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과 고추

모란도 - 부귀영화

by 수리송선

옛날 수수께끼 하나가 생각난다.


'빨간 주머니 안에 금돈이 가득한 것은?'

답은 고추다.


초가을 첫 수확한 빨간 고추는 열매가 도톰하고 매운 맛보다 단맛과 수분이 가득하다. 앞니로 살짝 베어 물면 투툭 터지듯 부러져 입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선홍색 주머니가 드러나는데 노란색의 씨앗들이 조랑조랑 붙어있다. 순금보다는 좀 밝은 색의 씨앗도 살짝 말랑하여 씹어 먹기 좋다.

생각하니 입안에 침이 고인다. 할머니가 따다 준 홍고추는 물에 만 밥에 반찬으로 먹어도 좋았다.

수확 이후부터 홍고추는 점점 매운맛을 더해간다. 끝물에 딴 고추는 정말 '맴맴'이다. 고추밭에서 허리 숙여 구석구석에 있는 고추를 따는 동안 고랑마다 매운 내로 양볼은 따갑고 뜨겁다. 그렇게 딴 고추를 선선한 바람과 따사로운 가을볕에 정성껏 말린다.

그러면 고추씨앗은 정말 순금색을 띠게 된다. 바짝 말라 얇아지고 연지색에 가깝게 색이 짙어지고 투명해진 고추.

속담에 등장하는 금돈을 가득 품은 빨간 주머니는 가을볕에 바짝 말린 태양초 고추라

리라. 밭에서 자란 금돈 가득한 복주머니다.

촤르륵 복돈이 쏟아질 것 같다.

그랴서 옛 어른들은 원앙금침에 모란을 수놓았다. 서민들도 적어도 모란이 수 놓인 복주머니라도 하나 있었으면 했다. 그 안에 결혼의 증표인 가락지라도 들어 있다면 세상 최고의 신랑감이다. 혼인날에 모란 병풍을 두르고 모란이 수 놓인 신부의 예복, 첫날밤에 누은 부부는 모란이 수 놓인 긴 베개를 함께 베고 눕는다.

앞으로 이 부부에게 부귀영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다.


민화는 소박하고 인간적이다. 미약하기만 한 인간이 청해 보는 바람을 담고 있다.

그랴서 민화에 입문하는 첫 그림은 모란도이다.

여러 겹의 꽃잎이 탐스럽고 복스러운 커다란 꽃송이에 선명한 수술들이 화려함을 더한다.

모란도의 선명한 노란 수술은 금돈이 생각난다. 특히 궁중모란도 중에서 짙은 붉은색의 모란꽃에 노란 수술, 그리고 나풀거리는 초록 이파리의 끝에는 붉은색이 보석처럼 달려있다.

꽃 중에 꽃, 꽃의 왕이라 불리는 모란꽃은 부귀영화의 상징이다.

부귀영화는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욕구다.

화려함을 감히 꿈꿀 수 없었던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도 잘 먹고 잘 살기를 원했고, 대충 흉내 내듯 그림이라도 모란이어서 집에 핝 점 있다면 자랑이었고, 문득 눈을 들어 꽃을 바라보고 나아질 앞날을 빌었다.


민화는 인간의 선한 욕망과 이상향을 추구한다

아름다움

더 나은 내일

이타심과 배려

이상적인 인간애의 집합이다.

그 안에는 지극히 개인의 개성추구와 내면을 만나는 경험에 어느덧 오롯이 자신을 중심에 놓고 있게 된다.

수겅생의 첫 입문 모란도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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