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끗발이 뭐다?

by 서퍼스타

“여보세요?”


나의 첫 업무 시작을 알리는 통화였다.

그리고... 난 그렇게 첫 시도에 계약을 따냈다. 가볍게 연습이다 생각하고 건 전화. 점점 길어지는 통화에 실장님은 나보다 더 안절부절못한 표정과 긴장 상태로 내 옆을 지켰다. 얼떨결에 계약을 체결한 나는 물론 실장님, 주위 동료 직원들까지 “이게 뭔 일이래?”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루도 아니고 무려 첫 통화에?


다들 한마디씩 건네는 축하에도, 이상하게 나는 그다지 기쁜 감정이 들지 않았다. 너무 얼떨결에 일어난 일이라 그런가? 분명 그런 이유도 있지만, 마음 한켠에 왠지 모를 찜찜함이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그냥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넘겼으면 좋았을걸, 난 나보다 더 흥분한 실장님에게 기어코 이 싸늘한 찜찜함을 입 밖으로 꺼냈다.


“이거 혹시 첫 끗발이 뭔 끗발이라고...”

“아! 어서 취소하고 퉤퉤퉤 해요!”

“압... 퉤퉤퉤...”


하지만 나의 직감은 강한 반면, 마력은 약했으니. 나의 퉤퉤퉤 삼세번 주술은 실패하고야 말았다. 오후에 계약 취소를 해달라는 전화를 받게 된 것이다. 오전에 첫 계약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또다시 “이게 뭔 일이래?”란 표정을 지었다.


어그러진 첫 계약의 허망함에 슬퍼해야 할까, 아니면 나의 날 선 직감에 뿌듯해야 할까. 그렇게 양 감정이 묘하게 꿀렁이면서 문득 나의 첫 직장이 떠올랐다. 스물일곱. 잡지사 기자로 시작한 첫 직장생활. 난 이십 대의 불타는 열정으로 첫 취잿거리를 탐색했다. 그때 한 커뮤니티에서 핫한 이슈가 발생했고, 이를 내 첫 취재로 정했다. 그 핫한 당사자에게 어찌어찌 연락을 하게 되었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큰 관심을 받던 당사자는 더 이상의 취재를 부담스러워했다.


아무리 패기 하나로 똘똘 뭉친 시기였더래도, 울며불며 바짓가랑이 붙들고 호소할 정도의 열정과 싫다는 사람 억지로 하게 할 만한 뻔스러움도 없던 나는, 그렇다고 교묘한 말솜씨로 인터뷰를 따낼 만한 노련함은 더욱 없던, 그렇게 입맛만 다신 채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입안에 맴도는 대박 기사의 맛과 미련으로 해당 사건을 계속해서 탐색했다. 그러자, 두둥! 이게 웬일인가! 그 핫가이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난 개인 휴대폰으로 핫가이의 번호를 눌러봤다. 그러자 떡하니 저장돼 있는 그 번호. 하하하... 난 바로 회사 전화가 아닌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비록 주기적으로 연락하거나 만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의 연락에 반갑게 인사할 정도는 됐던 터였다. 핫가이는 내 예상대로 오랜만이라며 반갑게 내 전화를 받아주었다. 불과 몇 분 전 통화를 했건만 번호만 바꿔서 하는 통화에 이렇게 다른 반응이라니. 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웃긴 상황에 우리는 한참을 깔깔댔고, 나의 첫 취재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그렇다. 내 ‘초심자의 행운’ 카드는 13년 전에 이미 소진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첫 끗발이 X 끗발.’ 이놈 차례였던 게다.

뭐가 됐든 ‘시작’은 항상 쉽지 않으며, 도파민을 뿜어내는 다이내믹한 녀석이다.

“Easy Come! Easy Go!”란 노래 가사가 수능 금지곡처럼 머릿속을 쉼 없이 맴돈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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