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소설 009
눈이 막 감겼다.
이상할 정도였다. 찬물도 한 컵 가득 들이키고, 군것질거리도 집어넣고, 기지개도 켜고, 양치도 두 번이나 했다. 그런데도 계속 다시 졸려왔다.
이 정도면, 정말 자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거 아닌가.
눈은 뜨고 있기가 힘들 정도로 뻑뻑했고, 앉은 자리까지 닿는 히터 바람은 뜨겁고 건조했다.
어제 분명 일찍 잤는데, 오늘도 늘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났고.
지금 이렇게 졸린 이유를 찾기 위해 과거의 행적을 하나씩 짚어보았지만, 여전히 의심가는 건 없었다. 심지어 따뜻하게 데운 우유 한 잔조차 마시지 않았다.
따뜻하게 데운 우유 한 잔.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우유를 두꺼운 머그컵에 한가득 붓고, 오래된 전자렌지에 잠깐 돌린다. 몇 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낮게 울리는 전자렌지의 작동음과 함께 시간이 무한대로 늘어난 기분이 들 정도다. 그 길고도 짧은 순간을 시선조차 떼지 않은 채 기다린 후, 뜨겁게 달구어진 머그컵을 조심해서 꺼낸다. 가끔 우유 위에 덮인 얇은 마시멜로의 막 처럼 보이는 것은 부러 휘휘 저어 섞여들게 두고, 끈적하게 늘어나는 꿀도 한 스푼 넣어 젓는다.
그 한 잔과 함께 탁자에 앉아, 그 사이 조금 식은 머그컵을 두 손으로 감싸쥐어 보고는 한다. 뜨끈한 열기가 데워진 우유에서 컵의 매끄러운 표면을 타고 차갑게 식은 내 손까지 전해진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온기다. 늘. 이건 언제부터 시작된 습관일까.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릴 적부터 누군가가 나를 위한 따뜻한 온기를 이 작고도 큰 컵 한 잔에 가득 담아주었던 걸까. 이제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 온기만큼은 언제나 현실이었다.
꿀을 넣어 달달해진 우유를 한 잔 마시고 나면, 언제 잠을 못 잤냐는 듯이 꿀의 달콤한 향기와 고소한 우유 향내가 나는 포근한 꿈에 빠지고는 했다.
지금은, 피곤한 무게와 지친 몸이 날 침대로 끌어당기지만, 그 때의 꿈과는 다른... 말하자면, 불가항력같은 기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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