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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플랫폼 Jul 09. 2022

세 시간 배워  나무 만년필 선물하기

- DDong Son도 가능한 원데이 클래스 우든펜 -

큰일이다.

일주일 뒤면 사장님 통역사로 일본에 가야 한다. 큰일인 건 통역이 아니라 일본 쪽 부사장님 선물을 못 골랐다는 것이다. 일전에 뵈었을 때 받은 선물의 답례를 해야 하는데 무얼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인터넷 카페를 떠다니다 "우든펜"을 보았다. 나무로 만든 펜이라니 뭔가 감성이 물씬 풍겨진다. 게다가 이름도 새겨 넣을 수 있다니 "그래 이거다" 싶었다.


당장 연락을 했다. 

"저..... 우든펜 살 수 있나요?" 

"그럼요, 구입 가능합니다" 

"종류가 여려가지인가요?"

"볼펜도 있고 만년필도 있고 샤프펜슬도 있습니다"

그렇지. 만년필이면 부사장님께 드리기에 적당하다 싶다

"만년필로 하고 싶은데......"

"그럼 구입하실 건가요? 아니면 와서 만드시겠습니까?"

"네?!!!! 제가 직접 만들 수도 있나요?"

"네, 조금만 배우면 가능합니다"


세상에 만년필을 하루 정도 배우면 내가 직접 만들어 선물할 수 있단다. 내가 직접 만들어 선물하는 만년필 이라니. 일본 출발 3일 전 토요일에 약속을 잡고 공방을 찾았다. 인사 오래 할 시간이 없다. 오늘 내에 어떡하든지 만년필을 내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바로 원데이 클래스 돌입!!! 


"이게 우든펜을 깎는 목선반이고요, 나무를 이렇게 구멍을 뚫고 동관에 본드 묻혀 넣어 줍니다. 속도는 어쩌고 저쩌고.... 용어도 낯설고 기계는 더욱 어렵고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지났지만 선물하기에는 모양이 어설퍼 점심 먹고 다시 만들어 보기로 한다.


식당에 앉으니 그제야 제대로 된 인사.

저도 이제 막 목공에 발을 들였놓라고 뭔가 초심자의 수줍음으로 인사드리니 소탈한 성격의 목공 선배는 밥시간 내내 목선반 칼 쓰는 법이며 마감 법에 대해 차분히 설명해 주신다


점심 먹고 심기일전

목선반은 분당 3,000번의 속도로 돌고 내 머릿속도 비슷한 속도로 도는 듯했으나 목공 선배의 능숙한 가르침으로 드디어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어설프게 잘 깎여진 나무를 만년필 키트로 조립하고 보니 정말이지 그럴싸하다. 이걸 내가 만들었다고? 뭔가 신세계를 본 느낌이다. 화룡점정이라고 했던가, 이름까지 레이저로 새겨 넣으니 기품이 흐르는 듯하다



나무 샤프와 만년필


일본에서의 통역은 고된 업무였으나 일본 측 부시장님의 좋아하시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속마음인 혼네(本音)를 잘 드러내지 않고 의례적이고 배려적인 마음인 다테마에(建前)를 앞세우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에 비해 유난히 기뻐하시고 특히 직접 만들었다고 하니 매우 놀라워하셨다. 나중에 우리 사장님께 나를 칭찬하시는 말은 통역하기 참 민망하였으나 기쁜 건 사실이었다. 아! 우리 사장님 수제 만년필은 본인도 못 받았다고 아주 조금 서운한 표정이다. 


이렇게 해서 목공의 한 분야 우든펜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선물에 마음을 담기가 참 어려운 시절이다. 세상에 좋은 물건이 넘쳐나니 더욱 그러하다. 이럴 때는 선물의 기품도 있고 진심도 담을 수 있는 수제(Hand made) 제품을 만들어 보자. 수제품은 만드는 이에게는 색다른 경험과 직접 만들었다는 성취감을 주고 받는 이에게는 주는 이의 진심 어린 마음을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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