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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플래닛 Oct 03. 2021

자꾸 찾아 돌아오는 이것, 요가

찰떡궁합이 존재한다면

작년 한동안 다리가 심하게 저려서 한의원을 다녔고 해오던 요가와 러닝을 중단했다.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자연스레 다리를 더 저리게 하는 듯한 요가 동작들을 피하게 되었고 집에서 30분 정도씩 하는 요가를 빼면 요가원에 가서 요가한지는 일 년이 넘어간다.

그 외 여러 번 삔 적이 있는, 잊을만하면 콕콕 찌르는 한쪽 발목도 신경 쓰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올해 서울로 이사한 후 긴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운동은 필라테스였다.

처음 해 보는 운동이라 잘 맞을지 긴장도 조금 되었지만 원래 재활을 위해 생겨난 운동이라는 말을 듣고 발목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해 보기로 했다.

올초부터 꾸준히 주 2 ~ 3회를 가며 반년이 흘렀다.

필라테스가 속근육을 단단해지게 해 준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몸속 단단한 레이어 한 겹이 생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필라테스는 나의 요가원에 대한 그리움까지 채워주지는 못 했다.

내게 필라테스와 요가의 가장 큰 차이는 마음 돌봄의 포함 유무였다. 요가를 하고 나서 큰 힘을 얻은 원천 중 하나는 내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구석구석 의식적으로 살피는 것이었는데 필라테스에는 이 부분이 없었다.

그리고 집에서 하는 요가도 좋지만 팔과 손가락까지 쫘악 옆으로 펼치면 내 원룸 안 어떤 물체라도 닿는다던지 같은 자세에 제약이 있었고 수련생들과 선생님과 함께하며 얻는 에너지는 혼자 할 때 얻는 것보다 클 경우가 많았다. 선생님 개개인마다 다른 요가 스타일을 접하는 것은 덤이었다.


사실 요가가 땡길 때 동네 요가원을 여러 번 알아보았지만 요즘 내 눈에 보이는 많은 요가 스튜디오들은 정말 요가를 위한 요가원이기보다는 비싼 회원가를 받고 눈이 피곤할 정도로 반짝거리는 화이트톤 인테리어와 처음 듣는 값비싼 기구들을 가져다 놓은 뒤 요가 + 필라테스 혹은 전통 요가와 플라잉 요가 같이 다양한 운동을 포함시켜 화려하게 광고하는 곳들이었다.


요가라고 화려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내가 안정과 힘을 얻는 요가는 적어도 그런 화려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큰 비용을 운동에 쓸 여력과 의향도 없었고 말이다.

나의 갈증은 처음 미국에서 맛본 요가, 20대에 살던 대구 동네에서 하던, 싱가포르에서 하던, 여행하며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에서 경험한, 럭셔리보다는 따뜻하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에 집중할 수 있고 '요가에서 중요한 것은 그게 전부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요가였다.


이번에 다시 '내 스타일 요가원 찾아 삼만리' 때는 반경을 좀 더 넓혀 보기로 했고 반경 5km 안에서 내가 원하는 요가원을 찾을 수 있었다.


1회 trial 수업은 5층을 두 발로 걸어 올라가며 힘들어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너무 좋았다.

따스한 공간, 인도를 생각나게 하는 향, 입구에 정성스레 다려 놓으신 차(tea), 진심이 느껴지는 선생님의 목소리... 무엇보다도 선생님의 수업 스타일이 나와 잘 맞았다. 억지로 해내지 않고 그것이 내게 오도록 하는 것.

오랜만에 몸과 마음을 구석구석 돌본 느낌을 받았고 찾고 있던 요가원이 이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제 두 번째 방문 시 5회권을 구매했다.




수업을 하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면서 삶은 옥수수를 파는 트럭을 지났고 요가하며 허기가 졌는지 발걸음이 쉽게 걸어지지 않았다. 결국 한 봉지를 사고 있는데 곧 다음 손님이 왔고 다름 아닌 조금 전 요가원에서 나처럼 회원권을 구매한 수련생 분이셨다.

눈짓 인사를 보내니 잠깐 멈칫하시다가 "아~ 아까 요가원에서 뵀죠?" 하신다.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네고 커다란 UFO 같은 구름 아래 손에 든 옥수수 한 봉지와 요가원에서 얻은 마음속 채워짐에 신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치 지부리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다양한 운동 종목 중 내게 맞는 것이 있고 맞지 않는 것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을 들을 당시 러닝, 마라톤, 크로스핏, 요가, 헬스 등을 해보고 모두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로 공감하지 못했다.

이번처럼 다른 운동을 하다가 요가를 찾아오기만을 여러 번 겪은 지금은 다르다.

아무래도 요가와 나는 찰떡궁합인 것 같다. 요가를 함께 평생 가야 할 '반려자'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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