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랫동안 몸무게 변화 없이 일정한 체중을 유지했다. 몸 상태가 일정했던 건 아니다. 깨작이나마 팔굽혀펴기, 철봉, 스쾃!을 할 때는 그나마, 남들에게 티는 안 나지만 근육이란 것도 붙어있을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게을러지면 다시금 운동을 멈췄고, 그러면 팔과 다리가 다시 야들야들해지곤 했다. 하지만 한 없이 몸이 녹아내리는 꼴은 못 봤기에 최소한의 옷걸이는 유지할 정도로 근육 산소호흡기를 붙들었다. 워낙 미미한 양의 근육 이동이라 몸무게의 변화는 없었다.
먹는 것 또한 불규칙하게 규칙적이었달까? 가끔 찾아오는 약속 병목 현상과 입이 터진 시기면 빵빵해진 배를 24시간 편의점마냥 유지했다. 하지만 이 역시 타고난 생존본능인지 탄성인지 어느 순간 몸에 부담을 느끼며 입맛이 싹 사라진다.
그렇게 나는 군대를 다녀온 이후 78kg으로 대략 15년을 살아왔다. 물론 1kg 정도는 살짝씩 왔다 갔다 했지만 그건 그저 딸꾹질 같은 스쳐 지나가는 숫자였을 뿐이다. 하지만 난 최근 살이 빠짐을 느꼈다. 항상 세 번째 칸에 들어가던 나의 벨트. 운동을 많이 한 시기나 헐렁한 바지를 입을 때만 가끔 사용하던 네 번째 구멍이 어느샌가 디폴트값이 돼 있었다. 주변에서도 나를 보곤 살이 빠진 거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난 주변의 말은 믿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나를 만날 때마다 살이 빠졌다고 한다. 매번 그렇게 살이 빠졌다면 난 이미 소멸했어야 했다.
그러던 중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난 최근 잡지사 일을 하며 노트북을 들고 다닐 때가 많아졌다. 내 노트북은 게이밍 노트북으로 절대 휴대용이 아닌, 훈련용이라 할 정도의 무게를 자랑하는 녀석이다. 게임도 하지 않는데 무슨 바람으로 이 노트북을 샀는지... 어쨌든 매번 이 녀석을 들고 출근할 때면 나의 어깨는 절벽에 매달려 버티는 등반가처럼 절박해진다.
“그만 나를 놔줘... 더 이상 네놈의 몸뚱이에 붙어있고 싶지 않아.”
나는 작고 가벼운 진짜 휴대용 노트북을 검색했다. 하지만 모든 작고 귀여운 게 그러하듯 노트북 역시 겉모습과 다른 거대한 가격표를 붙이고 있었다.
“님. 나 감당 가능? ㅋㅋ”
칙쇼... 그래. 내 한동안 너와 함께해야 할 거 같은데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네 녀석의 몸무게나 알자. 그렇게 한동안 쓰지 않은 체중계를 꺼내 노트북을 올렸다. 그런데 체중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체중계 발판에 은색 선이 있는 걸로 봐서 사람의 전류에만 작동하는 것 같았다. 쓸데없는 과학의 발전은 참으로 인간을 번거롭게 한다. 난 결국 노트북을 안고 체중계에 올랐다. 그제야 계기판에 숫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결과는 78kg. 응? 왜 78이지? 분명 이 돌덩이 같은 녀석을 안고 있는데? 난 다시 체중계에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섰다. 결과는 같았다. 기계는 거짓말하지 않아. 멍청한 건 언제나 나일 뿐. 난 노트북을 내려 논 채 홀로 체중계에 올랐고 결과는 7...6...
이럴 수가 내가... 내 몸무게가 변했다. 도대체 왜, 어떻게,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사실 당연한 결과일지도. 요즘 난 팔꿈치와 골반, 발목, 무릎까지 성한 관절이 없을 정도로 통증을 느낀다. 얼마 전 속병으로 위내시경을 받았고, 용종 몇 개를 뗐다. 그리고 내 뱃속에 유산균 야쿠르트에만 있는 줄 알았던 헬리코박터균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뭐야. 그거 좋은 거 아니었어? 아니었다. 약값만 2주 치 7만 원인가 8만 원인가, 더럽게 비싼 돈 들여 죽여야 할 녀석이었다.
이후 난 매일 아침 사과와 두부를 먹으며 최대한 속에 부담되는 음식을 멀리했다. 나의 위장과 근육은 그렇게 점점 말라가고 있었는데 뇌의 무지성 지방만 그대로였던 셈이다. 그래도 직접 눈으로 본 수치를 거부할 정도로 꽉 막힌 뇌는 아니기에 난 인정했다. 나의 몸이 변했음을. 마흔이란, 나이 듦이란 그런 거란 걸. 과연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훅 다가올 변화를... 벌써부터 두렵고 우울하다. 줄어드는 몸무게처럼 살날도 주는 것인가... 하지만 어쩌겠는가. 진시황도 막지 못한 세월을 한낱 소시민인 내가 어찌하겠는가. 그저 정신 승리를 위해 마인드 컨트롤 연습을 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