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궁합이 존재한다면
작년 한동안 다리가 심하게 저려서 한의원을 다녔고 해오던 요가와 러닝을 중단했다.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자연스레 다리를 더 저리게 하는 듯한 요가 동작들을 피하게 되었고 집에서 30분 정도씩 하는 요가를 빼면 요가원에 가서 요가한지는 일 년이 넘어간다.
그 외 여러 번 삔 적이 있는, 잊을만하면 콕콕 찌르는 한쪽 발목도 신경 쓰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올해 서울로 이사한 후 긴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운동은 필라테스였다.
처음 해 보는 운동이라 잘 맞을지 긴장도 조금 되었지만 원래 재활을 위해 생겨난 운동이라는 말을 듣고 발목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해 보기로 했다.
올초부터 꾸준히 주 2 ~ 3회를 가며 반년이 흘렀다.
필라테스가 속근육을 단단해지게 해 준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몸속 단단한 레이어 한 겹이 생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필라테스는 나의 요가원에 대한 그리움까지 채워주지는 못 했다.
내게 필라테스와 요가의 가장 큰 차이는 마음 돌봄의 포함 유무였다. 요가를 하고 나서 큰 힘을 얻은 원천 중 하나는 내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구석구석 의식적으로 살피는 것이었는데 필라테스에는 이 부분이 없었다.
그리고 집에서 하는 요가도 좋지만 팔과 손가락까지 쫘악 옆으로 펼치면 내 원룸 안 어떤 물체라도 닿는다던지 같은 자세에 제약이 있었고 수련생들과 선생님과 함께하며 얻는 에너지는 혼자 할 때 얻는 것보다 클 경우가 많았다. 선생님 개개인마다 다른 요가 스타일을 접하는 것은 덤이었다.
사실 요가가 땡길 때 동네 요가원을 여러 번 알아보았지만 요즘 내 눈에 보이는 많은 요가 스튜디오들은 정말 요가를 위한 요가원이기보다는 비싼 회원가를 받고 눈이 피곤할 정도로 반짝거리는 화이트톤 인테리어와 처음 듣는 값비싼 기구들을 가져다 놓은 뒤 요가 + 필라테스 혹은 전통 요가와 플라잉 요가 같이 다양한 운동을 포함시켜 화려하게 광고하는 곳들이었다.
요가라고 화려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내가 안정과 힘을 얻는 요가는 적어도 그런 화려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큰 비용을 운동에 쓸 여력과 의향도 없었고 말이다.
나의 갈증은 처음 미국에서 맛본 요가, 20대에 살던 대구 동네에서 하던, 싱가포르에서 하던, 여행하며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에서 경험한, 럭셔리보다는 따뜻하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에 집중할 수 있고 '요가에서 중요한 것은 그게 전부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요가였다.
이번에 다시 '내 스타일 요가원 찾아 삼만리' 때는 반경을 좀 더 넓혀 보기로 했고 반경 5km 안에서 내가 원하는 요가원을 찾을 수 있었다.
1회 trial 수업은 5층을 두 발로 걸어 올라가며 힘들어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너무 좋았다.
따스한 공간, 인도를 생각나게 하는 향, 입구에 정성스레 다려 놓으신 차(tea), 진심이 느껴지는 선생님의 목소리... 무엇보다도 선생님의 수업 스타일이 나와 잘 맞았다. 억지로 해내지 않고 그것이 내게 오도록 하는 것.
오랜만에 몸과 마음을 구석구석 돌본 느낌을 받았고 찾고 있던 요가원이 이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제 두 번째 방문 시 5회권을 구매했다.
수업을 하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면서 삶은 옥수수를 파는 트럭을 지났고 요가하며 허기가 졌는지 발걸음이 쉽게 걸어지지 않았다. 결국 한 봉지를 사고 있는데 곧 다음 손님이 왔고 다름 아닌 조금 전 요가원에서 나처럼 회원권을 구매한 수련생 분이셨다.
눈짓 인사를 보내니 잠깐 멈칫하시다가 "아~ 아까 요가원에서 뵀죠?" 하신다.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네고 커다란 UFO 같은 구름 아래 손에 든 옥수수 한 봉지와 요가원에서 얻은 마음속 채워짐에 신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치 지부리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다양한 운동 종목 중 내게 맞는 것이 있고 맞지 않는 것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을 들을 당시 러닝, 마라톤, 크로스핏, 요가, 헬스 등을 해보고 모두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로 공감하지 못했다.
이번처럼 다른 운동을 하다가 요가를 찾아오기만을 여러 번 겪은 지금은 다르다.
아무래도 요가와 나는 찰떡궁합인 것 같다. 요가를 함께 평생 가야 할 '반려자'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