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서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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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오스(Adiós) 스페인,

메르하바(Merhaba) 튀르키예.


“메르하바~” 길가 색색이 피어나는 꽃에 봄이 왔음을, 떼 지어 소리 높 여 우는 매미 소리에 여름이 왔음을, 하나둘 떨어지는 낙엽 에 가을을, 그리고 출근길 뿜어져 나오는 하얀 입김에 겨울 이 왔음을 느끼듯, 공항에서 처음 듣는 이국의 낯선 인사말 은 새로운 나라에 왔음을 실감케 한다.


‘튀르키예’ 땅으로 가는 도장을 받기 위한 줄. 한 걸음이라도 빨리 튀르키예 땅을 밟고 싶은 건지, 여차하면 등에 업힐 기세로 바짝바짝 붙는 뒷사람에 부딪히기 여러 번. 결국 참 지 못하고 불쾌지수 간격 유지를 바라는 마음으로 눈빛을 쏘아붙였다. 그러자 “쏘리”하며 냉큼 한 발 떨어진다. 하지 만 이내 바로 들러붙는 뒷사람. 아니 나한테 자석이라도 달 렸냐고요! 결국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체념모드로 돌입. 한 사람 한 사람 줄어들 때마다 옮겨지는 걸음과 뒷사람의 충 돌을 공허한 눈과 함께 “허허허” 웃어넘기며 간신히 튀르키 예 땅을 밟았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도시 ‘이스탄불.’ 두 대륙이 공존함 과 동시에 대제국을 이룬 지난날의 세월까지 응축해 있는 이스탄불의 기운은 엄청났다. 도시 곳곳에 위치한 유적과 공원, 길마다 넘쳐나는 사람들과 상점들, 눈, 코, 입을 자극 하는 다양한 음식들, 일정한 시간마다 스피커를 통해 울리 는 모스크의 쩌렁쩌렁한 기도 소리, 도시를 양단하는 보스 포루스 해협의 시원한 물줄기, 푸른 하늘과 쨍쨍한 햇빛까 지. 이스탄불은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꽉 찬 도시, 세간의 명성이 아깝지 않은 여행지였다. 새 나라에서의 첫 여행지, 이스탄불에 대한 만족은 튀르키 예의 다른 도시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부풀게 했으며, 튀르 키예의 동쪽까지 쭉 훑고자 계획한 나의 기대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러나! 튀르키예 여행의 두 가지 큰 변수가 생겼 는데, 그중 하나는 다음 여행지인 ‘이집트’에서 발발한 쿠데 타였다. 당시 한 달여의 이집트 여행을 계획했던 나는 쿠데타 소 식을 접하곤 고민에 빠졌다. 단순히 피켓을 흔들며 거리를 행진하는 평화적인 시위가 아닌 총알이 빗발치며 사람이 죽어 나가는 쿠데타. 혹시라도 피랍되거나 그 이상의 고통 을 겪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동시에 나의 상황이 매스컴 에 보도돼 “쯧쯧, 그러게 왜 저런 위험할 데를 가서 저런 변 을 당하누!”하는 국민적 질타를 받는 민폐남이 되고 싶지 않 았다. 하지만 어떡하지? 피라미드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는 데……. 그리하여 이집트 입국을 미룬 채 상황을 지켜보다 가 결국 타협점으로 일주일 여정으로 수정했다. 그렇게 줄어든 이집트 일정 탓에 계획보다 늘어난 튀르 키예의 일정.


여기서 두 번째 변수, ‘리키안 웨이’가 등장한 다.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하자 숙소 직원은 튀르키예에도 유명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며, 리키안 웨이 에 대해 말해줬다. 리키안 웨이는 튀르키예 남부의 ‘페티예 (Fethiye)’부터 ‘안탈리아(Antalya)’까지 지중해를 따라 걷 는 트레킹 코스로, 산과 바다를 겸하는 아름다운 자연경관 과 함께 고대 리키아인들이 남긴 유적까지 감상할 수 있는, 짬짜면같이 두 가지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길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 걷는 여행의 즐거움을 맛본 난 튀 르키예 동부 지역 여행을 포기하고 리키안 웨이를 걷기로 결심했다. 약 500km에 달하는 리키안 웨이. 다시 그 짓(?) 을 하려니 시작도 전에 무릎과 어깨가 쑤시고 허리가 뻐근 해졌지만, 트레킹이 가져다줄 특별한 맛에 차오르는 흥분과 기대,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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