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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 Jan 17. 2021

늦깎이 유학생이 살아남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

일상과 공부를 아울러 꼭 알아야 할 것 들

라트비아에서 두 학기, 오스트리아에서 한 학기를 보내며 나도 이제 제법 프로 유학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한지는 거의 6년쯤 되었던 첫 학기의 나는, 늦깎이 유학생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오는 어려움, 새로운 사람들에서 오는 어려움, 그리고 새로운 언어에서 오는 어려움 등등을 삼중으로 겪어야 했다. 거기에 그간 공부와 담을 쌓아 단단히 굳어버린 내 머리와의 사투는 덤이었다.


내가 이 글에서 설명하는 '꼭 알아야 할 것들'은 실은 이미 해당 국가의 언어를 원어민처럼 잘하거나, 유학 생활을 오랫동안 해 왔거나, 전공과목에 대한 지식으로 가득 찬 사람들에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오랫동안 전공 공부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유학이라는 길을 선택하신 분들에게는 좋은 팁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1. 나이는 숫자일 뿐이고, 당신은 보호자가 아니다.


왜 이렇게 당연한 소리를 하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꼰대 짓을 하지 않기'라기보다는 '내 마음속의 부담 내려놓기'쪽에 가깝다. 29살에 유학을 떠나며 나는 앞으로 내가 만날 사람들이 대부분 나보다 어릴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나이에 연연하지 말고 친구가 되자고 다짐했었다. 실제 자주 어울리는 우리 과 친구들은 대학교를 갓 졸업해서 나보다 다섯 살쯤 어린 친구들이었고, 가깝게 지냈던 한국인 교환학생 친구들의 경우 아직 대학생들이기 때문에 더 어렸다. 


과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교환학생 친구들도 다들 같은 학생으로 만났기 때문인지 허물없이 잘 대해주었고,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 한 편에는 그래도 내가 언니인데 더 챙겨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모두들 내가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답게 굴어야 한다'라는 걱정도.


한국에서 지내면서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직장생활까지 하다 보면, 나중에는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때가 있다. 물론 생각 없이 천방지축으로 지내라는 뜻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살피는 역할'에 대한 압박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그저 사람 대 사람의 관계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언어도 제일 딸리고, 공부를 하지 않은지도 오래된 내가 친구들 중 가장 약자였다.) 나는 이 부담감을 내려놓자마자 첫 학기 내내 친구들에게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 ^^;



2. Academic writing 에는 꼭 따라야 할 형식이 있다.


지금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거나, 갓 졸업한 분들에게는 당연하게 느껴지겠지만, 내 경우 대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과제를 할 때 어떤 형식으로 썼었는지, 참고 문헌 표기 방법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중요하다면 중요한 것이 이 글쓰기 형식이다. 대학교에서 써서 제출해야 하는 모든 과제들은 학문적인 쓰기 활동이기 때문에 주어진 형식에 맞춰서 써야 한다. 대학교 내에서 많이 쓰이는 형식은 The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APA), Modern Language Association(MLA), Chicago Manual Style(CMS)가 있다.


내 경우 교육학과이기 때문에 늘 APA형식에 맞춰서 과제를 작성했다. APA 형식은 3년에 한 번씩 갱신되는데 현재 가장 최신 형식은 7th edition이다. 과제를 작성할 때뿐만 아니라 참고 문헌 목록을 작성할 때에도 각 형식별로 다른 방법이 있으므로 꼭 숙지해야 한다. 실은 과제를 마칠 때마다 이 APA형식을 찾아가며 참고문헌을 작성하는 것도 제법 시간이 오래 걸린다.


Author, A. A., Author, B. B., & Author, C. C. (Year). Title of article. Title of Periodical, volume number(issue number), pages. https://doi.org/xx.xxx/yyyy


기본적인 표기법은 위와 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참고 문헌의 형태에 따라 표기법이 달라 지기 때문에 사이트에서 올바른 표기방법을 따라 작성해야 한다. 검색창에 APA를 찾아보면 해당 사이트에 표기법이 상세히 나와있으므로 참고해서 쓰면 된다.


3. 한국인 친구/ 외국인 친구 모두 같은 친구다.


다들 '유학 가서 한국인들이랑만 어울리면 하나도 못 배우고 그냥 돌아온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이다. 만약 유학을 와서 인간관계를 한국인 친구들과만 형성하면 당연히 언어도 늘지 않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도 폭이 많이 줄어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인 친구를 사귀지 말아야 하는 건 또 아니다.


이미 이전 글에서 언급했지만, 나는 첫 학기에 적응을 하며 한국인 친구들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아무리 과 친구들이 잘 챙겨준다고 해도 타지에서 겪는 한국인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 줄 것은 한국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인과 외국인이 모두 섞인 무리에서 함께 지내는 것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따로따로라도 양쪽 모두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좋다.


실은 친구를 국적으로 나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나 역시 사람이다 보니 자국인과 타국인에게서 느끼는 친밀감이 달랐다. 유학의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는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한쪽으로 편중된 협소한 관계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관계를 쌓기를 추천한다.



4.  논문 검색 사이트를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논문을 검색하는 대표적인 사이트는 RISS가 있다. 하지만 해외 논문의 경우 구글 학술 검색 (google scholar)을 활용하면 더 많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교육학과의 경우 ERIC을 통해 논문을 검색하는 방법도 있다. 두 사이트 모두 많은 검색 필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검색 범위를 좁힌다면 의도에 맞는 논문을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참고 문헌을 찾을 때면 보통 6-10년 이내에 작성된 논문을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너무 오래된 논문의 경우 이후 다른 연구를 통해 내용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실은 가장 좋은 참고 문헌은 peer review journal에 등재된 논문들이나 국제기구의 공식 문서 등이지만, 위 사이트 들에서 찾은 논문들을 활용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구글 학술검색에서 한국어로 논문을 검색하면 모두 한 사이트에 탑재된 논문들만 보여주던데...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5. 무엇이든 부딪혀봐야 한다.


나는 추진력이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 여행이든 체험이든 먼저 계획하는 쪽은 아니었지만, 주변 친구는 늘 이것저것을 계획해 함께할 것을 제안하곤 했다. 처음엔 매일 뭘 하자고 하는 친구들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영어 때문에 겁도 나서 거절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무엇이든 우선 해봐야 한다.


이것은 경험과도 관련이 있지만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친구들의 모임에 한 번 두 번 빠지기 시작하면 '원래 안 나오는 애'로 낙인찍혀 자연스럽게 모임에서 소외될 수 있다. 해외 생활을 하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친구관계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회피하기보다는 부딪혀보는 게 앞으로의 생활에도 도움이 되고, 함께 좋은 추억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두 번 빠지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6. 때로는 번역기도 필요한 법이다.


유학까지 가서 웬 번역기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번역기는 유학생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이미 이전 글에서 설명했지만,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공부를 하면 휘발성이 굉장히 높다. 분명 모든 단어를 알고 문장을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읽고 나면 내가 뭘 읽었는지 모르겠는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긴 글을 읽을 때는 더더욱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 역시 첫 학기에는 고집스럽게 번역기를 멀리했지만 두 학기쯤 지내고 나니 요령이 생기고 번역기를 어떤 식으로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도 잡을 수 있었다.


단문을 읽을 때는 모르는 단어의 뜻만 찾은 후 그냥 읽고 기억이 안 나면 다시 읽으면 된다. 하지만 문법적으로 복잡한 글을 읽거나 논문처럼 긴 글을 읽어야 할 때에는 번역기로 번역을 한 후 원문과 비교해가며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다시 공부할 때는 원문만 보는 식으로 공부를 하면 전반적인 내용 이해해도 도움이 되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다만 번역기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원문과 비교하는 게 필수다.



7. 위키피디아는 참고문헌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또한 굉장히 유용하다.


실은 나는 검색은 초록창, 이라는 아주 한국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라트비아에 오기 전까지 구글은 유튜브에 접속할 때 쓰는 검색창 정도였다. 하지만 해외에서 공부를 시작하니 모든 자료는 구글을 통해 찾을 수밖에 없었는데, 보통 가장 먼저 뜨는 것이 위키피디아였다. 실은 누군가 나에게 위키피디아는 절대 참고해서는 안돼,라고 해서 쳐다도 보지 않았는데, 이것 또한 잘못된 생각이었다.


과제를 할 때 출처에 위키피디아라고 적으면 교수님들이 굉장히 불쾌해하실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나도 여쭤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공신력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위키피디아는 과제를 하는 데 굉장히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위키피디아의 내용들은 모두 출처를 표기해 놓았기 때문에, 과제와 관련이 있는 부분을 찾았다면 명시된 논문을 과제에 활용하면 된다. 대신 해당 논문을 다시 읽고 다시 한번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때 참고문헌은 위키피디아가 아닌 원 출처(보통은 논문)로 명시해야 한다.



8.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정말 영어 공부 많이 하고 와야 한다.


실은 내가 가장 간과했던 부분이 이것이었다. 내가 대학원 입학을 위해 만든 영어점수는 1년 전이었고, 그 후 휴직에 필요한 토익 점수를 만들기 위해 모의고사 한 권을 풀긴 했지만 그 외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영어 공부에 손을 놓고 있었다. '가면 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물론 왔더니 늘긴 늘었다. 하지만 내가 좀 더 언어를 준비하고 왔었다면 내 영어도 더 빨리 늘었을 것이고, 적응하는 속도도 더 빨랐을 것이다. 


한국에서만 영어공부를 한 사람들 대부분이 읽기 수준은 높지만 말하기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말하기 공부를 할 환경이 안된다면 듣기라도 많이 공부하고 오는 게 좋다. 음성언어는 음성언어끼리, 문자는 문자끼리 함께 느는 법이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물론 이외에도 알아두면 좋은 것들이 훨씬 많이 있겠지만, 우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 위주로 적어보았다. 나중에 한 학기를 더 살며 느끼는 것들이 더 생기면 추가하고, 나중에는 논문 작성 꿀팁도 (논문을 무사히 쓴다면) 써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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