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30대의 꿈
제가 언어와 문화에 큰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10대 후반 혹은 스무살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나란 녀석, 처음에는 이 욕구를 여행을 통해 해소 하더니 결국에는 해외 인턴십을 찾아내서 독일로, 싱가포르에 취업해서 살아보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런 저를 보고 문화와 언어가 관심사 정도라고 치부하기에는 제 전반적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렇다면 여러 나라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수 년동안 막연하게 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세계 지도를 보는데 막연하기만 하면 평생 그렇게 희미하게 자리하다 끝날 것 같아 구체적인 숫자를 잡아보기로 했지요.
그리고는 소박하게(?) 우선 5개 나라 살아보기로 정했습니다.
5개 나라에 살아보는 꿈은 생각보다 일찍, 30대 즘에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보여 얼마 전 적어도 6,70세까지는 산다는 가정을 하면 꽤 많이 남은 살 날들을 고려해 죽기 전까지 10개 나라에 살아보기로 수정했어요.
10개 나라는 지금으로써 어떤 나라에 살아보고 싶은지 다 정하지 않았어요. 아직 못가본 곳이 많거든요!
하지만 5개 나라를 거쳐오며 확신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는 원하는 것을 향해 가다보면 어느새 다다르기도 하고 기회가 오기도 한다는 것이에요.
제게 '한 나라에 산다'는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았어요.
어떤 계기로 그곳에 나의 공간을 얻고 정해진 루틴의 생활을 해보는 것.
그것이 하루 풀 루틴이 아닌 아침의 루틴이어도 괜찮아요.
아침에 일어나 요가를 하고 일을 시작하는 것 같은 작은 안정감이 깃든 생활이었으면 합니다.
또 로컬처럼 슈퍼도 가서 야채 과일도 사보고 동사무소도 가서 행정처리도 겪어보고요.
기간은 독일에서 살았던 제일 짧았던 기간인 세 달을 생각하며 최소 세 달 이상은 되어야 살아본 것으로 치기로 했습니다.
이런 꿈이 있는 제가 요즘 동료들, 친구들 사는 모습 보며 잠시 '인생의 정답'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재미 있는 것은 브런치에 글들을 찾아보니 정말 많은 작가들이 비슷한 고민을 3,4,5,60대에 하고 있더라고요.
인생은 전인미답이라고 하듯, 이런 고민은 어쩌면 나답게 살기 위해 거쳐야할 자연스러운 과정인가 봅니다.
앞을 알 수 없는 덕분에 저 같은 30대 직장인이 10개 나라에 살아보겠다는 원대한 꿈도 가져볼 수 있는 것이겠지요?
부디 이 꿈이 꿈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라며 :-)
어떤 사람들은 25세에 이미 죽어 버리는데 장례식은 75세에 치른다
벤자민 프랭클린
** 어제 다양한 나라에서 몇 년씩 살아온 친구를 처음으로 만났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게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