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그루밍'이라는 걸 한다. 그루밍을 하는 동물이 몇몇 있지만 고양이는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동물이다. 오돌토돌한 혀로 털을 다듬고 손질한다. 털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하기도 하고, 엉킨 털을 풀어내기도 한다. 고양이는 엄청 깔끔한 동물이다.
로도가 중성화 수술을 한 이후로, 넥카라를 쓰고 지낸 지 5일째. 넥카라를 한 이유는 간단하다. 수술 부위를 '그루밍'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낯선 실밥이 상처를 꿰매고 있으니 이게 뭔가 싶어 그 자리를 계속 핥다 보면 실밥이 튿어지고, 상처가 벌어지고, 재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걸 막기 위해 상처가 아물 때까지 넥카라를 씌운다.
넥카라를 쓰고 있으니 그루밍을 못한다. 넥카라를 벗겨 내려고 온갖 발버둥을 쳤지만, 테이프로 꽁꽁 여며둔 터라 쉽지 않았는지 지금은 포기한 상태다. 그런데 그루밍을 못하니, 애꿎은 넥카라만 계속 핥는다.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 요즘은 내가 얼굴을 직접 긁어 준다. 손을 안 타고, 인간을 무척 싫어하는 로도지만 이때만큼은 도망가지 않고, 얼굴을 요리조리 돌리면서까지 내 손길을 허락한다. 목도 벅벅 긁어주고, 이마와 턱까지 야무지게 긁고, 등도 살살 긁어주면 고르르르 잠든다. 가끔은 그릉그릉 소리를 내며 좋다는 표시도 한다.
얼마나 답답할까, 상상을 하면서 떠오른 생각은. 사람으로 따지면 머리를 한 5일 못 감은 상태가 아닐까 짐작한다. 난 하루만 안 감아도 머리가 근질근질한데, 5일 정도 감지 못하면 떡지고, 기름 좔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찝찝함이 엄청난데, 로도도 지금 그런 상태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안쓰러워진다. 으헝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