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긴 우울

나는 괜찮지 않습니다

by 아무튼 간호사

학원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요즘, 수요일은 줌 수업이 없기에 쉬는 날이다. 오늘 같은 날은 요 며칠 하지 않은 소소한 집안일을 하는 날인데 지금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말로 모든 걸 미루고 싶다.

요즘은 거의 매일 10시간 이상 잠을 잔다. 하루에 깨어있는 시간이 몇 시간 되지 않는데도 대부분은 멍하게 지나간다. 얼마 전 “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겠다”라는 글을 썼지만, 그 자체가 강박적으로 다가와 차라리 늦잠과 낮잠을 자버린다. 어쩌면 그리 꿈을 많이 꾸게 되는지 사실은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깬다.


끊임없이 허기진 것이 단순 배고픔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뭐라도 먹고 있다. 텅 빈 마음과 정서적인 결핍이 만들어 내는 식욕에 난데없이 먹을 것만 생각하고 있다.


사실이 그렇다. 마주 하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부터 도피하고 있는 중이다. 현실에서 또 도망가고 있다. 식욕과 잠이 늘어난 것이 무력감과 허무함 같은 복잡한 감정들과 닿아 있음을 알고 있다.


며칠 전에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봤다. 평소 가끔 떠올리던 뭉뚱그려진 죽음이 아닌 구체적인 것이다. 역시 이해가 되었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마음과 새로 시작할 수 없다는 참담함과 막막한 미래. 그 바탕에는 지금보다 조금 더 잘 지내보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있었다. 나 역시 이 지긋지긋한 우울함의 시작인 아스라이 마음 아픈 그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다. 떠나보내지 못하고 수시로 꼭 붙잡고 있는 상처에서 벗어나 나아지고 싶다.


언젠가 내게 Let it go, Let it be 라고 했다. 그게 말처럼 쉬운 거냐고 되물었다. 내겐 여전히 모든 것이 어렵다.


구체적인 <죽음>을 떠올려보니 눈물이 났다. 나를 잃고 살아갈 가족들이, 지인들이 겪을 황망함과 허무함에 미안해졌다. 결국 그런 생각만으로도 펑펑 울게 된다.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이었다.


내일 다시 정신과 진료가 있다. 원장님에게 이런 감정들을 털어놓으면 지금은 아침에 두 알, 취침 전 세 알 먹는 약이 몇 알쯤 더 늘어날까 싶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듯 ‘정신과 치료의 목표는 약을 끊는 것이 아닌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에 공감하므로 나는 어쩌면 울면서 이 이야기를 할지 모르겠다.




저의 이러한 불편한 감정을 끝까지 읽어준 여러분께,

오늘은 너무 잘 지내려 애쓰지 않고 적당히 지내겠습니다.

아마 이 글을 마무리하고 나면 또 혼자서 울어버릴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