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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 Dec 07. 2020

브런치 작가가 된 둘째 날 다음 메인에 오르다

브런치 작가로 일주일, 브런치를 이해하다.

유학 휴직이 확정된 후 나는 블로그를 만들었었다. 준비 기간 동안 정보를 얻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유학휴직을 준비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거였다. 유학 휴직 과정이나 대학원 지원 과정 등 몇몇 정보성 글을 제외하면 거의가 일상에 대한 잡담들이라 근 1년 반을 꾸준히 운영하며 이웃도 늘고 조회수도 많이 올랐음에도 여전히 평범한 개인 블로그 수준이었다. 올해 들어서부터 친한 친구가 내게 브런치 작가를 신청해보라는 소릴 했다. 요즘 독서 모임에 나가고 있는데, 회원들이 다들 브런치에 관심 있어한다며 너도 한번 도전해보라는 거였다.


당시에 나는 이미 블로그와 학교 생활로 벅찬 상태였기 때문에 나중에 도전해보겠다며 별생각 없어하다가 어느 금요일 저녁,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브런치에 가입하고 작가 신청을 보냈다. 기존에 써 놓은 글들이 있었기에 그 글들을 살짝만 다듬고,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나의 상황을 300자 안에 잘 설명해보려고 애썼다. 혹시나 작가가 될 줄 알았더라면 미리 저장해 놓는 건데 당시 신청 자료는 내게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뭐든 좋은 기억은 남겨 놓길 좋아하는 내게는 조금 아쉬운 점이다.


별생각 없었다가도 또 신청하고 보니 결과가 궁금해서 그때처럼 주말이 빨리 지나가길 바랬던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한국 시간으로 월요일 오전, 내게는 새벽 1-2시쯤 메일이 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걸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실은 신청한 후에 내 글을 다시 읽어보고 자꾸만 부족한 점이 눈에 들어와 이래서야 브런치 작가는 어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긍정적인 답변을 받으니 갑자기 내가 엄청난 사람이라도 된 마냥 어깨가 으쓱했다.


다음날 수업을 위해 이제 그만 자러 가야 할 시간이었는데, 잠은 무슨, 새 집을 얻은 기분이 들어서 어서 온전한 내 공간으로 꾸미고 싶은 마음에 지원 당시 썼던 글 중 몇 갤 골라 업로드했다. 첫날 올린 글에 누군가 내 글을 라이킷했다는 알람을 받고 내 마음이 어찌나 콩닥콩닥 뛰었는지 모른다. 


둘째 날, 그러니까 정확히 내 브런치 작가가 된 지 24시간 만에 나는 내가 유학을 떠나던 당시 상황에 대한 글을 올렸고, 별생각 없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 눈을 떠서 브런치 앱을 켰는데 알람이 와있었다. 조회수가 6000을 돌파했다고. 처음엔 원래 이렇게 조회수가 많이 나오나 싶었고, 그다음엔 온 나라 사람들이 다 브런치만 보고 있는 건가, 했고 그다음에서야 상황 파악이 조금 되는 것 같았다. 핸드폰으로 다음에 들어가 보니 내 글이 떡 하니 떠 있었고, 조회수는 거의 한 시간에 1천 단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라이킷 수도, 구독자 수도 많이 올라간 상태라 얼떨떨하고 기분이 좋던 차에 댓글들을 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좋은 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처음에 쓰여있던 댓글들은 고민하다 내가 삭제 처리한 것도 몇 있는데, 아무래도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많았다. 깊이 생각하고 쓴 글이었다기보다는 내 기분을 일기처럼 쓴 글이었다 보니 반박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 보였다. 그래도 어떠랴, 안티팬도 팬이라는 말이 있는데.


브런치의 파워를 새삼 실감하며 부족한 내 글에 대한 부끄러움도 함께 몰려왔다. 하루 만에 브런치 조회수가 1만 8천에 육박하고, 다음날도 1만이 가볍게 넘는 조회수를 보자 그때부터는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통계'탭의 조회수 그래프는 드라마틱한 상승 선을 그렸고, 그걸 보는 내 마음은 한동안 뒤죽박죽이었다. 새 알림이 있음을 알려주는 하늘색에 연두색 빛이 섞인 그 작은 동그라미가 주는 기쁨은 무척 중독성이 강해서, 나도 모르게 사람들이 좋아할 내용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머리 한편에서 일었다. 나는 그 생각을 떨치려고 더 열심히 글을 썼다.


브런치 작가들의 색깔은 각기 달라도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일 것이다. '내 색깔이 담긴 글을 쓰고 싶다.' 물론 남들과 내 이야기를 공유하는 게 좋기도 하지만 어쨌든 핵심 목표는 나의 글을 쓰는 것이다. 브런치 작가로 일주일을 살아보니, 이제 브런치가 무엇인지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기분이다.


이제 나는 내 새 집의 기반을 마련했다.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의 시작 점을 각기 찍어 놓았고, 그간 내 머릿속을 맴돌던 문장이며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브런치 글을 쓰면 내 머릿속이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그간 마음에 얹혀있던 것, 누군가를 향해 소리치고 싶었던 것들이 눈에 보이는 글로 쓰이니 한결 후련하다.


아직도 나는 막 브런치를 시작하는 신규 작가이며, 오랫동안 브런치를 운영해온 다른 작가분들에 비하면 이제 막 스스로 서기 시작한 아기 같은 존재일 것이다. 부족하겠으나 나는 앞으로도 열심히 나의 글을 쓸 거다. 가끔은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때도,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냐며 규탄받을 때도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계속 써 나갈 것이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브런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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