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보다가 덜컥 겁이 났다.
벌써 6월이 끝나가다니. 1년의 절반이 언제 이렇게 흐른 걸까? 누군가 내가 쥔 빵을 잡아 뜯어낸 것처럼 순식간에 시간이 사라졌다. 불과 며칠 남지 않은 6월의 달력을 보니 소름이 돋는다. 평소보다 밝은 조도에 쎄한 개운함을 느끼는, 지각이 확정된 아침처럼. 예상보다 너무도 빠르게 흐른 시간에 조급한 후회가 밀려온다.
어린 시절의 1년은 영겁의 시간이었다. 한 반의 친구들, 담임 선생님, 나의 교실, 나의 자리. 새로 시작한 학기에 방학은 오지 않을 것 같이 길었고, 방학이 돼서는 개학이 마라톤의 결승점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수능 날은 언제나 ‘D-숫자’로만 존재하는 날이었고(결코 D-day가 오리라 생각지 않았다), 입대와 전역 역시 꿈속 달리기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물에 잠긴 시간이었다.
그렇게 한 학년, 한 시기에 들어설 때마다 단절된 방에 갇혔다. 다음 방으로, 그리고 또 그다음 방으로. 순서대로 놓인 방을 들어서고 나가기를 반복하던 어느 순간 너른 들판을 마주했다. 영겁의 1년짜리 방문을 열고 나왔는데 더 이상 방이 없었다. 그리고 너른 들판에 나온 순간 총소리가 울렸다.
총소리와 함께 시간은 미친 듯 질주했고, 난 들판의 수많은 사람에 휩쓸려 정신없이, 방향도 목적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맞이하는 너른 들판에 적응하지 못하고 멀뚱대는 사람, 어딘가 바라보며 가열차게 내달리는 사람, 그런 누군가를 쫓아가는 사람, 뱅뱅 제자리를 도는 사람, 홀로 가만히 멈춰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까지.
이들 중 수많은 이들은 또 하나의 방을 찾았다. 결혼, 육아, 안정된 회사 등 비록 옛 시절에 머물던 작은 방과는 비교할 수 없게 드넓고 빠른 시간이 흐르는 방이었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작게나마 위안을, 안도를 느낀다.
그들의 시간은 어떠할까? 다시 하나의 방으로 들어간 이들의 시간은 조금이라도 느려졌을까? 커가는 아이, 쌓이는 연봉, 넓어지는 집이 모래 둔덕이 돼어 시간을 늦추고 있을까? 아직도 너른 들판에서 방황하며 작은 막대기 하나 세우지 못한 나의 시간은 매정하게 빠르기만 하다.
하아... 시간아 제발 조금만 천천히 가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