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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 Dec 31. 2020

브런치 작가로 한 달째 산 2020년의 마지막 날

감사합니다 :)

정확히 11월 30일에 브런치 작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날 제 글을 읽어주신 분은 19분이었는데, 정확히 한 달이 지난 지금, 200명에 가까워진 구독자와 만 육천이 넘는 일일 조회수와 함께 브런치 작가로서의 첫 한 달도, 2020년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오스트리아라서 여전히 2020년 낮입니다. 한국은 2020년의 마지막 몇 분이 지나고 있겠네요. 공식적으로 해외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새해라서 그런지 기분이 묘합니다.


저는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습니다. 초중고를 다니며 국어 시간에 수업에 임한 게 전부였고, 마지막으로 제대로 글을 써 본 것은 임용시험 논술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브런치 작가로서 한 달을 맞이해 제가 한 달간 쓴 글을 살펴보니, 글쓰기에 대한 배움의 부족함은 제 글에서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특히 첫 일주일간 올린 글들은 개인적으로 모두 삭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래도 제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지난 한 달간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아 바쁜 일정에도 만사를 제쳐두고 글을 쓰고 또 썼습니다. 덕분에 저에게는 밀린 과제들이 한가득 생겼지만 그래도 그간 글을 쓰며 행복했으니 됐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중구난방이었던 지난 한 달간의 글들을 보며, 앞으로는 보다 체계를 잡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한동안은 글들이 속해있는 매거진을 옮기기도, 조금 수정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특히 '흔히 말하는, 요즘 젊은 교사', '일등 신붓감 하려고 교사 된 거 아닌데요', '나도 내가 교사가 될 줄은 몰랐어'는 지금 읽어보면 어설픈 글이지만 또 제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한 주제라서 아얘 같은 제목으로 다시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첫 일주일간의 글들은... 역시 거의 통째로 다시 써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우선은 손대지 않으려 합니다^^;


지난 한 달간 제 글도, 제 마음도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처음 다음 메인이나 카카오에 제 글이 노출되었을 때에는 뭐라도 된 마냥 뿌듯해했는데, 이제는 내 글이 정말 잘 쓰여서 대중에게 소개가 되었다기보다 그냥 제목과 상황이 맞아떨어져 그리 된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았지만 읽을 때면 절로 감탄하게 되는 글을 볼 때는 더 그렇습니다. 제가 좋아서 한 일이니 많은 이들이 읽어주면 기분은 좋은데 또 저의 글들이 그저 뛰어나지도 아주 못나지도 않아 적당히 이용당하는 느낌이 은근히 들었달까요. 좀 더 내실 있는 글을 쓸 수 있게 되면 제 마음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것은 친한 친구의 권유였습니다. 유학을 떠나기 직전 시작한 제 블로그를 지켜보며 저에게는 블로그보다는 브런치가 더 맞겠다며 작가 도전을 권유했습니다. 처음엔 부담스러워서 만류했는데, 또 도전하고 작가가 되어보니 진작 할 걸 그랬네 라는 생각과 함께 그 친구에게도 고마운 생각이 많이 듭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에는 해외생활 이야기 <내가 유럽에서 살아보니>와 라트비아 소개 <당신이 몰랐을 라트비아> 그리고 그간 제가 마음속에 품어온 생각들인 <고분고분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를 위주로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쓸 때는 또 교사로서의 이야기가 술술 나와서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내 안에 들어있는 교사로서의 정체성이 이렇게 컸나, 싶었습니다.


2021년에는 제가 신규발령 때부터 제법 학교생활에 익숙해지기까지 겪은 일들을 저 나름대로의 시선으로 쓴  <요즘 젊은 교사>와 유학 휴직의 과정을 쓴 <유학 가기 좋은 나이 29살>을 '연재'하기 위해 노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세 매거진에도 이전보다는 좀 더 방향성 있는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2021년에는 제가 두서없이 쏟아놓은 글들을 잘 모아서 브런치 북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글은 쓸수록 는다고 하니, 2021년에는 조금 더 나은 글을 쓰기를 제 자신에게 바라봅니다.


개인적으로 2020년은 아무것도 안 한 듯하면서도 많은 것을 한 해였습니다. 어쨌거나 두 번의 학기를 보냈고, 라트비아에서 잊지 못할 추억도 만들었으며 오스트리아로 교환학생도 왔네요. 2020년의 마지막 한 달간 열심히 브런치에 글을 쓴 것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저는 조만간 짐을 싸들고 마지막 학기를 위해 라트비아로 돌아갑니다. 떠날 때는 코로나 청정구역이었던 라트비아가 이제는 바이러스로 가득 찬 상황이 되어서 개인적으로 걱정이 조금 되기는 하네요. 라트비아에서 마지막 한 학기를 보내며 논문을 마무리한 후, 저는 2021년 7월쯤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한 달간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 구독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보다 8시간 빨리 맞이한 2021년에는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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