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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영 Nov 17. 2018

영국식 영어

<철없는 30대의 유학병>

내가 만난 영국인들은 종종 미국 영어를 우습게 봤다 (예의를 갖춰 무시한다). 미국에서 한 달 여행한 게 전부인 나는 한국 영어 교육이 미국식 영어에 초점을 맞춘 탓인지 내 영어에 미국 영어의 흔적이 강하게 묻어있는 듯했다. 영국에 오기 전까지 정말 몰.랐.다.


나를 가장 먼저 당황하게 한 것은 주차장, car park였다. 주차장을 parking lot이라고 말할 때마다 영국 친구들은 car park로 되받았다. highway는 moterway로, 시내를 downtown이라고 말하면 "음, 수영. 그런데 영국에선 번화가를 high street라고 해. 저기 봐~~~ 저기에 high street라고 적혀 있는 거 보이지? downtown은 미국 영어^^"라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내가 영국식 영어를 집중적으로 익히게 된 것은 올여름 영국 친구 T와 시간을 자주 보내면서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 차이 때문에 웃을 일이 많았다. 미국인도 아니고, 미국에서 살아본 적도 없는 나는 미국식 영어를 쓴다고 지적받는 것이 뭔가 억울했다. 이게 다 넷플릭스로 미드를 너무 많이 본  탓이다!!!


주차장은 CAR PARK!!!


<사례 1>

나 : 나 운동화 샀어! (I bought sneakers!)

T : 스니커즈? 수영.. 트레이너라고 해야지! (In England, we say trainers. Sneakers are American English.)

나 : 트레이너? 훈련시키는 사람 아니야? 트레이너 이상한데...


하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영국인들은 초코바 이름인 스니커즈가 트레이너보다 더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미국이 아니라 영국에 살고 있으므로 영국식 영어를 익힐 수밖에 없었다. 일상적으로 쓰는 영어 단어는 두 나라 간 너무 달라도 달랐다. 일상에서 찾아낸 미국식-영국식 영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식 /  영국식


first floor / ground floor 1층 (영국에 오는 이들이 가장 먼저 직면할 문화 차이다)

sweater / jumper 스웨터

 overalls / dungarees 멜빵바지 (dungarees는 진짜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단언데 영국인들은 자기들만의 단어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었다!!)

subway / tube or underground 지하철 (영국인들에게 Subway는 샌드위치 가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boots / wellies  부츠 (이것도 충격이었음... 부츠는 부츠지! 웰리스라니. 처음 듣고 뭔 소리 하나 싶었음ㅠㅠ)

trunk / car boot 트렁크 (햐.. 너네 왜 그래. 두 나라 그냥 단어 좀 통일해!)

blanket/duvet 이불

cookie / biscuit 과자 (그냥 과자라고 퉁쳐버렸지만 이 단어, 할 말 많다..)

pants / trousers 바지 (영국에서 pants는 팬티!!)

curse / swear 욕하다 (미국 친구들의 영향으로 '욕하다'는 영어 동사를 curse로 배웠지만 영국인들은 swear를 사용했다. 명사는 curse / swear word. 예를 들어 '애들 앞에서 욕하지 마! 할 땐' Don't swear in front of kids. 처음엔 못 알아들었다)

buck/quid (미국에선 1달러 2달러를 one buck, two bucks 이렇게 말하지만, 영국인은 1 파운드를 one quid라고 한다)

zucchini / courgette 애호박

closet / wardrobe 옷장

semester / term 학기



<사례 2>

나를 가장 혼란스럽게 했던 미국식, 영국식 영어 논쟁은 쿠키와 비스킷에서 시작됐다. 교회에서 우연히 M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다가 할머니는 쿠키가 미국식 영어라는 점을 점잖게 지적했다.


M 할머니 : 쿠키는 미국식 영어란다. (비스킷을 가리키며) 영국에서는 비스킷이라고 하지^^ 영국 영어에서 말하는 쿠키는 비스킷과 다른 거야. 쿠키는 쿠키지.

나 : (혼란스러움....) 아.. 그래요? 몰랐어요. 쿠키와 비스킷이 같은 건 줄 알았어요.


쿠키와 비스킷을 모두 포함하는 대명사 '과자'라는 포괄적 단어를 갖고 있는 한국에서 온 나는 어떤 과자가 쿠키고, 비스킷인지 구분하고 싶지 않았다. 이 세상에는 외워야 할 영어 단어가 너무나도 많은데, 왜 쿠키와 비스킷을 분류하는데 시간을 쏟아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영국 친구 T는 내가 쿠키와 비스킷을 혼용해 사용할 때마다 우려를 표했고, 영국 슈퍼마켓인 세인스버리즈에 갔을 때 기어코 나를 '쿠키 & 비스킷' 섹션으로 데리고 갔다.


T : (쿠키를 가리키며) 자, 여기 쿠키, 보이지? 초콜릿이 많이 들어가 있고 큼직한 이런 게 바로 쿠키야! 비스킷은 말이야 (네모 반듯하게 생겼음). 초코도 없고, 단순하게 생긴 이런 과자지. 쿠키와 비스킷은 정말 다르다고!

나 : 어, 알겠어... 근데 이거 왜 구분해야 해?ㅠㅠ


내가 찾은 영국 영어 단어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1) 이름을 지을 땐 사물을 세분화하고 (쿠키, 비스킷처럼) 2) 미국 영어보다 더 직설적이다. 주차장이 parking lot이 아니라 car park인 이유는 차가 모여 있는 공원이기 때문이고, 지하철이 subway가 아니라 underground인 이유는 지하철이 땅 밑에 있기 때문이다! 사물을 특징을 최대한 보존하는 네이밍이다. 역사적 건축물을 보존하는데 능한 영국인들의 습관이 이름 짓기에도 녹아있는 듯했다.


또한 영국에만 존재하는 영어 단어를 찾았을 땐 영어 공부를 새로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일상에서 찾은 영국식 단어 및 표현>


banter (정의할 수 없다. 명사로도 쓰이고, 동사로도 쓰인다. '농담'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알맞겠다. '이거 농담이야'라고 할 때 'it is just banter'라는 식으로 쓰는 듯. 내 미국 친구도 처음에 영국에 와서 이 단어를 듣고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니 진정한 영국식 영어인 듯하다)

loo 화장실

wee 오줌 누다

gutted 기분이 좋지 않다

bollucks  뻥, 거짓말

see a man about a dog 애매하게 상황을 빠져나가고 싶을 때 쓰는 말. 예를 들어 누군가 "너 어디가?"라고 물었는데 대답하기 싫으면 "I need to see a man about a dog"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식이다..

 a taste of your own medicine 역지사지

hoover 청소기를 돌리다 (영국에서 vacuum cleaning이라는 말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대일밴드가 고유명사가 됐듯이 영국의 유명 청소기 제조 회사의 이름이 청소기를 돌린다는 동사가 된 듯했다. 미국에서도 쓴다고 하던데 잘 모르겠다..ㅋㅋ)


이외에도 1년 넘게 영국에서 살며 재미있는 영국식 영어를 많이 찾아냈지만, 기록하지 않았더니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래 글을 읽으면 영국에 스며든 미국식 영어에 대한 영국인의 우려가 잘 드러나 있다. 영어 종주국의 자존심이 뼈속까지 스며있는 영국인들. 그러므로 주차는 parking lot이 아니라 'cark park'에, 조깅을 할 땐 sneakers가 아니라 'traniners'를 신고 하는 것이다!


http://www.bbc.com/culture/story/20170904-how-americanisms-are-killing-the-english-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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