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10분여 거리의 공방은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다.
근처가 대부분 밭이고 인가는 조금 떨어져 있으며 도로변이지만 차도 간간히 다닐 뿐인 곳이다
아침 7시 공방에 도착!
공방 마당은 풀이 참 많다. 풀과의 승부에서 항복한지는 이미 오래. 그냥 자연주의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갓 익어 시디신 보리수 몇 알 따먹고 문 앞 옛 항아리에 담긴 부레옥잠, 개구리 풀 잠시 감상한다. 여름날이면 부레옥잠을 사곤 하는데 올해는 이 친구들과 겨울나기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공방 안에 들어서 창문을 열고 몇 해 전에 만든 스피커에 음악을 태우고 커피물을 올린다. 커피물이 끓는 동안 아디안텀, 후마타, 소라칼라 등 고사리들의 상태를 살펴보고 뭔가 흡족해한다. 초보 식 집사 노릇에 스스로 만족한 것이다. 다시 몬스테라, 고무나무, 야자나무, 스키답서스, 아스파라거스 이끼볼, 이끼 테라리움과도 인사하다 보면 물이 끓은 지는 한참 지났다.
노트북 켜고 브런치 글 다듬는 사이 동쪽 창으로 해가 깊게 들어온다. 아침볕에 한층 이뻐진 실내 가든에 한참 눈길 주다 고민하던 글 발행하고 뭔가 안도의 한숨.
기지개 켜고 작업공간에 들어서 수압 대패, 자동 대패, 테이블쏘, 각끌기 등을 지나 공방 뒤꼍으로 나가 오늘의 나무를 고른다.
뭘 만들까?
만들 것이 있어서 나무를 고르는 것보다 그냥 나무를 보다 퍼뜩 뭔가가 떠올라 만드는 것이 좀 더 즐거운 일이다. 전자는 뭔가 의무라는 느낌이고 순간의 영감은 놀이 같아서 마냥 즐거워진다.
예전보다 폭넓어진 수압 대패에 기분 좋게 나무 올려 평 잡고 다시 자동 대패 치면 그때야 나무가 제대로 된 속마음 털어놓는다. 나무의 속 이야기 듣다 혼잣말하다 아! 혼잣말 하기 시작하면 늙기 시작했다는 뜻이라는데...... 뭐...... 어쩌랴. 목공 동호회원들 오신다.
회원님들 싸오신 쑥떡에 커피 한잔 더하고 지난 일주일 있었던 일 수다 떨다 각자의 작업에 몰입!!!
오전이 금방이다.
점심은 모처럼 온 가족이 앉았다. 여름 점심 시원한 비빔면에 삼겹살 두어줄 구워 같이 먹으면 세상 진미 안 부럽다.
또다시 공방이다.
이제야 온전한 내 시간. 한참 음악 속에 졸다가 작업 삼매경.
아! 시골 엄니한테도 갔다 와야 하는데...... 대충 정리하고 나서다 보니 공방 옆 밭에서 어르신들 일하신다. 얼른 냉장고에서 시원한 비타민 음료 꺼내 가져다 드리고 엄니 보러 출발.
아! 토요일
오늘 참 좋다. 내일이 일요일이라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