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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옛날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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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영 Dec 19. 2017

기사 배치를 기다리다가

옛날 일기 

2015년 5월 17일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이놈의 기사 배치는 도대체 언제 나오는건지 아직도 나올 생각을 안하여서 내 퇴근이 늦어지고 있쟈나!!!!!!!) 

웹툰 '낢의사는이야기'를 읽다가 문뜩 해보지도 않은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자취생활 11년째인 나는 혼자가 익숙하다. 옆에 잘 때 누가 있어도 물론 잘 자지만... (12인실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엄청 잘 자니까) 잠잘 때뿐만 아니라 밥 먹을 때, 티비볼 때 기타 등등 누군가와 항상 함께 해야한다는 것이 두려워졌다. 만약에 혼자 있고 싶으면 어쩌지? 만약에 나는 그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은데 그 사람이 혼자 있고 싶어서 내가 섭섭함을 느끼면 어쩌지? 


그래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에 '가상'의 남편이 살고 있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퇴근을 했다고 치자. 남편이 먼저 퇴근을 했어. 어라? 누군가가 집에 기다리고 있네? 내 남편은 어떤 사람일까? 


i)독서주의자 (퇴근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양말은 세탁함에 넣고, 흔들의자에 앉아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는 남자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몇 명 있겠냐만은...) 

ii) 보통 남자 (집에 티비는 무조건 커야함. 오늘은 삼성vs두산 경기가 있는 날. 야구를 보고 있는 이 남자) 

iii) 플스오타쿠 (집에 오자마자 플스부터 켬. 게임 삼매경에 아내왔는지도 모름)


왠지 ii일 것 같다....  나도 그 옆에 앉아서 야구를 보았다. 어머, 구자욱이, 잘생긴 놈이 야구도 잘하네ㅋㅋㅋㅋㅋ 자욱이가 잘하는데 남편이 욕을 한다.... 잠깐.... 가상의 남편은 두산 팬이다..........이 ㅅㄲ. 마이너스 10점. 

어머, 배가 고프다. 근데 냉장고에 먹을게 없네??? (혼자 있을 때 배달 음식 절대 안 시켜먹는 나에게 엄청난 장점이 될 듯. 약속을 따로 잡지 않아도 밥먹을 사람이 있단건 엄청난 장점이 될듯) 


여기서 세 종류의 남편을 생각해본다. i) 배달지상주의자 (배고프면 무조건 시켜먹는다) ii) 외식주의자 (자장면 그릇 치우는 것도 귀찮으니 나가서 먹자) iii) 쉐프 (요리는 내게 맡겨. 넌 맛있게 먹기만 해!!)  iii)이 내 남편이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일단 피자를 시켜먹었다는 가정하에 다음 단계로. 


이제 다 먹었으니 피자를 치워야지. 여기서 세 종류의 남자를 생각해 본다. i) 남은 피자를 다 먹어치우는 대식가인 가상의 남편 ii) 남은 피자를 나한테 먹으라고 미루는 소식가 남편 iii) 남은 피자를 곱게 쿠킹호일에 말아서 냉동실에 얼리는 세심한 남편. 나는 나의 미래 남편이 iii)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플러스 20점을ㅋㅋㅋㅋㅋ 

아... 이럴 시간이 없다. 가상 결혼 놀이는 이제 그만하고 빨리 기사쓰고 퇴근하고 집에 가고 싶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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