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지 않습니다
우울함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반복하는 일상이 있다.
집 앞 공원을 다섯 바퀴 걷고 15층까지 걸어 올라간다.
지난 2월부터 아마도 천 바퀴 이상은 돌았을 공원 트랙에서 나는 수백 번 같은 생각을 하며 비슷한 감정에 아파했다. 나에게 빠져 과거에 묶여있음을 알고 있다. 몸은 움직이고 시간은 흐르지만 그 안타까움은 변하지 않는다.
어쩌면 20년 전쯤 끝내야 했을 그 일 앞에서 아직도 애태워하는 건 그때가 가장 소중한 기억이라고, 사랑받았다 생각하기에 여지없이 머문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건데 라는 질문에는 아직 답을 찾을 수 없다. 내가 언제까지 그 기억을 붙잡고 하루를 살아낼지, 버텨낼지.
요즘 부쩍 아주 간단한 일이 귀찮아진다. 길게 자라나는 머리카락을 다듬지 않은 채, 실은 매일 머리 감는 일 조차 버겁다. 얼마 전에는 손톱 다듬기 조차 미루는 나를 알아봤다. 놀라워할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내게 바람이 있다면 멈추어 버린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더라도, 너무 억울하지 않을 정도면 좋을 것 같다. 그냥 나로 살아가는 오늘이 있었으면 좋겠다. 괜찮다고 말해주지 않아도 공원을 미친 듯 걷지 않아도 지금 여기로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