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최근 들어 나 답지 않게 꽤나 열심히 산다. 난 매사 느긋하고 “뭐 그까이꺼 대충해도 어찌저찌 되겠지”란 생각으로 살아왔다. 물론 열심히 사는 게 100% 나의 의지는 아니다. 빌어먹게 먼 회사 때문에 기상과 동시에 분주히 움직인다. 조금만 밍기적거렸다간 출근을 위해 타야 할 첫 번째 교통수단을 놓치게 된다. 이 버스는 배차 간격이 15~20분으로 매우 길다. “뭐야? 출근 시간인데 배차 간격이 왜 이래?”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여기는 경기도. ‘나의 해방일지’를 보며 우리(?) 지원 씨의 고충을 함께 나눴달까? 왜 구씨가 그렇게 집에서 술만 퍼마셨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여튼 첫 번째 버스를 내려서 두 번째 지하철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또각또각’ 구두 소리 대신 ‘열심열심’ 한 걸음 한 걸음 성실하고도 애처롭다. 환승을 할 때는 어떠한가. 서울에 입성해 메가시티의 어마무시한 인파를 견뎌내야 한다. 앞에서 휴대폰을 보며 느그적 느그적 걸어가는 이의 뒤에 바짝 붙었다가 깨작깨작 간을 보다가 공간이 나면 재빨리 추월해 나간다. 그렇게 하나 둘 서이 너이 재끼다 보면 하나 빠른 순서의 지하철을 탈 수 있다. 그리고 또다시 열심히 계단을 올라 버스 환승을 하러 간다. 회사 앞까지 가는 버스는 단 2대. 여차하면 버스를 코앞에서 놓치고, 게다가 서울의 교통지옥은 얼마나 막힐지 모르기에 하나라도 빨리 오는 버스를 타야 속이 편안하다. 그렇지 않으면 초 단위로 시계를 확인하는 불안병이 아침부터 내 속을 쓰리게 한다. 와... 벌써 숨이 차다. 오늘 하루 벌써 너무 열심히 살았다. 이제 그만 하루를 끝내야 쓰것는디... 시간은 고작 8시 반.
회사에서는 어떠한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건 뭐? 삐약삐약 병아리 신입이다. 하나를 해도 이게... 뭐... 더라? 아... 여기서 이렇게? 그 다음엔... 아하 이거였지. 아... 아아악!! 하나를 해도 시간이 배나 걸리다 보니 근무 시간에 핸드폰 볼 틈이 없다(응?). 나의 꿀 같은 루팡 직장생활은 멀고도 험했으니. 그렇게 빠듯하게 결국엔 일을 끝내지 못했지만 칼퇴하는 남들을 보며 따라나선다.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가는 휩쓸림도 있지만 아직은 홀로 남아있기엔 사무실에 좀 낯설다. 아직 사무실과 낯가림 중일까나? 하여튼 그렇게 또다시 아침에 했던 토 나오는 행위를 역순으로 반복한다. 마감을 앞두고는 집에 와 후다닥 밥을 먹곤 도서관에 가서 못다 쓴 일을 했다. “이런 나 꽤 멋있을지도?”라는 생각은커녕 그저 나 자신이 애처롭기만 하다. 이제 곧 사이버대학교 학기도 시작하는데 과연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참고로 사이버대학교는 백수 시절에 등록했던 것이다. 처음에 낸 3만 원이 아까워 무르지 못하고 못 먹어도 고를 외치며 진행했던 것. 그래. 고통 총량의 법칙이라 했던가. 그동안 놀고 먹었으니 비용을 지불해야 할 시간이 왔다. 이자는 좀 빼주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