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by 서퍼스타

『더 시크릿』이란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전국민적 반향을 일으켰던 때가 있었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모략의 전언이 오갈 때 항상 등장하는, 문서를 돌돌 말은 다음 문서를 봉인하기 위해 촛농을 떨어트리고 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반지를 찍는 장면. 붉은 밀랍 인장 위에 The Secret이란 책의 제목이 적힌 표지는 서점을 점령하다시피 했었다.


되고자 하는 것, 원하는 것을 믿고 끌어당겨라. 뭐 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거 같은데... ‘홍대병’ 환자인 나는 당시 유행이던 이 책을 읽진 않았지만, 워낙 유명세가 대단했기에 미디어와 주변 지인들로 인해 조각모음 하듯 내게도 내용이 전해졌다.


믿음, 용기, 사랑의 힘으로 각성하고 적을 무찌르는, 마치 초등학생이나 볼법한 소년만화 주제가 현세에 찌든 어른들에게도 설파되고 있던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과 부단한 노력, 정진을 통해서만 목표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내게는 이런 뜬구름 잡는 내용의 자기계발서나 동기부여 영상은 크게 와닿지 않으며 사람의 희망을 자극해 돈이나 빨아먹는 ‘상술’이라 치부했다.


하지만 세상은 참으로 기이하고도 불가사의하고 신비롭다. 왠지 그런 날. 온 우주의 기운까지는 아니더라도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날이 있다. 며칠 전 아침 출근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가로수 아래를 지나는데 순간 도수 높은 안경을 쓴 듯 나무의 푸르름이 강렬하게 들어왔다. 가로수 터널을 뚫고 상쾌하고 긍정적인 기운이 몰려왔다. 오늘의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긍정적인 기운은 나를 좀 더 자신감 있게 만들어줬고, 이는 강렬한 기세의 빛이 되어 하루를 꿰뚫었다. 비록 짧고 얇은 끈이었지만 만물, 우주와 연결돼 있는 느낌을 받은 하루였다.


이전에는 무시했던 믿음, 사랑과 같은 힘을 요즘엔 조금씩 깨달아 가고 느끼는 중이다. 물론 이런 마음가짐만으론 아직도 무언갈 움직이거나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물은 연결돼 있으며 이러한 신념이 세상만사를 더 강하고 끈끈하게 연결시켜 준다는 걸 깨닫는다.


사랑과 믿음으로 지구를 지켰던 소년만화 주인공의 힘은 진짜였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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