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요즘 만나면 인사처럼 하는 말이다. 어쩌면 직장인에게 '여름휴가'는 가장 낭만적으로 들리는 말일 것이다.
올해 여름휴가 계획은 아내의 말 한마디로 결정되었다. 아이들 방을 분리해줘야 하니 휴가 기간에 하자는 의견이었다. 주말 앞뒤로 하루씩 연가를 내어 휴가 겸 방 분리 작업 겸 하자는 말이었다.
아이들 방에는 오래전에 만들어 준 이층 침대가 있다. 외국의 목수이자 유튜버인 Jay Bates의 설계도를 기본으로 만들었는데 초창기에 만들어 대패도 샌딩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이 침대를 버리기에는 나무도 좋고 아까워서 두 개로 분리하기로 했다. 만든 지 오래라 구조를 한참 살펴서 아래 위층을 분리하고 공방으로 옮겨 왔다. 기본 기둥의 두께가 두껍고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일이층으로 나누어 자르는데 어려움이 컸지만 어찌어찌 자를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두 아이 방에 나누어 설치하니 아이들의 좋아하는 모습이 좋은 피로회복제가 된다. 방들이 모두 바뀌니 모든 짐이 거실로 나와 정리하는 아내의 노고가 크다. 그 와중에 부엌 싱크대 하수구가 막혔다. 휴가를 알차게 보내라는 뜻인가 보다.
이렇게 우리의 휴가는 우주공간으로 흩어져 갔다. 마지막 날 채 만들지 못한 작은 아이의 서랍장을 뒤로 한채 드라이브를 갔다. 호수가를 따라 잘 심어진 나무가 좋은 산책로가 되었다. 모처럼 아이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는 길이 즐겁다. 그래 휴가라는 것이 멀리 떠나야만 하는 것인가 이렇게 가족들 좋아하는 일 같이하고 같이 걷고 같이 먹는 것이 최고의 휴가지.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휴가가 못내 아쉬운지 주말에 지리산에 가자고 한다. 주말에는 지리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