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토요일 오전 공방에는 김 마리의 '너의 이름은 맑음'이 흐르고 있다. 9시가 갓 지났음에도 선풍기 없이는 작업하기 어렵고 더운 열기를 내보내는 공업용 환풍기는 켜진 지 오래다. 더위 속에서도 회원들 각자 나무 펜을 깎고 화분 받침대를 만들고 자신의 작업에 온전히 빠져있다.
화분 받침대 만드시는 분은 밀짚모자와 토시로 무장하고 가끔 태양을 가려주는 구름에 감사하며 바니쉬를 바르고 있다. 펜들 깎으시는 분은 두 분인데 한 분은 칼 쓰는 법에 익숙해지려 애쓰고 있는데 한 분은 나무의 선을 잡는 데 애쓰시는데 딴생각 없이 하나에 집중해 있는 모습이 참 보기에 좋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공통으로 발견되는 실수가 있다. 깎는다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나무 펜이 너무 얇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깎는 도중에는 이걸 모른다. 지나가다 너무 많이 깎았다고 말해줘야 비로소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깎고 있는 나무 전체의 균형과 균일을 함께 고려하면서 깎아야 하는데 깎는 점 그 부분에 집중하다 보니 전체적인 조화가 흐트러지는 것이다. 이것은 집중력이 좋을수록 범하기 쉬운 실수다.
"선생님!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한 발짝 물러난다는 것은 자기 일을 전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하고, 잠시 칼을 내려놓음으로써 앞으로 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를 깎는다는 것과 우리 삶도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너무 지금 이 순간에만 몰두하면 인생이라는 큰 균형이 틀어질 수도 있다. 내 삶을 한 발짝 물러나서 나를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것은 휴식이고 인생의 방향타를 잡는 기준이 될 수 있다. 한 발짝 물러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