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만의 비밀

by 서퍼스타

그런 날이 있다.

정말 1년 중 손에 꼽을 날이지만, 내가 잘 생긴 날.

(정확히는 잘 생겨 보이는 날)

못 믿겠지만,

약간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 엄마가 보증하는 날이다.

우리 엄마는 보통의 엄마들과 다르게 본인 자식(=나)에게 종종 "우리 아들 왜 이리 못생겼어"라고 말해주는 참으로 정직한(?) 사람이다.

'아니 엄마가 어떻게 그래?' 그냥 농담 삼아 한 번씩 뱉는 말이겠거니 하며, 모성애를 바탕으로 한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넘겨선 안 된다. 우리 엄마의 얼평은 언제나 진지한 궁서체다. 묘사 역시 세밀하기 그지없다. 눈은 너무 쭉 찢어졌고, 콧등 중간이 툭 튀어나왔으며, 귀는 얼굴에 비해 작고 뾰족하게 솟아 있고... 음... 더 이상의 설명은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생략하기로 하겠다.

하여튼 까다롭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우리 엄마가 한 번씩 내게 “아들 오늘은 왜 이렇게 잘 생겼어?” 하는 날이 있다. 이날은 얼굴에 붓기가 전혀 없고 턱선이 베일 듯 날카로우며, 볼이 탱탱한 것이 피부도 매끈하며, 눈도 한층 크고 진해 보인다. 머리도 적당한 볼륨감을 유지한 채 굳이 손대지 않아도 완벽한 그런 날.

도대체 자는 동안 무슨 마법이 일어난 건지. 잠든 사이 성형의라도 다녀간 것인가?

호오... 이런 날은 평소 보지도 않는 거울을 흘끗흘끗 보기 일쑤. 소변을 보면서 앞에 걸린 거울에 얼굴을 요리조리 돌려보고, 거실을 거닐다 신발장 거울 앞에 서서 괜히 눈에 힘 한번 줘보게 되는 날.

하... 미묘하게 뭐가 다른데 말이지. 미묘하게...

하여튼 이처럼 명절과 같은 빈도로 찾아오는 날. 나의 최상의 미모를 뽐내며 번화가를 거닐고 싶지만 이런 날은 꼭 약속이 없다... (나는야 개똥벌레...)

그렇게 나의 잘생김은 아직 타이밍을 못 맞춰 만천하에 알리지 못했으며, 아직은 나와 우리 엄마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아마 영원토록 우리 둘만이 알 듯한 비밀.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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