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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옛날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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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영 Jan 04. 2018


딸에게 미리 쓰는 실연에 대처하는 방식


서영아


아무 것도 아니란다. 얘야 그냥 사랑이란다.

사랑은 원래 달고 쓰라리고 떨리고 화끈거리는 봄밤의 꿈같은 것.

그냥, 인정해버려라.

그 사랑이 피었다가 지금 지고 있다고.


그 사람의 눈빛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몸짓

거기에 걸어 두었던 너의 붉고 상기된 얼굴.

이제 문득 그 손을 놓아야 할 때,

너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

봄밤의 꽃잎이 흩날리듯 사랑이 아직 눈앞에 있는데, 네 마음은 길을 잃겠지.

그냥 떨어지는 꽃잎을 맞고 서 있거라.

별 수 없단다.


소나기처럼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삼일쯤 밥을 삼킬 수도 없겠지.

웃어도 눈물이 베어 나오겠지.

세상의 모든 거리, 세상의 모든 음식,

세상의 모든 단어가 그 사람과 이어지겠지.


하지만 얘야,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야 비로소 풍경이 된단다.

그곳에서 니가 걸어나올 수 있단다.

시간의 힘을 빌리고 나면 사랑한 날의, 이별한 날의 풍경만 떠오르겠지. 사람은 그립지 않고 그날의 하늘과 그날의 공기, 그날의 꽃향기만 니 가슴에 남을거야.


그러니 사랑한 만큼 남김없이 아파해라.

그게 사랑에 대한 예의란다.

비겁하게 피하지 마라.

사랑했음에 변명을 만들지 마라.

그냥 한 시절이 지나고, 너는 또 한 시절을 맞을뿐,

사랑했음에 순수했으니

너는 아름답고 너는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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