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일기

드디어 깔대기를 풀었다

by suribi
img023.jpg

로도는 다른 고양이에 비해 사람 손을 타지 않고, (모든 고양이들이 다 그렇지만) 무척 예민하며, 힘이 엄청 세다. 수의사 선생님마저 "이 녀석, 진짜 힘은 세네요"라고 이야기하셨을 정도. 중성화수술을 하고, 보통 환묘복을 입거나 하는데, 힘좋고 날쌔며 손을 타지 않는 로도는 환묘복은 수술 후 2시간만에 벗어버렸고, 상처가 아물 때까지 불편한 넥카라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보통 똑딱이만 채우고 마는데, 얘는 벗어버릴 것 같아서 테이프까지 이중 삼중으로 칭칭 동여맸다.


수술 후 일주일이 지났고, 상처는 예쁘게 아물어 이제 넥카라를 빼야 하는데. 문제는 이 넥카라를 뺄 수가 없다는 것. 너무 날 쌔고, 수술 때 트라우마 때문인지 넥카라를 건들기만 해도 하악하며 잽싸게 도망쳤다. 그렇다고 이걸 영원히 채워놓고 지낼 수는 없지 않은가. 토요일 1차 실패, 일요일 2차 실패를 거처 5월 8일 월요일 만반의 준비와 계획을 세워 넥카라를 벗겨냈다.


일단, 배부르게 먹이고 낮잠 잘 시간에 슬슬 다가가 얼굴을 긁어 준다. 넥카라 때문에 그루밍을 못해 얼굴이 가려운지 얼굴 긁는 건 허락해 준다. 얼굴을 긁으며 눈을 가리고, 그 사이에 다른 손으로 다목적용 가위(엄청 잘 들고, 날이 짧은 것)를 들어 뒷 부분을 '딸깍' 잘라냈다. 여기까지 하자 예상대로 지롤발광을 하며 잽싸게 도망쳤다. 그리고 난 계획대로 넥카라를 붙잡고, 얼굴 부분이 쏙 빠지게 빼냈다.


그제야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던 깔때기가 벗겨진 걸 안 로도는 그때부터 폭풍 그루밍을 시전하셨다. 몸 구석구석, 정성스럽게 단장을 한다. 밥도 제대로 먹고, 화장실도 가고, 물도 먹는다. 넥카라 때문에 뒤뚱뒤뚱 걷던 녀석이 펄펄 날아다니는 걸 보니 나도 이제야 안심이 된다. 정말 고생스러운 일주일이었다.


이 녀석과 같이 살려면, 머리가 좋아야 한다. 머리 나쁜 집사는 매번 뭘 할 때마다 고생이다. 끙.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양이에게 그루밍해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