내 폭이 좁은 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했다.




이태 전 사무실 뒤꼍에 늙은 살구나무가 뒷 집 밭에 그늘을 만든다고 베어지는 신세가 되었다. 다행히 다 베지는 않고 큰 가지 몇 개를 잘랐는데 베어놓고 보니 가운데가 많이 상해서 마치 보트 모양으로 썩었다. 두어 번의 겨울을 보내고 올봄에 가보니 묵은해만큼 짙어진 외관이 매력적으로 변했다. 대충 흙 털어 공방에 가져다 놓았다. 너무 크지 않게 잘라서 캔들 홀더로 쓰면 참 잘 어울리겠다 싶다. 조만간 마음이 음직이면 만들겠지.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은 구별은 무엇인가? 


                                                          신영복의 처음처럼 / 당무유용當無有用

그릇은 그 속이 비어 있음으로 해서 그릇으로서의 쓰임이 생깁니다.
유有가 이로움이 되는 것은 무無가 용用이 되기 때문입니다.
찻잔 한 개를 고를 때에도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모양. 색깔. 무늬에 한정되어 있을 뿐 
그 비어 있음에 생각이 미치는 경우는 드뭅니다.


썩어서 못쓰고, 작아서 못쓰고, 커서 못쓰고, 두꺼워서 못쓰고, 얇아서 못쓰고, 굽어서 못쓰는 것이 아니라 그 쓰일 곳을 찾지 못하는 나의 안목이 더욱 성장해야 함을 뜻한다. 쓸모없는 나무는 없다. 사람도 그러리라.


작가의 이전글 보리밥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