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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 Jan 08. 2021

라트비아에서 교사 되는 법과 다양한 형태의 학교들

다양한 라트비아의 학교들 방문하기

우리 과는 교육학과이기 때문에, 나는 첫 학기 중간중간 라트비아의 실제 학교들을 참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수업 참관을 다닐때는 종종 라트비아 학생들과 함께일때도 있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라트비아의 교사 채용 과정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라트비아에서 교사가 되는 방법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데, 교대나 사대를 졸업하거나 교직이수를 해야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각자의 전공과목으로 학사를 딴 후, 특정 학점 이상 교육학 관련 학점을 이수하면 선생님으로 고용될 수 있다. (대부분의 유럽이 이런 식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학점 이수 전에도 앞으로 학점 이수를 하기로 약속하고 고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데, 그래서 우리 과 라트비아 학생들은 모두 선생님이거나 선생님 지망생들이다. 그러니까, 이론적으로는 내가 우리 과를 졸업하면 라트비아에서도 초등학교 선생님을 할 수 있다. 다만 라트비아 말이라고는 1부터 10까지 숫자세기까지밖에 못하는 나를 고용해 줄 지는 미지수이다 ^^;


하지만 라트비아에서는 교사가 인기 직종은 아닌데, 이미 다른 EU 국가들에 비해서 인건비가 상당히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그중 교사의 임금은 더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대신 한국과 달리 라트비아의 교사들의 업무는 학생을 가르치는데만 집중되어있고, 이 일이 끝나면 퇴근도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학교들은 보통 공립이고, 초, 중, 고등학교로 나뉘어 있다면, 라트비아의 경우 초등학교/중고등학교(secondary school)로 나뉘거나, 아니면 아예 학교 하나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 신기한 점은 학교들 별로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공립학교가 대다수이긴 하지만, 자연 친화 학교처럼 특정 환경에 맞춰서 설계된 학교나, 몬테소리 학교처럼 특정 교육관에 특화된 학교들도 많이 있다. 이런 특색 있는 학교들의 경우 일반 학교보다 학비가 좀 더 비싸지만 해당 교육 방식을 선호하는 학부모들이 일부터 찾아서 보내기도 한다고 한다. 일반 학교들 중에서도 장애가 있는 학생이나 학교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특화된 학교들이 있다.


EU에서 통합교육을 중시해서 라트비아에서도 통합 학교를 일반적인 학교 형대로 인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통합 교육이라고 하면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하는 교육의 형태를 생각하지만, 라트비아의 경우 모든 학교, 학급이 통합 교육을 추구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는 통합 학급과 일반 학급을 구분해서 생각한다면, 이곳에서는 통합 학급이 즉 일반 학급이다. 학생들 특성에 따라 나누는 것 자체를 차별이라고 보는 것이다. 장애 학생뿐만 아니라, 미혼모나 난민 등 모든 사회적 약자가 같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이들이 말하는 궁극적인 Inclusive education이다. 물론 완벽한 통합은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여전히 노력하는 중이라고 한다. (물론 전문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도 따로 있다.)


아무래도 다양한 종류의 학교들이 많다 보니 선택의 폭도 훨씬 넓어 보였다. 내 친구 크리스의 경우 IB 커리큘럼을 따르는 라트비아 국제학교에서 유치원 생활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쳤고, 베아트리스는 집 주변의 일반 학교를 다니다가 라트비아 시티 센터에 위치한 리가 제1 김나지움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고 한다. (김나지움은 고등학교의 일종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집 주변에 있는 학교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다녔던 나에게는 상당히 새로운 모습이었다. 공교육의 질을 높여 모두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비슷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어쩌면 라트비아처럼 다양한 교육 형태를 제시하고 아이의 특성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받으려면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드는데, 교육이라는 영역에 자본주의가 깊숙이 개입한다는 게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담으로, 한 학교에서 수업을 참관하다가 9학년(우리나라로 치면 중학교 3학년) 여학생들이 노트에 'BTS'를 써놓고 사진도 붙여놓은 것을 보았다. 라트비아에 도착한 지 며칠 안되어서는 자유 기념비 앞에서 라트비아 청소년들이 Kpop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것도 보았다. 라트비아 내에서 Kpop의 인기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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