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인데 문학 덕후입니다

의사가 되어도 책은 놓지 않기를

by 늘채
'Bowie, Beckett, and Being'


아들은 의사가 되기 위해 치열한 공부를 하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해부학과 생리학 책 사이에 끼워진 철학 서적이나 문학 작품을 보면 가끔은 의대생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최근엔 데이비드 보위와 사무엘 베케트에 빠져 있다.


'Bowie, Beckett, and Being'이라는 책을 읽으며, 보위의 음악과 베케트의 연극이 전하는 소외와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들의 눈빛은 반짝였다.

"아빠, 보위의 가사는 베케트의 희곡처럼 인간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것 같아요. 모든 게 다 의미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는 거죠." 깊고 진지한 말에 나는 미소 지었다.


아들은 단순히 독서를 즐기는 것이 아니다. 책 속에서 발견한 문제의식을 세상과 연결하며, 불합리한 것들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인간의 고통과 소외에 대해 이해하려 하고, 그것이 의료라는 분야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한다. 나는 그런 아들의 태도가 참 마음에 든다.


의사가 된 후에도 그가 책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베케트의 희곡 속 인물들처럼 무의미함 속에서도 의미를 찾고,

보위의 노래처럼 낯선 세계에서도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의학이라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도 문학과 철학이 주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기를....

그리고 그 길에서 그는 어떤 환자에게든 가장 인간적인 의사가 되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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