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살짝 흔들리더니 눈에 형광등 빛을 맞고 잠이 깼다. 너무 고요해서 초침소리가 크게 들렸다. 시계를 보니 4시였다. 할머니는 가끔 내가 너무 못 일어나면 형광등을 바로 켜서 깨웠고 그런 때가 아니면 어둠 속에서 살짝만 흔들어서 깨웠다. 어둠 속에서 깨는 날이면 감각이 달아나지 않고 잠시간 머물렀는데, 불을 바로 켜지 않은 채로 옷을 챙겨입고 있는 할머니 뒤로 배터리에 달린 빨간 취침 전구 빛이 보이고 방바닥이 지글거리는 게 느껴졌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새벽 4시는 하루중 가장 추울 때여서 새벽기도를 따라가는 날에는 할머니 외투를 빌려 입어야 했다.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지기 전까지 매일 새벽 기도를 다녔다. 그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이 안갈 정도다. 할머니 집에서 자고 가는 날이면 할머니는 내게 새벽기도를 따라갈 것인지 물었다. 나에겐 아무도 없는 컴컴한 거리를 걷는 것, 상쾌한 공기를 맡으며 밖으로 나가는 것이 일탈이었기에 따라가겠다고 했다. 물론 일어나지 못해 못 가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할머니는 내가 가고 싶다고 하면 바로 그러자 하는 것이 아니라 꼭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된다거나 혹은 피곤하면 안 가도 된다고 했다. 내가 그럼에도 기어코 따라간다고 하면 그제야 좋아했다. 그렇게 아무도 깨지 않은 새벽길을 걷다 교회 문 앞에 도착하면 어디서 왔는지 모를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꽤 커다란 중예배실엔 목사님의 음성 외엔 소음이 없었다. 새벽 예배 내내 너무 졸려서 꾸벅꾸벅 졸다가 할머니를 힐끔 보면 할머니도 졸고 있었다. 처음엔 차가웠던 예배실이 어느샌가 따뜻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예배가 끝을 알릴 때 불이 꺼지고 사람들이 주여, 주여 허공에 두 번 부르짖는 통에 잠에서 잠깐 깼다. 그러고 나면 예배가 끝난다. 이때 나가든지 남아 개인 기도를 하든지 하면 되는데,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엎어졌다. 그리고 할머니도 옆에 엎어져서 함께 잠들었다.
여름이라 짧은 반바지를 입은 나는 위에만 누빔 외투를 입은 채 덜덜 떨며 할머니와 나란히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뛰어가고 싶었지만, 할머니 걸음이 느려서 맞춰 걸어가고 있었다. 잠의 여운이 남아있는 데다가 새벽의 찬 바람 때문에 어서 집에 들어가 뜨끈하고 무거운 담요 안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며 버텼다. 집 근처에 왔을 때 할머니가 바로 들어가지 않고 집 옆 1층 점포 앞에서 서성였다. 그 가게는 서울우유 도매점이었다. 새벽 시간 우유 납품을 위해 가게가 열려있었다. 할머니가 부드러운 검은색 동전 지갑을 열더니 동전을 건네고 초코우유를 받았다. 초코우유 마시고 싶냐고 묻지도 않고 그렇게 내 손에 초코우유를 쥐여줬다. 또래 애들과 비교하면 초코우유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 근데 고맙다고, 수고했다고 준 선물처럼 느껴졌다. 새벽기도 후의 달콤함이었다. 그리고 집으로 올라가 따뜻한 바닥위에서 더 달콤한 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