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기질

by 서퍼스타

사람은 타고난 기질이 있는 거 같다. 물론 학습과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똑같은 환경에서도 다른 성향을 보이는 걸 보면 각자의 DNA에 박힌 기질이 있음을 부정할 순 없다. 큰고모는 젊은 시절부터 사업을 했다. 그리고 내가 대학생이던 때 중요한 사업입찰을 앞두고 내게 PPT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당시 내 PPT 실력은 글 쓰고, 크기를 조절하고, 색을 바꾸는 정도가 전부였다. 초등학생도 이틀이면 나보다 더 잘했을 것이다. 난 고모의 사업을 망칠 수 없었기에 학과에서 PPT를 제일 잘하는 형을 데려갔다.

그런데 고모는 다른 일 때문에 사무실을 비웠고 고모부와 대신 얘기를 나눴다. 형은 당시 20만 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고모부는 5만 원을 불렀다. 이런...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무리 프로가 아닌 대학생이지만 그래도 한 회사에서 제시할 금액은 아니었다. 형은 거절했고 고모부는 가면서 밥이라도 사 먹으라며 내게 2만 원을 건네줬다. 난 사무실을 나서 형에게 거듭 미안하다고 사과하곤 2만 원을 전부 줬다. 형은 괜찮다며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내심 찝찝한 표정이었다.

그때 큰고모에게 전화가 왔다. 난 전화를 받았고 고모는 방금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고모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아직 형과 같이 있느냐 물었고 난 그렇다고 대답했다. 고모는 30만 원을 줄 테니 해달라고 했다. 형은 당연히 이를 수락했다. 고모는 고모부에게는 형이 5만 원에 하기로 했다라고 말해달라 했다. 난 이를 수락했다. 전화를 끊고 난 형에게 면이 선 채 진작에 고모랑 얘기를 했어야 했다며 고모는 일의 경중을 알며 진정한 사업가라며 치켜세웠다. 결과는 해피엔딩. 고모는 일을 따냈다. 30만 원 플러스 2만 원을 투자해 얻은 결과이다. 고모부 역시 고모와 함께 사업을 몇십 년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의 사건에 대한 반응은 이처럼 달랐다.

나도 적지 않은 나이를 먹으며 살다 보니 주위 사람들도 제각각 참으로 다양하게 살고 있다. 그중 가장 확연히 나타나는 게 바로 이 사업 기질이다. 누구는 안정적인 회사 생활을 선호하는 방면, 누구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사업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사업 기질이 있는 이들은 대체로 새로움에 대한 도전 의식이 강하고 행동력이 우수하다. 물론 이런 기질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건 아니다. 아이템에 대한 분석과 시장을 보는 눈이 없이 이런 기질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때론 이런 기질이 부러울 때가 있다. 오늘도 코인에 들어가냐 마느냐, 아! 지난번에 들어갈걸! 아! 아앗! 으엣! 아... 갈팡질팡 백날 천날 망설이기만 하는 나는 오늘도 결국 아무 결정을 못 한 채 제자리걸음을 한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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