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다시 걷다

by 서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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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키안 웨이’를 걷기 위해 찾아간 ‘페티예(Fethiye).’ ‘칼 리스 해변(Çalış Plajı)’의 숙소에서 하루를 묵고 동네 튀르 키예 아저씨가 일러준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페티예 안내 책 자와 간략한 지도를 받아 쓱 훑어보는데…… 이거 내가 생 각한 트레킹 코스가 아닌 듯하다. 난 당연히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명확히 나 있는 길을 따 라 걸으며 사람들도 만나고, 적당한 거리마다 위치한 마을 과 여행객을 위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길을 생각했다. 하지만 책자와 지도가 내게 말하는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알베르게와 같은 여행자를 위한 전용 10 숙소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고, 심지어 마을과는 동 떨어진 깊은 산속으로 찍힌 경로도 많았다. 이후 알게 된 정 보로는 대부분 ‘욀뤼데니즈(Ölüdeniz)’에서 출발하는 길의 초반부나 ‘올림포스산’이 있는 후반부, 혹은 볼거리가 많은 일부 구간을 1박 2일이나 3박 4일 정도로 나눠 걷는다고 한 다. 만약 나처럼 코스 전체를 완주하자고 하면 숙식을 해결할 텐트와 조리도구를 챙겨서 걸어야 할 트레킹 코스였던 것이다.


접해본 트레킹 코스라곤 산티아고 순례길이 전부였던 내 게 “어이구~ 트레킹 순한맛은 입에 잘 맞았고?”하며, 매운 맛을 들이미는 리키안 웨이. 맛보기도 전부터 눈이 따끔따끔한 매운맛의 기운에 살짝 주춤했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무식하기론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부끄러움은 남의 몫) 나는 불길한 기 운을 애써 외면하며, “못 먹어도 고!” 일단 출발하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식한 도전에 대한 보상을 받았 다. 리키안 웨이를 타기 위해 언덕길을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아 페티예의 바다와 마을이 시원스레 펼쳐졌다. 만약 리키안 웨이를 걷기로 마음먹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경치는 보지 못 했으리라. 시작부터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싱글벙글 걷 다 보니 곧 ‘카야코이(Kayaköy)’로 향하는 산길이 나왔고 거기서 첫 리키안 웨이의 표식을 볼 수 있었다.


산티아고 순 례길에 노란 화살표가 있다면, 리키안 웨이는 빨간색과 흰 색이 각 한 줄씩, 두 줄로 칠해진 표식이 길을 안내했다(자매 품 ‘페티예 웨이’는 노란색,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렇게 표식을 따라 길을 걷는데 어느 순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리키안 웨이 표식.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명확 하게 나 있는 길이 아니라 중간중간 샛길이 많은 산길에다가, 화살표처럼 정확한 방향을 지시해주는 게 아닌 그저 네 모난 표식 때문에 길을 잃고 말았다. 이에 결국 도로로 나와 걷기 시작하는데, 숲을 벗어나니 땡볕의 공격에 적나라하게 노출됐고 이에 절로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이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나가는 차들마다 경적을 울리며 내게 손을 흔든다. 처음엔 동양의 건강한 모험가 코 스프레를 하며, 인자한 미소와 함께 활기차게 손을 흔들어 주었으나, 횟수가 거듭될수록 떨어지는 체력에 반비례해 짜 증이 올라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스스로 자처한 일인걸. 이제 와서 허리 굽히고 울상을 하며 길을 오르기엔 폼이 살 지 않으니, 끝까지 콘셉트 유지를 위해 이를 악물고 손을 흔 들어주었다(지독한 콘셉트의 노예).


그렇게 첫날부터 리키안 웨이의 매운맛을 잔뜩 느끼고 도 착한 욀뤼데니즈는 산에 쏙 안긴 작은 해변 마을이었다. 싼 숙소를 찾다가 결국 텐트도 없이 캠핑장에 자리를 잡은 나 는 테이블 위에 매트를 깔아 거의 노숙이나 다름없는 잠자 리를 마련했다. 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받은 페티예 부분 의 지도를 꺼내놓고 현실적으로 죽지 않고 무사히 걸을 수 있는 루트를 살펴봤다. 아무래도 정식 루트로의 완주는 불 가능할 거 같아 나만의 리키안 웨이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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