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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워앤서퍼 Nov 30. 2021

재활하다 상해에 치킨이 얼마냐고 물었다

일요일 아침, 침대에서 부스럭 거리며 눈을 뜨니 겨울인지 헷갈릴 정도로 따스한 햇살 한 줄기가 창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어요.

햇살을 워낙 좋아해서 가만히 테라피를 하고 있으니 일어나서 제일 먼저 무엇을 할지 머릿속에 번뜩 떠올랐습니다.


'햇살 아래 재활 운동'


얼마 전 발목을 다쳐 재활 트레이닝을 다니고 있거든요.

저는 혼자 집에서 운동하는 게 제일 어려운 사람인데, 따스한 햇살 하나에 동기부여가 200% 생겨 버렸지 뭐예요.

매트를 깔고 트레이너님께 배운 운동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며 열심히 몸을 움직였어요.

그렇게 기분 좋은 30분이 지나고 온 몸에 열이 오른 상태가 오자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운동을 하고 스타벅스 가서 모닝커피와 할 일들을 한 후 낮에는 남의집 모임에 갔다가 저녁에는 먹고 싶었던 지코바 치킨을 시켜 먹어야겠다.'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 나머지 운동이 더 열심히 되는 것 같았어요. :)

그렇게 즐거운 상상을 하며 운동을 마무리 짓는데 마음속에 물음표 하나가 떠올랐어요.

상해에는 맛있는 치킨은 있나? 치킨 값이 얼마 하지?



사실 ...

 요즘 저의 최대 고민이에요, 코로나 때문에 미뤄오던 상해에 갈지 말지.

나아지지 않는 코시국에다가 지금 컴포트존이 너무 편해서 자꾸 안 갈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잠시 잊고 있던 고민이 이렇게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었어요.


'치킨 없는 곳에서 살 수 있을까? 치킨은 이렇게나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데, 꼭 있어야 해!'

그렇게 상해에 사는 깐부한테 바로 위챗(중국 메신저) 문자를 보냈습니다.


J야, 상해에 치킨 있어? 얼마야?


상해에 치킨이 있어도 터무니없는 가격이면 있으나 마나 아니겠어요?

친구는 아마 일요일 아침부터 얘가 무슨 소리냐 생각했을 거예요.


몇 시간 뒤 친구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경상도 깐부 말투 주의)

"왜? 치킨 집 차릴꺼가?
한국 치킨 한마리에 18,500원 정도 함
x나 작은 닭 쓰면서 한국 맛도 잘 못냄
중국 닭 x나 싼데 중국식 치킨 한 마리가 3처넌인데
한국 치킨으로 양념 치면 x비싸짐"


허허, 문자를 보고 '치킨집'에 뿜었네요.

네, 상해에도 치킨이 있긴 있군요. 그런데 이렇게나 비싸다니요.

그렇게 안 갈 이유 늘리기는 하지 못 했습니다.


얼마 전 본 영화 와일드가 생각나요.

주인공은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인 PCT에서 갈래길을 만났을 때 자신을 믿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내딛기도 하더라고요.

상해에 갈지에 대한 제 고민도 내면을 잘 따라가다 보면 저만의 답을 얻으리라 믿습니다.


'치킨 하나로 나의 앞날을 쥐락펴락 한다고?'

나중에 생각하니 저의 의식의 흐름이 너무 웃겨서 혼자 웃었어요.

그리고 저는 식욕이 워낙 왕성하고 좋아하는 음식이 많아 그럴리는 없겠지만, 진짜 치킨 없이 못 사는 치순이라면 모르죠, 정말 그럴지도!



커버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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